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독일생산·환경, 오르트립을 관통하는 철학
방수·독일생산·환경, 오르트립을 관통하는 철학
  • 오대진 기자|정영찬 기자
  • 승인 2017.04.05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르트립 브랜드 총괄 매니저 마틴 에슬링거MARTIN ESSLINGER

독일 방수가방 브랜드 오르트립(ORTLIEB)의 브랜드 총괄 매니저 마틴 에슬링거(MARTIN ESSLINGER)를 만났다. 마틴 그리고 오르트립의 콧대는 생각보다 높았다. 전 세계 No.1 방수가방 브랜드는 품질과 친환경을 위해 독일생산을 고집했고, 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오르트립을 관통하는 철학을 만나보자.

자동차 브랜드와 아우토반 등 탈것과 교통문화가 먼저 떠오르는 독일인데요. 반면 아웃도어에 대해서는 물음표입니다. 독일의 아웃도어 환경과 문화적 특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오르트립 브랜드 총괄 매니저 마틴 에슬링거가 데이팩어번 배낭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독일은 높은 산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성세대들은 전통적으로 트레킹과 하이킹 등의 아웃도어 활동을 즐깁니다. 한국에서는 ‘등산’에 해당될 것 같네요.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 또한 많이 즐기고 있는 추세입니다. 독일인들은 시간이 나면 맑은 공기를 마시러 자연으로 가고,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문화로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어드벤처’라 불리는 1박 혹은 2박의 간단한 일정으로 자연을 즐기는 아웃도어 활동이 상당히 유행입니다. 작은 어드벤처인 것이죠. 큰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간단히 짐을 싸서 새소리를 듣고, 별을 보는 등의 건강한 아웃도어 문화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독일과 한국의 아웃도어 환경을 비교한다면?
개인적으로 판단하자면 독일의 아웃도어 환경이 월등히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독일은 자전거 여행과 아웃도어 캠핑 등의 문화가 40년 이상 지속되어 왔습니다. 아웃도어 환경 측면에서 보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독일 국토 전체가 발전된 셈입니다. 한국은 정부가 앞장서 주도적으로 인프라를 확대했다고 생각되는데 이에 반해 독일은 정부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국민들 자체가 지역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주도했습니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을 쉰 부분과 월등히 많은 휴가 제도 또한 간단하지만 아웃도어 산업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아웃도어를 휴가 때만 즐길 순 없습니다. 서두에 말했듯 마이크로어드벤처 등 잠깐의 시간을 내서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활동이 늘고 있습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잠깐 시간을 내 동네 뒷산을 가고, 근처 좋은 곳에 가서 하루를 즐기는 것들 말입니다. 일상에서도 자연을 즐기는 것이죠. 독일인들이 자연과 가까운 곳에 집이 있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호흡한 아웃도어가 있는가 하면,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도 있을 것 같아요.
독일에서 캠핑과 트레킹은 꾸준히 사랑받는 아웃도어 활동입니다. 아, 자전거여행도 물론 굉장히 중요하죠. 말씀하신대로 이렇게 꾸준히 사랑받는 아웃도어 활동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트렌드도 존재합니다. 마이크로어드벤처가 그렇고 최근 들어 젊은 층 사이에서는 트레일러닝도 인기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암벽등반입니다. 알프스 등 자연에 실제로 나가서 암벽등반 하는 것도 인기이고, 실내 암벽등반인 볼더링도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중입니다.

월등한 방수능력과 함께 뛰어난 내구성이 오르트립 방수가방의 차별화 포인트

오르트립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죠. 오르트립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1982년 설립됐습니다. 올해로 창립 36주년입니다. 창업자는 하르트무트 오르트립(HARTMUT ORTLIEB)으로 여전히 경영 일선에서 활동 중입니다. 시작은 사소했습니다. 하르트무트 오르트립이 젊었을 때 영국 자전거여행을 했는데 어느 날 비에 홀딱 젖었고 추위에 떨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때 생각했죠. ‘내 자전거 가방이 방수가방이었다면, 그랬다면 좋을 텐데’라고. 그리곤 독일로 돌아와 오르트립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친의 재봉틀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들었습니다. 타폴린 원단을 사용해서요. 유럽 대륙 여러 나라를 휘젓고 다니는 대형 트럭용 천막의 소재가 바로 타폴린입니다(편집자 주: 프라이탁 가방에 쓰인 원단 역시 타폴린이다). 하나 둘 제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지금 오르트립의 상징과도 같은 ‘백롤러’가 탄생했습니다. 당시 시장에 출시된 방수가방은 지퍼 방식이었습니다. 돌돌 감아서 결합하는 가방이 없었죠. 처음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후에는 반응이 괜찮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속도로 사업이 성장했습니다.

