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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찍이 모두 프리다이버였다잊고 지냈던 물속 세계
  • 임효진 기자
  • 승인 2017.07.21 06:59
  • 호수 147
  • 댓글 2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장비로 만나는 물의 세계, 프리다이빙이다. 스쿠버 다이빙보다 간편하며 자연과 만나는 가장 친밀한 방법이다. 가만 있어 보자, 어쩐지 익숙한데? 배고픔도 없고 슬픔도 없고 편안하고 안락했던 물속, 그렇지. 엄마 뱃속과 비슷해. 당신, 혹시 물이 두려운가? 걱정하지 마시라. 당신이 이 세상에 오던 그 순간 처음 만난 환경이 물속이었다.

해외여행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건 서양 사람들은 물만 보면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드는 것. 집집마다 수영장이 있는 건 예사고, 아파트에도 수영장이 있어 아무 때나 물놀이를 즐겼다. 파티할 때도 수영장에 모여 튜브에 엉덩이를 끼고 맥주를 마셨고, 수영장에는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절벽(?)이 있었다. 그나마 수영을 조금 할 줄 알아서 물에서 같이 놀기는 했지만 발 안 닿는 데는 못 들어가는 초보. 물이 두려웠다. 물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넘어야 할 벽이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건 수영도 있고, 좀 더 큰마음을 먹으면 스노클링을 즐기거나 내친김에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에 도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재미있는 건 없을까.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던 와중에 눈에 띄는 걸 발견했다. 프리다이빙. 슈트와 수경만 착용한 채 깊은 물 속을 인어처럼 천천히,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들. 하루에서 이틀 강습받으면 바로 이렇게 물과 친해질 수 있다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프리다이빙 강습 기관 AFIA(Apnea Freediving International Association)를 찾았다.

“프리다이빙은 호흡 장비 없이 물 속에서 무호흡으로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해요. 잠영도 해당하고, 가만히 있는 것, 깊게 내려가는 것, 물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물의 흐름을 느끼는 것 모두 프리다이빙입니다.

물에서 길게 머무는 게 목적이고요. 깊게 내려가면서 갈수록 자연이 가진 엄청난 힘이 느껴지면서, 내면은 더 고요하고 평화로워지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하게 내 몸을 모두 감싸고 있는 물을 느끼고, 자연과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일, 프리다이빙입니다.”

국내에 가장 먼저 프리다이빙을 소개한 AFIA 노명호 대표의 말이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던 노 대표는 우연히 프리다이빙을 접하고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

“유럽에서 활발하게 프리다이빙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사실 전 세계적으로 수준은 다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최근 2~3년 전부터 관심 갖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고요. 한국은 프리다이빙이 활성화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어요. 삼면이 바다인 자연환경이 있고, 인프라도 나쁘지 않죠. 스쿠버다이빙협회(PADI)가 제가 기획한 프리다이빙 프로그램을 쓰고 있어요. 한국이 만드는 걸 전 세계가 쓰는 거죠. 프리다이빙만큼은 유럽이나 미주보다 뒤떨어져 있지 않다고 봐요. 아주 과거부터 해왔고, 가장 앞서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잠재력도 뛰어나다고 봐요. 다만 약점이라면 바다의 환경이겠죠. 우선 수온이 차가워요. 동해가 한류와 난류가 만난다고 알려졌잖아요. 한여름에도 10℃ 이하의 물을 만나는 건 예삿일입니다. 제주 바다는 좋은 편이에요. 한겨울에도 수온이 15℃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한 여름에는 25℃ 이상도 나옵니다.”

음, 좋다. 다 좋은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사람이라면 3일 안에 베이직 코스를 수료하고 바다에 나가서 프리다이빙을 즐길 수 있어요. 심지어 나이 제한도 없습니다. 초등학생도 강습을 받고 중학생 정도 되면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죠. 얼마 전에는 환갑이 지난 어르신도 바다에서 20m 이상 하강하는 어드밴스 코스를 마쳤습니다. 다만, 자격증에는 나이 제한이 있어요. 12~13세 이상이고, 상한선은 없습니다. 체력도 중요하지 않아요.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돼요.

