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 NO! 건강한 지중해의 맛
조미료 NO! 건강한 지중해의 맛
  • 김경선 차장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7.06.15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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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의 맛이 살아 숨 쉬는 합정동 ‘그릭조이’

그리스를 여행한지 벌써 14년이 지났다. 유럽배낭여행 루트를 짜며 그리스 산토리니를 넣을까, 말까 얼마나 많이 고민했던가. 아찔한 절벽과 새하얀 집,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한 컷의 사진. 그 이국적인 풍광에 반해 결국 여행의 마지막 여정을 그리스로 정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리스 아테네로 향하는 직항편은 여전히 없다. 비행시간만 15시간이 걸리는 멀고 먼 나라지만 그리스 음식을 맛보며 추억을 소환해보고 싶었다. 기억을 되살리는 건 결국 맛과 향이 아닌가.

양고기 스테이크와 기로스.
양고기 스테이크를 내는 전경무 셰프.

서울에서 그리스 음식을 내는 집이 드물다. 과거에 비해 여러 곳이 생겼다지만 여전히 희소성 있는 음식임엔 틀림이 없다. 다행히 회사와 가까운 거리에 그리스 요리를 내는 음식점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합정역 7번 출구에서 불과 100여m 거리에 위치한 <그릭조이>는 요리 경력 18년차 전경무 셰프가 운영하는 그리스 음식점이다.

매장에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메운 산토리니 이아마을 사진과 그리스 향취가 담긴 소품들로 현지에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분위기는 일단 합격. 중요한 건 맛이다. 그리스 여행을 했다지만 배고프고 가난한 배낭여행객에게 고급스러운 요리는 사치일 뿐이었다. 여행자에게 만만한 메뉴는 그리스식 샌드위치 기로스. 터키식 케밥과 흡사하지만 향신료가 적어 더욱 담백하다. “케밥과 기로스의 가장 큰 차이는 빵이에요. 케밥의 빵은 얇고 크면서 쫄깃해요. 반면 기로스에 쓰이는 피타빵은 케밥에 비해 작고 도톰해요. 저희 집에서는 터키식과 유사하게 좀 더 크고 얇은 빵을 쓰고 있어요.”

에디터가 선택한 요리는 추억을 되살리는 기로스와 양고기 스테이크. 담백한 피타빵에 치킨, 토마토, 양상추 등을 넣어 만든 기로스는 간편하지만 지중해의 맛과 향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한 입 베어 물자 입 안 가득 고소함이 퍼졌다. 무거운 배낭을 들쳐 메고 바쁜 걸음을 내딛으며 먹던 그 맛이다. 추억 소환 완료. 두 번째 요리는 처음 맛보는 양고기 스테이크. 두바이에서 노린내가 진동하던 양고기를 먹은 후 편견에 사로잡혔던 기자에게 <그릭조이>의 양고기 스테이크는 편견을 파괴하는 고급스러운 맛을 선물했다. 잡내라곤 전혀 없는 건강한 맛. 쫄깃한 소고기 식감에 고소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양고기는 크게 1년 미만의 램과 18개월 이상의 머튼으로 나누는데, 머튼은 구웠을 때 누린내가 많이 나요. 어린 양을 사용해야하는 이유죠.”

그리스 요리 경력 18년차 전경무 셰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지중해식 요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경무 셰프는 그리스 요리를 ‘담백하고 심플하다’고 정의했다. 현란하지 않지만 원재료의 맛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향은 중립적이다. 같은 지중해 지역이라도 시리아, 이집트 등 중동 지역이나 북부 아프리카 음식의 향은 강한 반면 그리스 음식은 향이 자극적이지 않다. 처음 접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유다.

어린 양을 사용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양고기 스테이크.

<그릭조이>를 운영 중인 전경무 셰프는 한국전력에서 10여년을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캐나다 이민을 떠난 후 요리학교와 실무 경험을 거쳐 그리스 음식점을 열었다. “원자력발전소 설립팀에서 10년을 일했어요. 안정적이었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죠. 1999년부터 캐나다에서 그리스 음식점을 운영했어요. 4년 반 정도 했는데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였죠. 2002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이대에서 1년, 홍대에서 12년간 그리스 음식점을 운영했어요. 합정동에 자리를 잡은 건 2015년부터네요.”

요리사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요리를 접한 전경무 셰프는 그리스 음식을 18년간 해오며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를 한 접시의 요리에 정성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스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릭조이>.

그릭조이
주소:
서울 마포구 성지1길 6 2층
운영시간: 매일 11:30~22:30(브레이크타임: 15:00~17:00)
휴무: 일요일
가격: 기로스 1만원(런치 7천원), 양고기 스테이크 1만9천원(런치 1만5천원), 치킨 수블라키 1만3천원(런치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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