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마이걸스와 함께하는 대청호 오백리길
팀마이걸스와 함께하는 대청호 오백리길
  • 글 사진 김혜연 마이기어 마스코트
  • 승인 2017.03.2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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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기어 스토리, 자연을 만나다

코끝에 시리던 차가운 공기가 어느덧 상쾌하게 느껴진다. 슬금슬금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다가오는 봄을 마중하러 오늘도 매력 만점 팀마이걸스가 길을 나선다. 봄 길을 재촉할 이번 목적지는 대전광역시 유성구의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이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대청호를 따라 약 200km의 둘레길을 21구간에 나누어, 대청호반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길이다. 우리가 탐험할 구간은 그 중에도 경치가 뛰어나다는 4구간, 대전 동구 말뫼(마산동 삼거리)에서 신상동 오리골까지 10km 정도의 거리다.

유난히 상쾌한 아침 공기를 양껏 마시며 서울역으로 향했다. 아주 오랜만의 기차여행에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며 모두 들떠있었고 어린아이 같은 기분을 만끽하다 보니 기차는 대전역에 도착했다. 대전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40여 분을 더 이동해 코스 들머리 말뫼에 도착했다.

마음이 급했다. 버스를 타고 지나오며 보이던 강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빨리 코앞에서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두 눈빛 교환을 마치고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조금 걸어 내려가자 바로 잔잔한 호수가 우리를 맞이했다.

"캬, 이야~ 우와~"

저절로 감탄사를 자아내는 경치였다. 주변의 산 능선, 나무, 새, 구름,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담고 있는 호수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자연은 참 신기하다.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있어도 보는 이의 마음을 녹여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니 말이다. 참 신통방통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우리를 맞이한 경치를 보고 나니 앞으로 만나게 될 경치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감이 상승했다. 우리 앞길은 어서 오라는 듯 푹신푹신한 풀이 돋아나 있는 평탄한 길이 펼쳐졌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한 자리를 지켜온 것 같은 돛단배와 멋진 고목이 운치를 더해 주었다.

우리에겐 정해진 규칙은 없었다. 걷다가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장소가 나오면 그냥 털썩 주저앉아 한없이 질리도록 눈에 담고 또 툭툭 털고 일어나 강가를 따라 걸었다. 몇 번의 ‘우와’ ‘최고’라는 말을 입에서 뱉고 경치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퇴근 준비를 했다.

그런데 난감한 상황이 펼쳐졌다. 걸으며 만난 분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곳이 수자원 보호구역이라 취사와 야영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지. 우리가 누군가. 팀마이걸스다.

마치 구조를 기다리는 간절한 심정으로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고 다행히 운 좋게도 마음씨 좋은 마을 어르신의 도움으로 안락한 곳에서 하룻밤 신세를 질 수 있었다. 텐트를 치고 침낭 안에 들어가 누웠다. 세상 가장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뿐사뿐 걷던 길, 눈 앞에 펼쳐진 호수, 돈을 주고 사지 못할 아름다운 경치, 여유로운 시간, 곁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무들, 여기에 뜻밖의 감사함까지. 뭐 하나 모자랄 것이 없었다. 완벽한 시간을 더 즐길 법도 한데 어찌 된 영문인지 눈꺼풀이 무거워져 왔다. 본래 자연의 주인인 동물과 식물을 더 이상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다음 날 눈 앞에 펼쳐질 아름다운 장면을 빨리 보고 싶어서였을까. 우리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일행 중 한 명의 콧노래로 눈을 떴다. 포근하고 따신 침낭에서 나와 곧 우리 눈앞에 펼쳐질 호수 위의 동그란 일출을 기대하며 텐트 문을 다급히 열었는데. 이런! 안개가 자욱하다.

하지만 호수 위의 자욱한 안개가 또 나름의 운치를 자아냈다. 이때다 싶어 분위기를 내며 커피를 한잔 즐기려는 찰나, 호수 너머 산 능선에서 빨간 점이 하나 생기더니 이내 동그랗게 떠올랐다. “야호! 일출이다.”

반전과 밀당의 고수 대청호, 반전의 오백리길이다. 처음엔 들머리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들뜨게 하더니 야영금지로 마음을 졸이게 하고, 일출을 기대했더니 자욱한 안개로 약간의 실망을 줬다가 이내 해를 보여준다. 일출 보기도 성공했겠다 서둘러 머문 자리를 흔적 없이 정리하고 길을 나섰다.

배낭을 메고 길을 떠나려는데 등 뒤로 펼쳐진 멋진 경치가 자꾸만 발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했다. 어제가 수묵화 같았다면 오늘은 화창한 날씨 덕분에 수묵담채화 같았다. 조금 더 호수를 가까이서 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 이어졌다. 걷다가 맑은 물에 슬쩍 발을 담가도 보고 개구쟁이처럼 장난도 치며 즐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쯤 자연에 취해 걷다가 일상복귀를 재촉하는 기차 시간이 코앞에 다가오는 바람에 구간 중간에 아쉽게 트래킹을 종료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무엇이든 여운이 남아야 그립고, 그 그리움에 또 찾게 되는 법이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다시 찾았을 때 꽃과 푸른 나무를 담고 우리를 맞을 아름다운 호수를 상상하며 발길을 돌렸다. 급한 듯 더디오는 봄을 온전히 만끽하지는 못했지만, 또 하나의 기대감과 추억을 안고 돌아오는 마음에 부자가 된 기분이다.

* 백패킹의 모든 것은 팀마이걸스, 마이기어와 상의하세요.
인스타: team_mygirls/ mygear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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