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운드 삼척 110km, 첫 답사 라이딩
어라운드 삼척 110km, 첫 답사 라이딩
  • 오대진 기자|정영찬 기자
  • 승인 2017.03.23 06: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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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계곡 그리고 동해안 달리는 ‘트렉 라이드 페스트’

자전거인들의 축제 ‘어라운드 삼척 2017 트렉 라이드 페스트(AROUND SAMCHEOK 2017 TREK RIDE FEST)’가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팔당댐 왕복 60km로 몸만 풀던 기자, 첫 답사 라이딩을 떠났다. 업힐 업힐 업힐, 그리고 문의재 업힐, 너무 만만하게 봤다.

'어라운드 삼척 2017 트렉 라이드 페스트'를 한달 앞두고 첫 답사 라이딩을 떠났다.

첫 답사 라이딩은 삼척
연초 목표 중 하나였던 ‘자전거 대회’ 출전, 눈앞으로 다가오긴 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로 평지 라이딩만 즐기던 기자, ‘획득고도’라는 말은 그냥 흘려버리곤 ‘110km 정도는 탈 수 있겠지’ 싶었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하다. “어림없다”는 지인의 말이 기자의 머리를 때렸다.

종종 대회에도 출전했던 지인은 획득고도 1920m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차근차근 설명했고, 기자는 그 말을 아주 잘 알아들었다. 한강에서 팔당을 왕복하며 유유자적 초계국수나 먹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평지보다는 업힐을 중점적으로 연습, 기회가 된다면 삼척으로 답사 라이딩을 떠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그 주말, 패기 좋게 첫 답사 라이딩을 떠났다.

출발은 맹방해수욕장. “민호 형, 와 줘서 고마워요.”

지인도 함께 했다. 대학교 동기이자, 인생 선배, 그리고 지금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컨설팅그룹 대표 강민호 씨. 바쁜 업무는 매일 타던 자전거와 생이별을 겪게 했다. 자전거와 같이 살다시피 했던 시기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다는 그는 기자의 ‘삼척 라이딩’ 러브콜에 선뜻 응했다. “고맙습니다. 민호 형!”

“속도 좀 내 볼까?!”

맹방해수욕장을 출발
삼척 맹방해수욕장을 출발해 마읍천을 따라 동막교까지 초반 7km 구간은 순조롭다.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 라이딩을 즐기는 두 사람은 마냥 신이 났다. 향긋한 바닷바람과 여유로운 풍경에 신나지 않을 이유도 딱히 없었다.

잠시 재정비. 주야간 라이딩 시 전조등과 후미등은 필수

동막교를 지나 전열을 재정비, 본격적으로 오르막을 맞을 준비를 한 후 다시 출발. 업힐 시작이다. 생각보다 페달 구르는 느낌이 수월하다. 일찍 덥혀진 몸도 라이딩을 한결 가볍게 한다. 언덕 2개를 넘으니 옆으로 재미난 볼거리도 눈에 띈다. 연인들, 어르신들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동해안을 따라 삼척레일바이크를 즐기고 있다.

원평해수욕장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 3개의 언덕이 연이어 나온다. “생각한 것 보다 괜찮네요.” “그러니까, 오랜만에 너무 좋은데?” 조금 더 페달을 구르니 동해안의 절경이 ‘촤악' 펼쳐진다. 그림 같은 풍광 감상하려 잠깐 휴식. 지난해 동해안종주길에서도 느꼈지만, 동해안자전거길은 언제나 옳다. 푸른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상쾌한 경험. 민호 형은 조금 더 업. 연이어 “야~, 여기 좋다”, “한강 라이딩이랑 비교할 수가 없네”라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다시 페달을 구르기에 앞서 코스를 확인한다. “응?” “으응??!” ‘이러면 안되는데….’ 잘못 왔다. 길을 잘못 들었다. 첫 번째 휴식 장소인 동막교에서 문의재 방향으로 우회전을 했어야 했는데…, 동해안 라이딩이라고 들떠 냅다 밟고 말았다. 다시, 돌아간다.

문의재로 초반 구간. 이때까지는 탈 만 했다.

문의재가 문제야
가던 길을 돌아와 다시 첫 번째 휴식 포인트로 돌아왔다. 다시 출발. 식송교를 지나 1.5km 지점부터 오르막이 시작된다. 짧은 구간이지만 꽤 가파르다. 처음부터 경사도 10도. 뒤는 생각도 안하고 ‘그렇지, 이렇게 시작을 했어야지’라며 허세를….

