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된 플라스틱, 재활용의 이면
옷이 된 플라스틱, 재활용의 이면
  • 임효진 기자
  • 승인 2017.04.25 06: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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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재활용은 대안일까

비교적 건강에 안전한 플라스틱부터 노동자와 사용자의 건강까지 헤치는 플라스틱까지 살펴봤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재활용이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누적된 무게는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만 8천 개의 무게와 비슷하다. 지구에서 1년에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수량은 3억 톤을 넘어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곧 4억 톤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총 플라스틱 생산량의 가장 큰 몫인 26%를 차지하고 있는 포장재는 14%만이 재사용·재활용 되고 있고, 14%는 소각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매립 또는 관리할 수 없는 형태로 유실되고 있다. 또한 2010년 한 해에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적어도 800만 톤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월드 이코노미 포럼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도에는 바다에 있는 쓰레기 양과 물고기의 양이 같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아주 혁신적인 누군가는 바다에 버려진 수많은 플라스틱 병을 보고 재활용해 옷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와 폴리에스터를 만드는 원료가 같다는 생각에 착안한 발상이었다. 가장 성공적이자 대표적으로 플라스틱 병을 재가공해 옷을 만들기 시작한 브랜드는 파타고니아다.

1993년 파타고니아는 의류업계 최초로 버려진 페트병을 모아 폴리에스터 원단으로 재가공했다. ‘신칠라’라고 불리는 새로운 소재가 탄생했고 신칠라 스냅 티 한 벌을 만들 때 플라스틱 페트병 34개가 사용됐다. 신칠라는 감촉이 부드럽고 보온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신칠라로 만들어진 스냅티는 파타고니아를 대표하는 제품이 됐고, 업계는 찬사를 보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생각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에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페트병을 재활용한 의류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폴리에스터가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플라스틱을 원료로 한 제품을 세탁할 때 바다 생태계에서 나아가 인간의 몸과 지구 환경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혹은 미세 섬유)이 방출된다는 것이다.

그린피스 선박 벨루가 II호가 채취한 물 시료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2016년 8월 18일. 출처 그린피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와 파타고니아 측은 공동으로 폴리에스터를 세탁할 때 얼마나 많은 미세 섬유가 세탁기 밖으로 나와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지 연구했다. 실험에는 2015년에 생산된 4종류의 파타고니아 재킷과 타 브랜드 재킷 1종이 포함됐다. 연구에 쓰인 제품은 파타고니아 테크니칼 논 플리스 신테틱 재킷, 신테틱 플리스 풀오버, 신테틱 플리스 미들레이어 재킷, 신테틱 스웨터 플리스 재킷과 일반 합성 섬유 재킷이다. 파타고니아 테크니칼 논 플리스 신테틱 재킷은 100% 나일론 합성 섬유고, 나머지는 합성 폴리에스터로 구성돼 있다.

실험은 세탁기 종류, 제품별, 파타고니아와 비교군, 오래된 제품과 새 제품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파타고니아 플리스 재킷 하나당 평균 1.7g의 미세섬유가 떨어져 나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고 밝혔다. 또한 각 재킷마다 차이는 있지만 모두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새 옷 보다는 오래된 재킷에서, 드럼 형보다는 통돌이 세탁기로 세탁할 때 더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폴리에스터에서 빠져 나온 미세 섬유가 바다로 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선 미세 섬유와 아주 비슷한 미세 플라스틱을 통해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피스 측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마이크로 비즈)은 지난 수십 년간 치약, 얼굴 및 전신 각질제거 세안제, 청소용품, 세제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됐다. 이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는 물에 씻겨 내려가 하수도로 유입돼,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문제는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이 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었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해양생물은 소화기 장애, 물리적 상해, 섭식 행동 변화, 에너지 분배 감소, 그리고 이로 인한 성장 및 생식 능력 저하 등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 내에서 상위 영양단계인 인간에게 전이된다. 실제로 사람이 섭취하는 해산물과 바다소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인 새로운 환경 문제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5조 개에서 51조 개에 이르는 작은 플라스틱 입자가 바다를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식용으로 판매되는 상업 어종에 대한 시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판매 어종의 55%에서, 개체수로는 28%의 물고기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노르웨이 바닷가재의 약 83%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는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 플라스틱을 먹는 지경까지 왔다. 일부 미세 플라스틱의 경우 주변 바닷물보다 최대 100만 배 높은 농도의 독성 화합물을 흡수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그린피스 측은 얼마간 마이크로 비즈에 대한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2015년 12월 미국은 마이크로 비즈를 함유한 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 대상은 물로 헹구는 제품에 국한됐다. 현재 대만, 캐나다 호주 정부뿐 아니라 영국, 벨기에, 스웨덴, 네덜란드와 같은 다수의 유럽 국가에서도 법적 조치 시행을 고려하고 있다.

*마이크로비즈
크기가 5mm(밀리미터) 이하인 플라스틱을 ‘미세 플라스틱’이라 하는데, 마이크로비즈는 고체 형태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마이크로비즈처럼 목적에 따라 애초에 작게 만들어진 미세 플라스틱을 ‘1차 미세 플라스틱’이라 하고, 큰 플라스틱이 육지나 바다에서 자연작용에 의해 깨져 작아진 것을 ‘2차 미세 플라스틱’이라 한다. 즉 ‘미세 플라스틱’은 1차와 2차 미세 플라스틱을 모두 아우르는 용어로, 여기에서는 일반 소비재의 재료로 사용되는 1차 고체 미세 플라스틱을 일컬어 ‘마이크로비즈’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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룽룽 2018-04-13 21:37:29
정말 몰랐네요. 폴리섞인 옷 세탁기에 돌리면 미세플라스틱이
생긴다니! 이런건 의류업계에서도 알아서 되도록 천연소재로 만들도록해야겠네요. 저같이 모르고 있는 사람도 많을듯 해요.

김종호 2017-04-26 01:59:20
좋은기사네요, 치약 등에만 미세 플라스틱이 있는줄 알았는데...
후리스 같은 의류를 세탁했을때도...나오는군요..ㅠㅠ

지구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요?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미세한 것들이 모여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