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사부작 캠퍼, 매듭공예
프로 사부작 캠퍼, 매듭공예
  • 이지혜 기자 | 양계탁 팀장
  • 승인 2017.07.2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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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공예는 인간이 하는 가장 오래된 예술이다”

취재로 방문한 어떤 캠핑장에서, 한가로이 앉아 매듭에 집중하던 캠퍼를 봤다. 손엔 간단한 끈 몇 줄, 얼음 동동 띄운 커피와 잔잔한 수다. 땀 뻘뻘 흘려가며 일하던 내겐 그림처럼 부러웠다. 더위가 좀 가시면 그 그림의 주인공이 되리라. 그렇다면 먼저 배워야 한다, 마크라메로 잘 알려진 매듭공예다.

미니태피스틀, 드림캐쳐 그리고 플랜트행거

가장 오래된 예술
몇 달 전, 백패킹에서 만났던 캠퍼 중 한 명이 서울에서 매듭공방을 한다고 말했다. 매듭공예란 게 낯설던 내게 그는 멋진 문장을 남겼다.

“매듭공예는 인간이 하는 가장 오래된 예술이다”

마크라메 고정 장치와 평매듭

매듭의 역사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엮고, 맺고, 짜는 역사, 오늘 말로 섬유제작의 역사는 존재한다.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생활 수단으로 풀줄기나 나무껍질을 이용해 꼬거나 땋아 끈을 만들었다. 그것을 다시 엮고 맺으며 사냥이나 낚시에 쓰이는 연모를 만들었다. 그리곤 그 기술을 이용해 몸을 가리거나 집을 꾸몄고 어떤 곳에선 글자나 숫자를 대신해 기록하기도 했다.

실생활의 수단으로만 쓰이던 매듭은 운반과 농경, 건축, 선박의장 등으로 용도의 폭을 넓혔다. 이후 의식용, 장식용, 공업용 매듭이 발전하며 예술품으로 변한다. 실생활에 필요한 매듭이 보다 멋진 예술품으로 자리매김한 것.

다양한 색감의 실

마크라메
마크라메Macrame는 아랍어로 뜬 끈, 맺은 끈, 장식 끈의 술을 뜻한다. 17세기에 아라비아에서 사용되며 시작했다. 처음엔 낙타의 안장장식이나 주머니류의 술을 만들어 달았다. 기법은 평매듭, 감기매듭, 칠보매듭, 나사매듭, 좌우매듭, 옭매듭 등 다양하고 면사, 견사, 마사 등 많은 종류로 가능하다.

한국에선 전통매듭을 본뜬 정자매듭, 국화매듭 등의 새로운 기법이 창안되기도 했다. 현재 숄더백, 숄, 쿠션, 테이블클로스, 문발, 벽걸이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며 한 문화로 자리했다.

잔잔하고 고요한 공예다.

플랜트행거
마크라메의 가장 기본적이자 초급자도 쉽게 만들 수 있는 플랜트행거Plant Hanger. 코튼로프를 이용해 매듭으로 모양을 내어가며 만드는 화분 걸이다. 만드는 방법이 쉽고 재미있다. 기본적으로 긴 실이 묶는 실이고 중심 실이 가이드가 되는데, 종달새머리매듭으로 시작해 평매듭, 두줄꼬기, 옭매듭, 다시 평매듭으로 이어지고 로프매듭으로 마무리한다.

취향에 따라 매듭 모양을 바꿔가거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초록 식물에 욕심이 더해지는 아기자기한 플랜트 행어. 색깔별로 베란다에 걸어놓으면 훌륭한 인테리어가 된다.

드림캐쳐는 자유롭게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드림캐쳐
국내에선 청춘 드라마 한 편을 통해 유명해진 드림캐처Dreamcatcher는 인디언의 수제 장식품이다. 인디언들은 꿈이 곡선으로 들어온다 믿었다. 그래서 거미집 모양의 성긴 그물이 내장된 소품을 장식해 걸어두면 나쁜 꿈이 걸러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의도가 어떻든, 낭만적인 장식품.

전통적으로 버드나무로 만들어지는 이 신성한 소품은 매우 간단하다. 동그란 조형물에 짱짱하게 실을 감아준다. 가운데로 갈수록 좁아지는데 균형을 같게 해도 좋지만, 자유롭게 하면 개성을 살릴 수 있다. 바깥쪽은 작은 비즈, 가운데는 큰 비즈를 넣어가며 적당한 균형감을 만들면 완성. 아래에 달고 싶은 만큼의 깃털을 끈으로 연결해 달아주면 끝이다. 특별한 룰을 지키며 만들기보단 자연스럽고 자신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작품이다.

마크라메 공방인 버밀라 마크라메 아카데미

미니 태피스트리
태피스트리Tapestry는 색실을 짜 넣어 그림을 표현하는 직물 공예다. 최근엔 실내 벽면에 걸어 장식하는 직물로 해석되며 매듭공예의 한 클래스를 차지한다. 특히 미니 태피스트리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 수 있어 클래스에서도 인기가 높은 종목이다. 이집트의 콥트 직물, 페루의 프레잉카직 등이 유명… 사실 중요하진 않다. 예쁘단 게 중요하다.

플랜트행거나 드림캐쳐에 비해 시간은 더 든다. 하지만 그만큼 집중력과 마음을 가라앉히며 멍해지기 좋다. 종달새 머리매듭으로 나무막대기에 끈을 연결한 뒤, 평매듭으로 형태를 만든다. 좌우엮기로 마무리하면 끝. 매듭은 평매듭 하나를 이용하지만, 끈을 서로 교차하며 매듭지어 완성작품은 매우 다채롭다. 익숙해진다면 색을 넣거나 길이를 조절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마음의 평화를 선물 받다.

원초적인 고요

세 개의 작품을 만드는 시간 동안 마감에 쫓기던 조바심, 밀린 집안일 걱정, 아침에 주고 온 고양이 사료가 적진 않을까 하던 작고 큰 근심걱정이 옅어졌다. 깊고 잔잔한 호수에 가라앉는 느낌. 마크라메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목소리가 작아지고, 차분해지고, 배려 깊어지는 공예다. 프로 사부작 캠퍼가 되기 위해 시작했던 마크라메. 예상치도 못했던, 잃어버린 마음의 평화를 선물 받았다.

버밀라 마크라메 아카데미
www.bumilla.com
www.instagram.com/bumilla_macrame
070-7574-9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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