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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트레킹 코스 따라잡기홍은동 사저 주변 백련산 공원·종로구 부암동
  • 임효진 기자 | 양계탁 팀장
  • 승인 2017.06.22 06:59
  • 호수 146
  • 댓글 0

문재인 대통령은 평소 트레킹과 등산을 즐기는 걸로 알려져 있다. 2004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마치고 에베레스트·안나푸르나·라다크 코스를 올랐고, 지난해에는 해발 5900m인 네팔의 랑탕을 다녀왔다.

백사실 계곡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

대통령 선거 투표 날에는 홍은동 사저 뒤에 있는 산에 올라 마음을 달랬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첫 주말 일정으로 기자들과 북악산 등산을 즐겼을 만큼 산과 자연을 사랑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지율 고공행진을 달리는 신임 대통령이 좋아했던 길이라고 하니 안 가볼 이유가 없었다. 그가 걸었던 길을 에디터도 걸어봤다. 이른바 ‘이니로드’다.

은평정을 따라서 가는 길

< 대통령의 트레킹 >
부암동 주민센터 - 클럽 에스프레소 - 라 갤러리 - 산모퉁이카페 - 백사실 계곡 - 세검정 성당 - 홍지문 - 버스(지선 7730번 버스승차~유진상가 하차, 서대문 10번 승차~팔각정 하차) - 팔각정 - 은평정 - 금송힐스빌 - 백련산근린공원

문블렌딩을 맛볼 수 있는 클럽 에스프레소

문 블렌딩이 궁금해 찾아간
대통령의 트레킹은 ‘문 블렌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부암동 클럽 에스프레소에서 시작한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건너편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개성 가득한 상점들이 이어지는 길 끝에 부암동 주민센터가 있다. 여기서 대각선으로 발을 옮기면 창의문 앞 삼거리에서 붉은 벽돌로 장식한 고즈넉한 2층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주 찾았다는 카페다.

‘문 블렌딩’은 문재인 대통령이 즐겨 마시던 원두의 비율로 콜롬비아, 브라질,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원두를 4:3:2:1로 섞은 것이다. 부암동 클럽에스프레소는 원래 해당 원두를 3:3:2:2 비율로 혼합해 커피를 만드는데, 문 대통령이 4:3:2:1로 블렌딩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일화를 클럽에스프레소 대표가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클럽에스프레소는 로스팅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답게 안쪽에는 기계가 있고, 2층에는 활짝 열린 창으로 한 눈에 인왕산을 조망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혼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나뉘어 있다.

문 블렌딩, 문 라떼, 문 카푸치노 중 아이스 문 블렌딩을 맛보았다. 향이 진하고 맛은 산미가 가득한 독특한 맛이었다. 숭늉처럼 구수한 커피일 거라 예상했는데, 개성 가득한 커피였다. 국내 커피 1세대 전문가 사이에서는 익숙한 ‘황금비율’이라고 한다.

북악산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즐겨보자.

북악산 성곽길을 한눈에!
이정표를 확인한 후 부암동 백석동천 길로 들어섰다. 이 길은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와 미술관 같은 문화 공간이 있는 길. 평일 한낮 조용한 때 오면 한껏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북악산길 산책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

카페를 기점으로 뒤쪽에는 윤동주 문학관, 청운문학도서관이 있고, 앞으로 100m 정도 가면 환기미술관이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박노해 시인의 사진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라 갤러리, 나눔문화 카페도 만날 수 있다.

갈래길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사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주말 일정을 보냈던 ‘무병장수길’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이 구간은 일반인에게는 아직 개방이 안 되고 있다. 청와대에서 시작해 북악산 숙정문에서 끝나는 약 4.4km 구간인데 언젠가 이 길도 걸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다.
떡 파는 동양방앗간을 지나 위로 올라가자.

