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가족이 이어가는 브랜드는?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가족이 이어가는 브랜드는?
  • 임효진 기자
  • 승인 2017.04.0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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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등산화 명가 라스포르티바, 국내 아웃도어의 자존심 헬리녹스

아웃도어와 관련된 이 세상 모든 신발, 라스포르티바
등산과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 중에 이태리 아웃도어 신발 명가인 라스포르티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라스포르티바는 등산화 명가라는 명성답게 고산 등반을 위한 하이 마운틴 부츠, 클라이밍화, 등산화, 트레일러닝화, 트레킹화에서 일상생활과 가벼운 산행에 신을 수 있는 어프로치화까지 7가지 카테고리별 신발이 100여 가지 스타일로 구성돼 있다. 그야말로 산행에 관련된 신발 중 없는 게 없다.

라스포르티바는 구두 수선공이던 나르시소 엘라디오(Narciso Delladio)가 1929년 칼조레리아 스포르티바(Calzoleria Sportiva)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나르시소 엘라디오는 이태리 파사와 피메 골짜기의 목재를 이용해 목공 수공예 나막신을 만들던 손재주 좋은 사람이었다. 엘라디오는 작은 구두 수선공에 그치는 데서 머물지 않고 자신이 만든 제품을 더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나막신과 가죽 부츠를 들고 라스포르티바를 설립하기 1년 전인 1928년에 밀라노 무역 박람회에 참가했다.

라스포르티바.

본격적으로 당시 브랜드인 칼조레리아 스포르티바라는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된 건 2차 세계대전이었다. 전쟁이 나자 군수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졌는데 엘라디오도 마찬가지였다. 꼼꼼한 손기술을 높이 산 군수품 관계자는 그에게 이탈리아 군대에 마운틴 부츠를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엘라디오는 튼튼한 신발을 만드는 데 혼신을 쏟았다. 그의 노력은 빛을 발했고 그가 적용한 레이싱 시스템은 당시 특허 기술로 등록됐다. 신발 공장도 큰 전환점을 맞은 시기가 이 때다. 엘라디오는 더 많은 사람을 고용했고 공장은 토렌트와 볼자노 대도시까지 진출했다.

얼마 후 전쟁은 끝났지만 부츠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았다. 이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다. 1950년부터는 엘라디오의 아들인 프란체스코가 회사를 맡아서 경영했다. 그는 당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던 아웃도어, 스포츠 업계의 요구에 맞춰 산업이 밀집한 테세로 외곽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고 스키 부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시장이 급속히 커졌고 프란체스코는 ‘라 스포르티바’라는 이름으로 상호를 변경해 밀라노 박람회에 참여하며 브랜드를 알리는 데 박차를 가했다.

라스포르티바 로렌조 대표.

하지만 잘 나가던 스키 부츠 산업이 1970년대 들어서는 수요가 줄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프란체스코의 세 아들인 로렌조, 루치아노, 마르코가 가업을 이어받아 새로운 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다. 세 형제는 젊고 트렌디한 감각을 살려 한창 뜨고 있는 클라이밍으로 눈을 돌렸고 클라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신발을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고 혁신적이었던 보라색과 노란색이 들어간 클라이밍화를 개발했고, 그 클라이밍화는 다시 한 번 라 스포르티바에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안겨준다. 그때부터 이어진 라스포르티바의 명성은 지금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헬리녹스 1호점.

한국 아웃도어의 자존심, 헬리녹스
한국은 급속한 경쟁 성장으로 장인이 탄생할 환경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던 게 사실. 가뭄에 콩 나듯 매우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창업자의 기술에 혁신적인 디자인을 입혀 세계 최고 브랜드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국내 브랜드도 있다. 외국 브랜드들 사이에서 체면치레할 수 있도록 해준 헬리녹스다.

헬리녹스는 잘 알려졌다시피 동아알루미늄이 초석이 돼 탄생한 브랜드다. 동아알루미늄은 세계 최고의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이야기는 헬리녹스 라영환 대표의 할아버지인 라익진 전 상공부 차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까지 동아무역과 동아컴퓨터 회장을 지낸 라익진 대표는 대기업들이 득세하는 환경에서 블루오션을 찾아 고심했고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회사가 전망이 있다고 판단했다. 라익진 대표는 미국 은행에 근무하던 아들인 라제건 현 동아알루미늄 대표를 불러 얼마동안 동아무역 일을 맡긴 후에 동아알루미늄을 창업하도록 독려했다. 1988년도다.

헬리녹스 라영환 대표.
DAC 라제건 대표.

차곡차곡 입지를 다져가던 동아알루미늄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 건 라제건 대표의 아들이자 라익진 대표의 손자인 라영환 현 헬리녹스 대표가 합류하면서부터다. 라영환 대표는 할아버지가 초석을 다지고 아버지가 확장해 놓은 입지를 바탕으로 알루미늄 폴에 캠핑, 아웃도어 산업을 접목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캠핑 체어 계의 일인자 체어원이다. 체어원은 출시와 동시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덩달아 동아알루미늄 매출도 2013년 182억에서 2015년에는 235억으로 늘었다.

괄목할만한 점은 동아알루미늄은 의류 산업이 중심인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아닌 해외 텐트 시장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 DAC는 현재 전 세계 텐트 브랜드 90%에 납품하며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헬리녹스 체어.

헬리녹스 또한 2013년 독립 법인으로 분리된 후 세계 유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이어가며 매번 시장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매출액 또한 남부럽지 않다. 헬리녹스는 2015년도 매출액을 210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2013년에는 세계적인 디자인상인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했고 매년 디자인과 기술에 관련된 상을 수상했다. 적수가 없는 시장에서 헬리녹스는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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