물에 들어가면 어느 순간은 정말 편안하게 느껴지면서 ‘아마 내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면 위에서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웅성웅성 들리고 빛도 보이지만 어떤 편안한 장막이 나를 감싸고 있어서 보호해준다는 기분이 들어요. 일상 생활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에요. 오직 프리다이빙을 할 때 느낄 수 있죠.”

이야기 듣다가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다. 어린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물놀이라면 언제나 즐겁다. 심지어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물속을 둥둥 떠다니지 않았던가. 나는 언제부터 물을 무서워하게 된 걸까. 누가 나한테 물은 무서운 것이라고 가르쳐 주기라도 한 걸까.
“물과 너무 떨어져 살아서 그래요. 물에서는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공포도 있고요. 요즘은 특히나 도시에 사는 사람이 많다 보니 물을 느끼고 만날 기회가 더 적은 거 같아요. 어렸을 때 바닷가에 살거나 강이나 개천에서 자주 놀았던 친구들은 물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죠. 스쿠버 다이빙하다가 프리다이빙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분도 많아요. 저처럼요. 장비가 간편하고, 산소통이 없어서 유영도 자유롭죠. 상하좌우, 수평, 수직 모두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어요. 그만큼 저항감도 낮고요. 몸도 더 건강해져요. 심폐력은 좋아지고, 체지방은 감소하죠. 열량소모도 많아서 다이어트로도 좋아요. 숨을 오래 참거나 더 깊이 내려가서 물을 즐기다 보면 성취감도 얻을 수 있고요. 자신감도 커집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내 실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이쯤에서 뻔한 질문을 던져봤다. 숨을 몇 분까지 참아봤냐는. “저는 6분까지 수면 아래 있었어요. 그런데 프리다이빙은 호흡을 참는 게 아니에요. 물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이죠. 위험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레저스포츠로 즐기는 프리다이빙은 안전장치를 갖춘다면 위험하지 않아요. 부이라고 하는 부력 유지 장치를 띄우고요. 가이드라인이 돼주는 하강 라인을 사용합니다. 신체와 하강 라인을 이어주는 랜야드를 끼우고, 수심 10m 지점에서 세이프티 다이버Safety Diver가 기다리면서 상승할 때 같이 올라오는 역할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혼자 하지 않는 겁니다. 5m 수영장에 입장할 때도 혼자서는 입장이 불가능해요. 반드시 2인 이상이 돼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저도 낮은 수영장에 갈 때도 일행과 함께 갑니다. 꼭이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AFIA 프리다이빙 베이직 코스는 3일이면 수료다. 2일 차까지 이론 수업과 수영장 실습을 한 후에 마지막 날에는 바다에서 해보는 거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정말 바다에 나가는 게 가능할까. 수영장에서 자신감이 생겼더라도 바다에 나가면 바로 다시 쫄보가 될 것 같은데.
“그래서 바다를 나가는 거예요. 저랑 함께 나가서 실습하면 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것까지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프리다이빙을 제대로 즐기려면 자연과 만나야 해요.” 이 정도까지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안 하고는 못 배길 지경이었다. 슈트를 입고 오리발을 차주면 가라앉고 싶어도 안 가라앉는다고 하니 까짓거 해보지. 폭염 경보가 내린 프리다이빙하기 완벽한 날, 올림픽 수영장으로 갔다.

