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158년에 열린 아흔아홉 굽잇길
서기 158년에 열린 아흔아홉 굽잇길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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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삼천리 | ① 죽령 옛길

▲ 보국사지 주변 옛길에는 관리를 필요로 하는 노송이 많았다.

소백산역~느티쟁이 주막거리~죽령고개~용부원마을·보국사지~죽령역~양지마을 총 3~4시간 소요

▲ 죽령 옛길 입구인 소백산역 마당에서 한국노르딕워킹협회 박상신 강사의 진행으로 몸을 풀었다.
걷기 문화가 보편화 되고 있는 요즘 제주의 올레길, 지리산·무학산·북한산 등의 둘레길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옛길을 찾아서 복원하여 만든 옛길 걷기도 한창이다. 우리 역사를 알고 전통을 되새기는 옛길 걷기. 겨울비 추적추적 내리는 2월8일, 인간사 희로애락을 글과 연기로 표현하는 방송작가와 배우들로 이루어진 월금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죽령 옛길을 다녀왔다.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마음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결같다. 더욱이 산악회에 참가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애착이 있을 것이다. ‘연예인들이 모여 있는 월금산악회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마음을 품고 모임장소로 나갔다.

옛 고갯길엔 겨울비 추적추적 내리고
드라마 ‘서울의 달’, ‘서울뚝배기’ 등으로 유명한 김운경 작가와 다수의 영화·드라마는 물론 ‘그것이 알고 싶다’로 잘 알려진 배우 문성근 씨를 비롯해 우리네 삶을 연극으로, 드라마로, 영화로 풀어내는 90여 명의 방송인으로 구성된 ‘월금산악회’. 오늘은 그 중 20여 명의 회원이 나왔다. 모두들 바쁜 스케줄에 시간을 내고 나온 터라 준비된 버스에 오르자마자 잠을 청한다. 설레는 마음을 뒤로 하고 버스는 새벽을 가르며 경북 영주의 죽령 옛길로 향했다.

영주에 도착하니 비가 제법 굵다. 버스에서 내려 죽령 옛길의 출발지인 중앙선 소백산역(구 희방사역)에서 월금산악회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역 마당에서 한국노르딕워킹협회 박상신 강사의 진행으로 몸을 풀었다.

▲ 겨울비가 내리는 죽령 옛길을 방송작가와 배우들로 구성된 월금산악회 회원들이 걷고 있다.
비가 내리고 있지만 걷기 준비 완료. 죽령 옛길로 힘차게 출발했다. 죽령 옛길은 158년에 처음 열렸다. 그 이름에 관해서는 신라 장군 죽죽(竹竹)이 처음으로 열었다는 기록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죽령이 우리나라 대나무 자생의 북방한계선이라는 이유로 먼 옛날엔 대나무가 많았을 것이라는 추측에 의한 설이 존재한다.

1999년 영주시에서는 소백산 철쭉제에 맞추어 죽령 옛길을 복원했다. 소백산역에서 이정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 보면 중앙고속도로 공사 현장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의 길을 영주시가 복원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옛길을 복원했다고 하기에 다소 부족해 보인다. 복원 지점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몇 개의 이정표에 의지하며 이동해야 했다.

조금 더 가니 사과 과수원이 나온다. 가을에 오면 풍광이 좋다고 하는데 늦겨울 빗속이라 운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곳을 지나서 시냇물을 왼편에 끼고 산모퉁이를 돌아 오르면 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길이 나온다. 여기서 10분쯤 더 가면 골짜기가 제법 넓게 열리는데 이곳이 ‘느티쟁이(槐亭) 주막거리’다. 과거 여기에 큰 느티나무가 있어서 얻어진 이름이라 한다. 이곳엔 1930년대까지만 해도 두어 집 주막이 있었고, 6·25전쟁 뒤에도 농가가 서너 집 있었다고 한다. 1969년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고 화전민이 떠난 자리에 심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낙엽송 군락도 보인다.

▲ 빗속에 이따금 얼굴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광은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다.

죽령고개를 넘어 용부원마을로
죽령 고갯마루까지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죽령고개(689m)는 문경새재(642m), 추풍령(221m)과 함께 영남과 서울을 이어주는 삼대 관문 중의 하나인데, 셋 중 가장 높다. 고갯마루부터는 행정구역이 경북 영주에서 충북 단양으로 바뀐다.

죽령고개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도로에서 용부원마을로 이어지는 옆길을 따라 걸었다. 마을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우측 산기슭에 장육불상이 서 있는 절터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보국사지다. 보국사는 신라가 고구려를 침공하고 영토를 확장할 때 고구려를 공격하기 위하여 주둔시켰던 최전방의 군사와 문물·행정을 총괄하기 위해 세웠던 사찰이라고 한다.

▲ 보국사지의 장육불상은 머리 부분이 소실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장육불상은 원래 몸체, 좌대, 지대석 이렇게 3개의 돌로 만들어졌는데, 몸 전체가 네 부분으로 파손된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일으켜 세워 놓았다고 한다. 머리 부분이 소실된 채 겨울비를 맞으며 서 있는 그 모습이 더없이 처량해 보였다.

보국사지 주변에 백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소나무들이 많았다. 하지만 민족의 역사와 함께 했을 그 나무들의 보존 상태는 형편없었다. 보국사지를 지나 양지마을까지 내려오면서 회원들은 이런 말들을 했다. ‘옛길이라고 써 놓지 않아도 옛길다운 모습으로 복원해놓고 그 이후에 홍보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죽령 옛길을 4시간 남짓 걷는 동안 신작로를 반절 이상 걸었다면 옛길이라는 이름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들이다.

걷기를 마치고 죽령 옛길을 함께한 월금산악회와 저녁식사를 하며 막걸리를 나누었다. 우리네 삶을 연극으로, 드라마·영화로 풀어내는 월금산악회 회원들의 모습은 이미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자연에서 함께 걷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우리네 삶을 글과 연기로 표현하고, 한편으로는 즐기면서 사는 월금산악회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배우 문성근
“매주 월·금요일 산행하는 월금산악회를 맡고 있습니다”

2003년 12월 어느 날이었어요. 금산산악회의 김운경 작가가 배낭과 고어텍스 재킷을 주면서 산행을 권유해 시작했지요.

현재 저는 월금산악회 회원들과 매주 월요일, 금요일에 북한산을 위주로 산행하고 있어요.

월금산악회는 영화 ‘작은 연못’의 배우와 작가들이 함께 산행하면서 시작한 산악회로 현재 9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연예인 산악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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