계속 이어진 포장도로를 따라 이 전에 산길이었을 것 같은 높은 길을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장쾌한 조망의 북악산 성곽길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드라마에 나와서 유명해진 산모퉁이 카페가 나온다.

이어진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산모퉁이 카페가 나온다.

카페 내부에 마련된 편안한 공간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인왕산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성곽길과 능선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려보자. 산과 도심이 조화를 이룬, 쉽게 볼 수 없는 훌륭한 경치에 나도 모르게 사진 셔터를 누른다.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예쁜 카페가 곳곳에 있다.
라 갤러리에 들러 박노해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중

서울 한복판 정청지대, 백사실 계곡
산모퉁이 카페를 나와 응암사까지 조금 더 내려가면 백사실 계곡과 이어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별서터를 지나 현통사로 내려간다. 백사실 계곡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서울의 내사산인 인왕산, 북악산, 남산, 낙산 중 북악산에 있는 청정지역이다.

G. 하우스 게스트하우스를 지나서 갈래길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백사실 계곡 가는 길

서울시 보호종인 도롱뇽, 북방산개구리, 무당개구리, 오색딱따구리 등 다양한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계곡부는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산벚나무, 능선에는 소나무, 아까시나무가 넓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조경수처럼 멋진 소나무가 서 있다.

방금 전까지 딱딱한 시멘트 길과 귓전을 울리는 자동차 엔진 소리를 느끼다가 숲으로 들어오니 나무 장막이 공해는 차단해 주고,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줬다. 등산로와 공원의 중간쯤 되는 난이도로 잘 정비된 길이라 굳이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걷는데 크게 지장이 없다. 점심시간이면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인근 회사원들도 종종 보인다.

별서터 인근에 파릇한 풀이 자라났다.

작정하고 등산을 떠나지 않아도 도심에서 조금만 걸으면 이렇게 훌륭한 숲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감동이다. 1박 2일에 나온 후로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는 길이 됐지만, 백사실 계곡은 여전히 서울의 독보적인 청정지대다.

이항복의 별장이 있었던 곳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바위에 백석동천이라는 한자로 새긴 글씨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넓게 트인 공간이 나온다. 영의정을 지낸 백사 이항복의 별장이 있었던 별서터다. 이런 곳에 별장이 있었더니! 양반들의 권세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이 갔다. 백사실이란 이름도 이항복의 호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왕이 부럽지 않았을 것 같다.

평일에 오면 조용한 숲길을 걸을 수 있다.

별서터 옆으로는 1급수 계곡이 흐르고 있다. 어릴 적 자주 보았던 가재와 말로만 들었던 도롱뇽을 볼 수 있을까하고 계곡을 들여다보니 가뭄으로 물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한눈에 봐도 맑은 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도룡뇽은 못 봤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인간 눈에 잘 띄어봤자 살기만 힘들지. 꼭꼭 숨어 있어라.

대통령 내외가 다녔던 세검정 성당.
세검정 성당

홍은동 사택 인근 백련산 트레킹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오면 현통사라는 절이 보이고, 조금 더 내려가면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 홍지문 방향으로 내려오면 세검정으로 이어지는 마을이 열린다. 평지로 내려와 자하슈퍼 옆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다녔다는 세검정 성당이 보인다. 성당인 줄도 모르고 지나쳤을 만큼 깔끔하게 군더더기 없는 외관이다.

홍지문
홍지문

따뜻하고 소박한 성품의 대통령 내외분과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모습을 잠깐 떠올려보았다. 대통령은 자주 볼 수도 없고, 만난다 해도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 전에 자주 다녔던 곳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어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실로 놀랍고 반갑다. 어느 일요일 아침, 문득 이곳을 지나다보면 대통령 내외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홍지문 앞에서 버스를 타고 백련산으로 갔다.

세검정 성당을 지나 큰 길로 나가면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홍지문이 보인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문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하기 전까지 살았다던 은평구 홍은동 사택 인근 백련산으로 간다.