되재 정상을 지나,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와 근덕초등학교를 거쳐 신주교까지 약 15km 구간은 비교적 평탄하다. 중간에 하마읍리 게이트볼장을 시작으로 경사도 7도 약 1km 구간이 있지만 숨이 턱까지 차오를 뿐 오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른쪽으로는 마읍천이 굽이굽이 흐르고, 반대편에는 산세에 둘러싸인 농가들이 마치 스위스의 마을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라이딩은 혼자 보다는 둘이, 둘 보다는 단체가 더 신난다.

그리고 지금부터가 시작. 신주교를 지나 오르막이 밀당을 시작하더니 이내 등고선이 춤을 춘다. “형, 나는 틀렸어. 먼저 가.” “핑크돼지, 빨리 따라와. 여기서 처지면 안 돼.” 라파 핑크 오버슈즈 몇 번 언급한 죄로 ‘핑크돼지’라는 별명이 생긴 기자, 허나 자극에도 악으로 깡으로 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앞에서 끌어주던 민호 형은 금세 사라졌다. 사진 촬영 및 지원 차량으로 온 사진 기자 역시 보이질 않았다. 그리곤 아무도 없었다.

“핑크돼지, 빨리 따라와!”

한강 라이더라면 누구나 아는 하남 ‘깔짝 고개’와는 비교 불가. 획득 고도도 그렇고 체력적, 멘탈적으로도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오늘의 목표는 문의재 정상까지 땅에 발을 딛지 않는 것이었건만….

“형, 나는 틀렸어. 먼저 가.” 경사도 15도 구간, 결국 끌바 돌입

쥐어 짤 때까지 쥐어짰지만 도저히 불가, 백기 들고 클릿을 뺐다. 체력이 워낙 소진되서인지 클릿도 한 번에 빠지지 않는다. 자칫 넘어질 뻔 했다. 신주교부터 문의재터널까지 약 4km 중 절반을 조금 넘어선 지점. 초반 경사도는 9도 전후를 기록했지만, 이 지점부터는 13도를 오르내린다. 결국 끌바에 돌입. 추적추적 자전거를 끌고 문의재터널로 향했다. 경사도는 15도까지 치솟았다. 창피하지만 끌바로는 오를 만 했다. 저 멀리 일행이 보인다. “체력이 너무 떨어졌어. 감량 좀 많이 해야겠어.” “그러게요. 이게 악으로 깡으로 되는 게 아니네요.”

청정 지역인 마읍천. 계곡물이 유난히 맑다.

산과 계곡, 그리고 그림 같은 동해안
약 1.4km의 문의재터널은 길이도 길고 갓길도 없어 차량으로 점프. 힘들고 고됐던 오르막 뒤에는 내리막이 있다. 오르막이 긴 만큼 내리막도 엄청나다. 동활계곡을 따라 길게는 덕풍계곡까지 약 13km가 내리막이다. 이후에는 가곡천을 따라 호산삼거리까지 약 22km 평탄한 코스.

가곡천변에서 잠시 휴식. 반짝이는 계곡물에 풍덩 빠지고 싶어진다.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았음에도 계곡물에 발 담그며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멘탈은 이미 나가 있고, 몸은 땀에 흠뻑 젖은 상태, 유난히 맑은 가곡천을 보고 있자니 절로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다. 장담컨대 있다. 다음 달 대회 중 가곡천에 발 담그는 라이더들이.

“다음 달에 완주할 수 있겠어?”, “혼자 가지 말고 핑크돼지 좀 끌고 가요.”

호산삼거리를 지나면 맹방해수욕장까지 약 35km 코스가 동해안자전거길과 동일하다. 해안길이라고 쭉 뻗어있는 해변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1920m 획득고도의 절반가량이 동해안 구간에서 나온다. 동해대로를 좌우로 넘나들며 업힐 또 업힐이다. 문의재를 오르기도 전에 지친 기자는 자전거를 타는 건지, 끄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고, 평균 체력 이상을 자랑하던 민호 형마저 연이어 나오는 언덕에 고개를 ‘절레절레’. 결국 둘은 동해안자전거길 임원인증센터에서 ‘철푸덕’ 주저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서야 다시 페달을 구를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각 오르막이 끝나면 시원한 내리막이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탁 트인 동해바다의 압도적인 풍광은 라이더의 페달링을 채찍질한다. 정신은 나갔어도 묘한 쾌감에 절로 페달을 구른다. 이쯤 되면 사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머리는 집에 가고 싶은데 다리는 계속 다람쥐 쳇바퀴를 돌린다. 엉덩이 통증은 느껴지지도 않는다.

