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이 먹은 플라스틱
오늘 당신이 먹은 플라스틱
  • 임효진 기자
  • 승인 2017.05.0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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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일어나는 일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안전’하다고 알려진 특정 플라스틱조차 결코 완벽하진 않다. 이제부터는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는지 조금 더 살펴보는 게 좋겠다. 태평양 한 가운데 떠 있는 한반도 7배 크기의 쓰레기 섬을 알린 책 <플라스틱 바다>의 일부 내용을 읽어보자.

<플라스틱 바다> 본문 발췌
비스페놀 A는 80억 달러짜리 산업이다. 베이어, 다우케미컬 및 기타 화학 회사에 의해 해마다 270만 톤의 비스페놀 A가 생산된다. 그 중 4분의 1은 금속 캔의 에폭시 코팅에 쓰인다. 나머지 많은 부분은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안경 렌즈, 대형 생수통, DVD, CD, 장난감), 영수증 및 무탄소 복사지, 치과용 밀폐제 등에 쓰인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섬유 마감에도 사용된다.)

환경보호국은 해마다 450톤의 비스페놀 A가 환경에 침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 결과 미국인의 95퍼센트가 비스페놀 A 노출도 테스트에 양성 반응을 보이며 프탈산 테스트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업계는 비스페놀 A가 인체 내에서 빠르고 무해하게 대사되어 배출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엄청난 오염 상태를 설명하려면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우리 일상을 떠올려보면 된다.

...(중략) 플라스틱은 벽 속에 단열재로 들어 있고, 수도꼭지까지 수돗물을 운반하며, 수경 재배로 키우는 채소와 양식 어패류를 위한 PVC 배수로를 제공한다. 도시의 상수도 시스템에서 먹는 물의 침전물을 걸러내기 위한 응결제도 중합체이다. 에폭시 밀폐제는 저수조와 파이프 내벽을 구성한다. 1990년대의 한 연구는 땅을 오염시키는 연료와 살충제가 땅에 묻힌 폴리에틸렌 상수도관을 침투해서 수돗물에 들어간 것을 발견했다. 도시 상수도는 생물이나 금속, 미네랄, 혼탁에 대한 테스트는 실시하지만 오염 물질인 화학 물질에 대한 테스트를 항상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수도 없이 끈질기게 계속 일어나는 작은 노출(음식, 숨 쉬는 공기, 피부 접촉)이 점점 더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급격히 증가하는 과학적 결과들에 따르면 이런 많은 화학 물질은 이미 내분비계 교란이라고 알려진 과정을 통해서 실제로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내분비계 교란 화학물은 거의 모든 사람들의 거의 모든 일상에서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분비계 교란 화합물은 그 정의상 인간이 만든 것이든 자연적인 것이든 자연 호르몬을 흉내 냄으로써 생물학적 과정을 바꾸는 물질을 말한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태아의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흔히 내분비계 교란 화학물은 ‘성별 왜곡자’라고도 불린다. 이 화합물이 에스트로겐성을 띠고 남성을 여성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인 용어 사용일 뿐이다. 내분비계 교란 화합물은 건강과 관련하여 생물학적 체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비스페놀A가 안전하게 인간의 몸을 빠져나간다는 업계의 주장을 고려할 때 우리 중 일부가 일정 기간에는 비스페놀A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비스페놀A가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업계가 광고하는 것보다 오래 우리 몸속에 머문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논란 많은 비스페놀A 연구계의 권위자인 프레더릭 봄 살은 겉으로 보기에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 분야 최고 학술지인 <환경 건강 전망>의 2011년 2월 팟캐스트에서 설명했다. 봄 살은 신속한 체내 대사 모형은 업계의 거짓 주장이라고 말했다.

...(중략) 그의 쥐 연구는 비스페놀A가 수컷에게는 정자 생산을 감소시키고 전립선암을 유발하며 암컷에게는 성적 조숙과 자궁 근종, 난소 낭종, 유산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인간 건강에서 나타나고 있는 추세였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태아가 태반을 통해 비스페놀A에 아주 조금만 노출되어도 유전자 코드가 바뀌어서 특정 질병이나 이상 행동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비스페놀A와 프탈산이 금지되었다면 우리는 플라스틱 제품의 안정성에 대해 좀 더 마음을 놓을 수 있었을까? 텍사스대학교에서 실시한 2010년 연구는 그렇지 않다고 시사한다. 조지 비트너 박사팀은 음식이나 음료와 함께 사용되는 455개의 플라스틱 제품을 테스트했다. 그 중에는 젖병부터 스티로폼 컵, 플라스틱 랩, 식품용 비닐 봉지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출처도 익명의 소매 할인점, 대형 마트, 체인점, 동네 가게 등으로 다양했다.

조사 목표는 특정 화학 물질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이들 제품에 에스트로겐 활동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 제품을 조금씩 자른 뒤 가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일들, 즉 설거지, 냉동, 전자레인지 사용, 밀폐된 차 안에서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과 같은 물리적 스트레스를 똑같이 가했다. 스트레스를 적당히 가한 후 표본들을 에스트로겐 활동성을 테스트하는 최고의 방법인 유방암 세포 속에 넣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표본이 세포 증식을 유발했다. ‘비스페놀A 없는’ 젖병, 플라스틱 랩, 식물성 플라스틱, 고밀도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같은 ‘안전한’ 플라스틱도 마찬가지였다. 실은 비스페놀A가 없는 젖병이 비스페놀A가 있는 젖병보다 에스트로겐 활동성이 더 강했다.

나는 비트너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그가 자신의 실험 결과 때문에 놀랐는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네, 30퍼센트 정도일 줄 알았지, 90퍼센트를 훌쩍 넘을 줄은 몰랐습니다.”...“플라스틱 부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5~30개의 화학 물질 중 거의 모두가 그 어떤 플라스틱 제품에서든 침출될 수 있었습니다. 중합 반응은 거의 언제나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에틸렌, 프로필렌, 스티렌 등 남아 있는 원료의 단량체뿐만 아니라 ‘도우미’ 화학 물질들, 즉 플라스틱 중합체 사슬과 묶여 있지 않고 그저 촉매 작용, 질감 내기, 색상, 느낌, 내구성, 자외선 저항성을 내는 물질들도, 그리고 가공 장비의 윤활 작용을 하거나 가공 공정 동안 산화를 방지하는 데 쓰이는 물질들도 그랬다. 이 모든 물질들이 플라스틱과 접촉하는 것이면 무엇에든 침출되어 나왔다. (중략) 이 사실을 알고 나자 나는 바다에 살고 있는 수백 톤의 낡은 플라스틱 제품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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