홍제역 인근 유진상가 정류장에 내려서 마을 버스로 환승해서 간다.
백련산 초록숲길 입구

문 대통령 사택 뒷산으로 알려진 이곳은 은평구 초록숲길로 백련산 구간이라고도 불린다. 총 길이 5.43km로 서울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은평정이 코스 중간에 자리한다. 소요 시간은 천천히 걸으면 약 3시간 정도. 난이도는 중급이고 안산자락길과 초록숲길 안산구간으로 연결돼 서울 시내를 천천히 트레킹할 수 있는 당일치기 코스로도 꽤 괜찮다.

문 대통령도 여기서 운동을 했을까.

북한산 생태다리 연결로 앞에서 인증샷
에디터가 걸어본 길은 팔각정에서 시작해 은평정에 들렀다 백련공원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분이 앉아 있었던 바위에 갔다 내려오는 약 2km 구간이다. 백련산은 동남쪽에 백련사라는 절이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왕족들이 매를 날리며 사냥을 즐겼던 매바위가 있어 응봉이라고도 불린다.

은평정에 올라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바라봤다.

팔각정에 내려 통통하게 익은 버찌가 떨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본격적인 숲길이 펼쳐진다. 이 일대를 백련산 근린공원이라도 불러서 공원처럼 너무 길이 인공적으로 돼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은평정에서 바라본 서울

공원보다는 등산로라고 보면 된다. 적당한 높낮이가 있어 제법 숨이 차기도 하고, 반면에 길에 폭신폭신한 야자수 짚단이 깔려 있어 걷거나 뛰기에 아주 편하기도 하다. 산악자전거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지자체의 현수막을 봐서는 산악자전거를 즐기기에도 좋은 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폭신폭신한 짚단이 깔려 걷기가 편하다.

여기서 20분 좀 넘게 걸으면 바로 은평정이 보인다.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왼쪽부터 양화대교, 선유도, 성산대교, 월드컵경기장, 하늘공원, 불광천, 가양대교, 방화대교, 행주산성까지 한 눈에 보인다. 은평정을 기점으로 산골고개 생태연결로라고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30분 정도 내려오면 아파트가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한다. 그 길로 바로 내려오면 취임 후 며칠 간 자택에서 출퇴근하면서 화제를 낳았던 금송힐스빌 아파트가 나온다. 지금은 대통령이 청와대로 떠난 후이고, 주민들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조용했다.

백련공원을 가기 바로 전 만날 수 있는 자택.

이 집이 문재인 대통령의 딸이 사놓은 집이었다고 하는데, 산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염두에 두고 산 건 아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이곳에 살기로 결정했을 때 참 좋아했을 것 같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인 만큼 인증샷만 살짝 남기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앉아있었던 곳을 찾아서 다시 백련공원 위로 이어진 산길을 걷는다.


대통령은 지난 5월 선거를 마치고 등산복으로 갈아입은 후에 집을 나섰다. 같이 길을 따라나선 기자들에게 백련공원을 지나 북한산 생태연결 다리가 있는 지점을 바라보며,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에 대한 이야기와 아까시 나무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대통령 내외가 이 길을 따라 외손주를 보러 딸 내 집에 가기도 했다고 한다. 에디터도 대통령이 앉았던 바위에 걸터앉아 서울 시내를 찬찬히 돌아보았다. 멀리 북한산 비봉이 보이고, 그 아래로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을 만큼 빼곡하게 들어선 집과 건물이 보인다.

북한산 생태다리 연결로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도시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을 바라보고 있으니, 선거가 끝나도 전혀 홀가분하지 않다고 했던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통령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시 이곳을 찾아 조금은 편해진 마음으로 이곳을 바라볼 수 있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본다.

대통령이 앉았던 바위. 블랙야크 잠바도 입고 올 걸 그랬다.
영부인처럼도 앉아봤다.

임효진 기자  hyo@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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