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People interview INTERVIEW
자연과 평화로운 공존 꿈꾸는 까르돈 캠핑장야생동물 다큐멘터리 감독 겸 캠지기 최기순 인터뷰
  • 임효진 기자 | 양계탁 팀장
  • 승인 2017.07.18 06:59
  • 호수 147
  • 댓글 0

자연의 속도에 맞춰 들꽃처럼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전이자, 바이블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Walden>. 그는 문명의 이기를 등지고 자연 속에서 오롯이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면서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한국에도 월든이 부럽지 않은 곳이 있다. 자급자족 생태학교를 꿈꾸는 강원도 홍천 까르돈 캠핑장이다.

자연에서 난 것으로 거치대를 만들고 20년 넘은 소련제 주전자를 올렸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까르돈 캠핑장의 사진을 보고 스크롤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눈도 없고 나뭇잎도 없어서 황량한 시간, 겨울을 목전에 둔 11월 즈음인 거 같았는데 매우 평화롭고 이국적인 풍광이 눈길을 붙잡았다. 마치 킨포크 탄생지인 미국 포틀랜드 어느 마을을 보는 듯했다.

“홍천이 고향이에요. 20년 전 쯤 제 작품을 전시도 하고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해서 알아보던 중 이곳을 발견했죠. 처음부터 이렇게 넓은 땅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고, 안쪽에 있는 땅이 마음에 들었는데 다 사야한다고 해서 전세금까지 빼서 다 샀죠. 밭이었던 땅인데 자작나무도 심고, 작업 공간으로 쓸 집도 짓고, 촬영에 필요한 연못도 만들면서 지금 같은 모습이 됐어요.”

캠핑장과 분리된 독채, 트리하우스로 가는 길. 계곡 물 소리가 시원하다.

집이나 차가 갖고 싶다는 생각만 해봤지, 숲을 온전히 소유한다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4500평 숲을 마치 집처럼 가꾸고 있던 그. 숲 구석구석 어디 하나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딛지 않은 땅이 없다. 숲이 곧 그이고, 그가 곧 숲이었다.

시베리아 야생 차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 맛 본 시베리아 야생 차

“까르돈은 러시아로 자연보호구역 안에 자연을 지키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라는 뜻이에요. 제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지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까르돈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곳을 까르돈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생명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서 캠핑장도 열었어요.

야생동물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이기도 한 최기순 캠지기.

캠핑 붐이 일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캠핑의 진정한 가치에 공감했는지는 의문이에요. 일회성으로 다녀온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집중돼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자연을 일방적으로 착취하지 않고 공존, 상생하는 법을 익힐 수 있는 캠핑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행복한 표범.

그는 사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야생동물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몇 년을 공들인 그의 작품은 주요 방송사의 창사특집을 장식하곤 한다. 얼마 전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송한 ‘호랑이의 땅’이 그의 작품이다. 지금은 남한 땅에서 사라져버린 표범과 호랑이가 그의 ‘주종목’이다.

트리하우스

“아무르 표범은 백두대간이 최고의 서식지였어요. 하지만 1962년을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는 자취를 감추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해요. 합천 오도산에서 숫표범 한 마리가 발견됐어요. 결국 그 표범은 동물원으로 옮겨졌고, 9년 뒤에 욕창으로 비참하게 생을 마무리합니다. 그때 조금 다르게 생각해서 산 전체를 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했으면 오늘날 결과가 어땠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세계보호자연기금(WWF)과 같은 곳에서 엄청나게 주목했을 겁니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물론 표범 가족들도 행복하게 잘 살았겠죠. 동물원에서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닐 수가 있는 거죠. 당시 표범이 옮겨간 곳이 창경궁 동물원이었는데, 표범을 이해하는 학자가 한 명도 없었는지 생각할수록 너무 안타깝습니다.

호랑이나 표범은 사람을 헤칠 수도 있는 맹수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제 생각은 달라요. 러시아 최고의 호랑이 전문가는 산에 갈 때 어떤 무기도 들고 가지 않고 맨 몸으로 갑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오히려 호랑이는 사람을 보면 숨습니다. 수풀이 우거진 여름에는 인간이 발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예요.

계곡 옆에 만든 연못. 각종 수생생물이 노닐고 있다.

표범은 어떨까요? 표범은 새끼가 태어나면 어미가 2년을 데리고 다닌 후에 독립시킵니다. 겨울을 두 번 나야 해요. 합천에서 발견된 숫표범은 1년생이었으니 반경 50m 안에 어미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을까요. 표범은 은밀하게 움직이고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사람을 공격했다는 기록이 없어요. 언젠가는 한반도 어딘가에 아무르 표범이 다시 돌아올 날을 상상하곤 합니다.”

느릅나무 뿌리 차를 즉석에서 만드는 중

그가 작업한 표범 작품을 찬찬히 둘러봤다. 고양이 같기도 하고 어딘가 친숙한 느낌이다. 흔히 알던 맹수의 느낌은 거의 없다. 표범이 가장 행복한 때를 찍은 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온화한 눈빛에 강인한 턱선, 그도 마치 표범을 닮았다. 비범한 그처럼 까르돈 캠핑장도 단순한 캠핑장이 아니다. 그의 내공과 ‘빅픽처’가 녹아있는 곳이다.

캠핑장 사이트.

“까르돈은 캠핑장과 연인을 위한 트리 하우스,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독채가 있어요. 나중에는 이곳을 전부 생태학교로 만드는 게 꿈이에요.

가족을 위한 독채. 영화 호빗에서 본 집처럼 아기자기하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에너지는 과거의 에너지잖아요. 화석에서 비롯된 석유가 대표적이죠. 과거 에너지양은 정해져 있고 점점 고갈돼 가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과거 에너지에 의존하기보다 현재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봐요. 나무에 답이 있죠.

나무는 가지를 버리면서 올라가요. 우리는 그 가지를 활용해서 밥도 하고 실질적으로 나무를 쓸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거죠. 언젠가는 문명에 의존할 수 없는 위기의 순간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엄청난 자연재해가 올 수도 있고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자연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해요. 1명만 자연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아도 1천명을 살릴 수 있어요.

내부는 매우 이국적이고, 낭만적. 천장에 창이 나 있어 침대에 누워 별을 볼 수 있다.

사실 10년 전부터 이 모든 걸 기획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대안학교도 많이 생기고, 숲놀이도 활발해졌죠. 그래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정보와 지식이 난무하지만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20년 동안 자연의 품에서 부대끼면서 익히고 느낀 저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수영장도 있다. 사진 최기순
손수 지은 트리하우스

임효진 기자  hyo@outdoornews.co.kr

<저작권자 © 아웃도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효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