시작은 호기로웠지만 막상 물을 보자 덜컥 겁이 났다. 세상에 5m라니. ‘못하겠어’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는 법. 가라앉고 싶어도 슈트를 입으면 안 가라앉는다는 노 대표의 말을 주문처럼 외웠다. 프리다이빙 준비물은 코까지 막을 수 있는 수경, 스노클, 오리발이라는 핀, 그리고 슈트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물에 들어갔다.
처음엔 우선 발이 닿는 공간에 옹기종기 서서 스노클로 호흡한다. 스노클로 연결돼 있어 숨 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호흡이 가빠진다. 후후후. 숨이 점점 빨라진다. 아, 과연 내가 5m 풀로 들어갈 수 있을까.

다행히 시간이 좀 지나자 숨이 고르게 쉬어지고 몸에 긴장도 풀리는 듯했다. 그럼 바로 다음 코스. 고개를 물 밑으로 완전히 담그고 스노클에 물을 넣는다. 뽀글뽀글, 물이 입으로 들어온다. 입에서 소리를 내듯이 ‘투’하고 크게 숨을 내뱉어서 물을 빼내야 한다. 이 작업이 자유롭게 되면 물고기처럼 유영하다 올라와서 물 한번 투, 뿜고 다시 수영할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투’는 잘 안 돼서 물을 잔뜩 먹었다. 더 연습해야겠다.
그다음엔 오리발 신고 드디어 5m 풀로 입장. 안 가라앉는다는 강사 말을 믿고 앞으로 내디뎠다. 엇 그런데 가라앉는 것 같다. 코까지 잠기고 눈까지… 손을 휘저으며 강사에게 매달렸다. 괜찮다며 고개를 들지 말고 고개를 숙여서 물을 보라고 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고개를 물속에 푹 넣었다.

와, 탄성이 나왔다. 저 밑에서 수십 명의 스쿠버다이버들이 편안한 자세로 연습하고 있었다. 마치 수중 세상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그들이 내쉰 숨이 눈앞에 뽀르르. 공기가 보인다. 공기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었나. 아이가 비눗방울을 쫓듯이 반짝거리는 공기 방울을 잡아보고 싶어 손을 뻗었다. 발을 차니 앞으로 나가고 몸은 잘 떠 있다. 언젠가 필리핀에서 해봤던 스노클링이 생각난다. 그때는 무서워서 즐기지도 못했는데, 스노클링이 재미있는 거였네. 산호와 물고기도 없는 수영장인데 심심하지 않았다. 아니 꽤 근사했다.

스노클링으로 몇 바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물과 조금씩 더 친해지는 과정을 만들었다. 이제는 실전! 노랑색 튜브가 든 부이로 모였다. 입에서 스노클을 떼고 숨을 참은 채 바닥으로 이어진 줄을 잡고 내려가 보기. 가장 먼저 해본다고 나섰다. 결과는? 얼마 못 내려가고 긴장하니 숨 참는 걸 잊고 허겁지겁, 올라오면서 물 먹고 콜록콜록. 음,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발이 닿는 데 가서 숨 참는 연습을 조금 더 한 뒤 자신감이 생기자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는 더 많이 내려갔다. 호흡도 가쁘지 않다. 근데 귀에 통증이 느껴진다. 조금 더 내려가 봤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 안 되겠다.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 귀가 아직 안 뚫려서 그렇다고, 처음부터 통증을 견디면서 계속 내려가기보다는 코를 잡고 숨이 귀로 가도록 불어넣는 압력평형, 이퀄라이징을 계속 연습하면 귀가 뚫린다고 한다. 오늘 줄잡고 내려가 보는 게 목표였는데, 그래도 절반은 이뤘다. 11월에 인도네시아로 프리다이빙 투어 간다는데 자격증 따서 따라가 볼까.

임효진 기자  hyo@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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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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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다이버 2017-07-24 01:29:43

    단체이름 PEDI가 아니라 PADI 입니다   삭제

    • 멋지네요 2017-07-21 23:29:30

      글도 잘쓰시고 느낌도 좋네요. 내일부터 수영장이든 프리다이빙 코스든 당장 등록하고싶은 기분이예요. 쫄보지만 기자님 글덕에 용기가 조금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ㅎ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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