용화해수욕장이 내려 보이는 전망대. 마무리는 역시 자전거 들고

임원항의 방파제와 저 멀리 보이는 수로부인 헌화공원, 용화해수욕장 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장호항의 풍광은 보기만 해도 감탄이 이어진다. 다시 삼척레일바이크와 동막마을을 지나면 결승점인 맹방해수욕장.
“다시 여기 오긴 했네요.” “그러게. 힘들긴 한데 코스 구성은 너무 좋다. 바다, 산, 계곡을 한 번에 즐길 수 있고 말이야.” “그러니까요. 한강 근처와는 풍광 자체가 달라요.”

문의재 정상이 아니다. 약 1/3 지점

축제 맞는 거지?!
‘자전거인들의 축제를 지향하는 비경쟁대회’. 기자는 비경쟁대회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 도전을 선언했다. 그란폰도와 같은 업힐 대회와 그 성격이 달랐고, 지난해 국토종주와 동해안종주도 한 터라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만 같았다. 문제는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 아니라, 불과 1년 사이 변한 기자의 몸. 저질 체력은 평지에서는 그리 크게 티가 나지 않았으나, 막상 오르막을 시작하니 ‘쭉 쭉’ 처지며 두각을 나타냈다. 비경쟁대회라지만 꼴찌는 따놓은 당상이었고,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은 시간 안에 완주를 할 수 있을지 여부. 평균에라도 수렴해야 축제를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완주 메달을 받을 수 있는 컷오프타임은 6시간, 이대로라면 하루 종일 타도 미지수다. 업힐에 취약점을 보인 기자는 그렇다 해도 꾸준히 체력관리를 해 온 민호 형조차 “야~, 이 코스 쉽지 않네. 시간 내 완주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아”라고 전했다. 동시에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다. 민호 형은 “다음에는 랩타임 재고 제대로 해봐야겠어. 한 번에 쭉 타보고 싶은 코스야”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어라운드 삼척 2017 트렉 라이드 페스트’ 포스터

어라운드 삼척
어라운드 삼척 2017 트렉 라이드 페스트는 4월 22일부터 23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개최된다. 대회 개최 후 등수만 시상하는 여타 대회와는 달리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로 공연과 이벤트에, 자전거를 탈 수 만 있다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퍼레이드 코스 구성까지, 여태껏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테마로 펼쳐진다.

전야제가 열리는 22일에는 장미여관을 비롯한 팀들의 공연을 볼 수 있고,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된 트렉 팩토리 레이싱팀의 ‘전설’ 옌스 보이트(Jens Voigt)와 함께 하는 퍼레이드 라이딩(맹방해수욕장을 출발해 공양왕릉을 돌아오는 30km 코스)도 준비되어 있다.

23일에는 본 자전거 이벤트가 열린다. 정규코스는 맹방해수욕장을 출발해 문의재, 공양왕릉을 거쳐 다시 맹방해수욕장으로 돌아오는 110km 코스. 문의재 구간을 비롯한 업힐 구간에 이어 시원하게 뻗은 동해안 해안도로를 달리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삼척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숨은 명소를 발견하는 재미는 덤. 단, 실제 답사 라이딩을 해 보니 정규코스는 ‘누구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평소 자전거를 꾸준히 탄 라이더만이 시간 내 완주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표가 ‘완주 메달’에서 ‘완주’로 바뀌었다.

어라운드 삼척 2017 트렉 라이드 페스트
기간: 2017년 4월 22일(토)~23일(일)
장소: 강원도 삼척시 삼척종합운동장
경기종목
- 정규코스 110km(획득고도 1920m)
- 퍼레이드참가 코스 30km(획득고도 177m)
접수방법: 홈페이지 접수(www.aroundsamcheok.kr)
문의: 02-552-2957
참가비: 6만5천원~7만원(펜션 또는 리조트 1박, 기념품, 보험 포함)
제공사항: 기념티셔츠, 기념봉크백, 배번호‧자전거번호, 완주메달(6시간 내 완주 시), 기록칩
참가자격
- 누구나 참여가능(19세미만 참가자 부모동의서 제출 원칙)
- 전/현직 사이클선수 및 엘리트선수 제한 없이 참가가능
- 전기자전거 등 보조동력이 장치된 자전거와 리컴번트 자전거는 참가 불가능
- 텐덤바이크, TT 자전거는 퍼레이드참가코스 30km만 참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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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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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토우노 2017-04-04 10:42:21
땀내나는 기사 잘봤습니다 글 참 재미지게 쓰시네요 같이 운벙다녀온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