창업자는 그 때 ‘아, 앞으로 방수만 해야겠다. 방수 전문회사가 되야겠다’라고 생각했고, 이와 동시에 독일에서만 제품 생산을 하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방수, 그리고 MADE IN GERMANY가 회사 철학의 일부분이 된 거죠.

방수가방만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35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 최고의 방수가방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방수가방 그리고 MADE IN GERMANY 외에 항상 새로운 기술과 모든 새로운 이노베이션, 친환경 정책이 오르트립을 관통하는 철학입니다. 혁신적인 무언가를 계속 시장에 내놓아야한다는 정신이 있는 거죠. 방수가방 시장을 ‘니츠 시장’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방수가방 제조사로 남겠다는 생각입니다.

오르트립 브랜드 총괄 매니저 마틴 에슬링거는 오르트립을 관통하는 철학으로 ‘방수’와 ‘독일생산’, ‘친환경’을 꼽았다.

오르트립 방수가방만의 차별화된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방수능력이 월등합니다. 보통은 방수가방이라고만 하는데, 오르트립의 방수가방에는 먼지에 대한 방어능력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수능력보다 뛰어난 최고의 장점은 내구성입니다. 다른 브랜드의 경우 저가형 제품들은 금세 망가지는 것도 있고, 또 이름 있는 브랜드도 몇 년 사용하면 망가지기도 합니다. 오르트립은 다릅니다. 20년 이상 오랜 세월을 사용해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습니다. 타사 제품과 비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타 브랜드들은 대부분 본사가 따로 있고, 생산은 중국 OEM을 주는 방식입니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본사가 중국 공장에서 사용하는 원단에 대한 정확한 성분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기도 합니다. 원단에 대한 지식이 없는 거죠. 오르트립은 모든 것을 자체 개발합니다. 가방을 만드는 기계까지 직접 만들죠. 내구성과 유해성분 등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접근해 온갖 실험을 다 합니다. 오르트립은 방수가방에 관한 ‘전문적인 브랜드’입니다.

독일 하일스브론에 위치한 오르트립의 공장. 독일생산을 고집하는 이유는 ‘품질’과 ‘친환경’이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입니다. 현재 저희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 혹은 약점은 ‘독일 생산’이라는 것입니다. ‘양날의 검’인데요. 독일에서 모든 제품을 직접 생산하다 보니 생산 비용이 너무 높아져서 경쟁에서 항상 생산 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어려운 부분입니다.

MADE IN GERMANY이기 때문에 더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담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생산 공장을 독일에 두는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을 한다면, 대부분의 시장이 유럽에 있는 오르트립의 경우 운송 중 환경에 유해한 가스 등이 배출됩니다. 배와 기차, 자동차를 이용해 긴 시간 동안 이동하며 환경에 좋지 않은 물질이 배출되고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것이죠.

오르트립의 정책 중 하나가 ‘가능하면 운송거리를 줄여라’입니다. 기업 철학과 관련되어 있는 부분이죠. 생산 공장을 다른 곳에 두는 것은 오르트립의 철학과 맞지 않습니다. 이 측면이 독일 생산을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환경에 덜 피해를 주면서 더 높은 내구성의 물건을 만드는 것, 이것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더 오래 쓰게 하고, 오래 쓰면 쓰레기가 덜 나와 환경에도 덜 피해를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쟁 브랜드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죠.
일단 자전거 방수가방 부문은 오르트립이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미약한 수준으로 바우데가 있고, 가격 경쟁력 있는 중국 브랜드와 독일 로컬 브랜드들이 미미하게 있습니다. 자전거 방수가방에서는 압도적인 거죠.

아웃도어 쪽은 조금 다릅니다. 3~5년 전부터는 방수가방 시장이 조금씩이지만 계속 성장했는데요. 이러다 보니까 큰 브랜드들 또한 방수가방 쪽으로 그 시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아크테릭스, 씨투써밋 등이 아웃도어 방수 가방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오르트립에 기대할만한 부분이 있다면요.
기존 바이크패킹에 사용되는 싯팩과 핸들가방 제품 등에 어댑터가 적용됐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밴드에 벨크로를 적용하는 스타일로 변경을 시도했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예상치 못한 호응이 있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도 반응이 어마어마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올해 그 시장이 많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바이크패킹에 들어가는 4개 혹은 5개 제품이 나올 예정입니다. 더 가볍고 좋은 품질의 오르트립 가방을 내년에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