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면허 따고도 도로주행은 꿈
오토바이 면허 따고도 도로주행은 꿈
  • 글 오대진 기자|사진 정영찬 기자
  • 승인 2017.03.14 17:5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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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오토바이 교육장, 대림모터스쿨 매뉴얼 초보 교육 현장

응시표에 합격 도장이 ‘꽝!’, 드디어 2종소형 면허를 취득했다. 허나 바로 봄바람 라이딩 떠날 수 있을 것 같던 기자의 달콤한 꿈은 백일몽이었다. 대배기량 오토바이를 운행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하고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토바이 실 운행을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국내 유일의 오토바이 교육장인 대림모터스쿨

무늬만 운전면허
①굴절코스 → ②곡선코스 → ③연속진로전환코스 → ④좁은길코스를 도는 동안 검지선을 밟지 않으니 면허를 받았다. 그러나 오토바이와 교감을 나눌 순 없었다. 나라에서 면허를 받았으니 오토바이를 운행해도 좋다는 뜻이긴 한데 몸과 마음이 선뜻 동하질 않는다. 몸은 정직하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오토바이를 운행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운전면허시험제도 자체가 실 운행을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실제 주행에서 꼭 필요한 변속과 오르막 정차, 정지 후 재출발, 유턴, 급제동, 넘어진 오토바이 세우기 등은 기능시험에서 찾아볼 수 없다.

교육생들이 가장 힘들어한다는 언덕 코스 교육 모습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2종 소형면허가 125cc 이하, 400cc 이하, 401cc 이상 등 3가지로 나뉘어 있고, 시험도 언덕출발, 슬라럼, 좁은 코스, 8자 코스, S자 코스, 급제동(시속 40km 이상의 속도록 가다가 지정된 거리 내 정차), 철도 건널목, 연속 요철(오토바이에서 일서서 통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코스는 항상 일시정지 후 들어가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실격일 만큼 시험 자체가 까다롭다.

2종 소형면허를 취득하고도 실제 오토바이 운행에 자신이 없어 오토바이 기본안전교육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오토바이 운행의 기본과 안전한 라이딩을 위해 국내 유일의 오토바이 교육장인 대림모터스쿨을 찾았다.

서울 잠실 탄천주차장 옆에 위치한 대림모터스쿨 교육장

대림모터스쿨
대림자동차에서 운영하는 오토바이 교육장이다. 1989년부터 시작된 오토바이 교육은 2003년까지 창원과 서울 두 곳에서 운영되다가, 2004년부터 서울로 통합되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2006년부터는 현재 모터스쿨이 위치한 서울 잠실 대림 스피드 트랙에서 매년 3천여 명의 교육생이 교육을 받고 있다.

매뉴얼 초보 교육용 바이크는 대림 로드윈 125

커리큘럼은 크게 스쿠터와 매뉴얼 교육으로 나뉘고 그 안에서 다시 초급자, 중급자, 상급자로 나뉜다. 스쿠터(초보, 향상, 테크닉), 매뉴얼 초보, 테크닉(입문, 기본, 중급1, 중급2, 상급, 최상급) 등 총 10가지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클래스의 인원은 최대 5명, 개인별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개인 뿐 아니라 단체 교육도 수시로 진행된다.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정사업본부, 롯데리아, 캡스 등의 라이더들도 대림모터스쿨 출신이다.

국내 유일의 오토바이 교육장에는 국내 유일의 직업군인 오토바이 강사가 있다. 일본 혼다의 레인보우 인스트럭터 교육을 마친 베테랑 강사들은 사실 현장에 나가보면 ‘강사’보다는 ‘교관’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철저히 안전과 기본에 초점을 맞춘 교관들의 교육에 교육생들은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교관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은 교육생들의 안전한 라이딩 습관을 낳는다.

모든 교육과정은 상해보험이 가입되어 있다. 단 도로주행 교육은 불가하다. 국내 현행법상 오토바이 도로주행 교육은 불법. 교육용 바이크는 대림 로드윈 125다.

교육장에 나가기 전 오토바이 운행에 관한 기본 이론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매뉴얼 초보 교육
1년 3천여 명의 교육생 중 가장 많은 약 700~800명의 교육생이 매뉴얼 초보 교육을 이수한다. 수강생이 가장 많은 이유는 앞서 언급한 그대로. 2종소형 면허를 취득했지만, 아직 기어변속이 익숙하지 않고 주행도 불안해 도로에 나갈 수 없는 현실이다. 매뉴얼 초보는 매뉴얼 오토바이 기본 주행을 원하는 교육생을 대상으로 이뤄지지만, 원한다고 누구나 다 교육을 받을 수는 없다. 2종소형 면허를 취득했거나 스쿠터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 면허 소지자가 그 대상이다.

약 7시간 동안 이론, 승차 전 차량 점검, 기어변속, 출발/정지, 장애물 통과, 저속 밸런스, 회전, 브레이크, 언덕 출발 등 기본기 훈련을 통해 매뉴얼 오토바이에 익숙해질 수 있다.

본격적인 교육에 앞서 간단한 체조와 스트레칭으로 몸풀기

이론부터 가속까지
이론 이륜차의 특성은 크게 4가지. ①‘불안정’,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라이딩 기술이 필요하다. ②‘기동성’, 자제력이 필요하다. ③‘노출성’, 안전장구(헬멧, 장갑, 부츠, 라이딩 재킷&팬츠) 착용은 필수다. ④‘사각지대’, 사륜차에 비해 덩치가 작아 항상 사각지대들 달린다. 달리는 위치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박성하 교관이 출발 전 차량 점검 사항에 대해 말하고 있다.

승차 전 차량 점검 크게 9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연료량, 타이어 상태, 브레이크 작동, 전기장치, 오일 누유 및 양, 클러치 유격, 체인 유격, 배터리 상태, 볼트 풀림 등은 라이딩에 앞서 매일 점검해야 한다.

오토바이 세우기. 스탠드에 올라 체중을 싣고 뒷바퀴 위쪽 손잡이를 들어 올린다.

오토바이 세우기 오토바이는 서 있으면 가볍다. 기울이면 무거워진다. 이 기본만 생각하면 된다. 바이크를 풀 때는 뒤로 당겼다가 반동을 이용해 밀어서 세운다. 반대로 세울 때는 스탠드에 올라 체중을 싣고 뒷바퀴 위쪽 손잡이를 가볍게 들어 올리면 된다. 스탠드 없이 오토바이를 지탱할 때는 앞바퀴 방향을 항상 라이더 쪽으로 한다. 반대 방향으로 할 경우 기울어지면 손 쓸 방법이 없어진다.

출발 출발에 앞서 항상 후방을 확인한다. 왼쪽 후방을 체크하고, 사각지대 또한 확인한다. 확인 후엔 뒷브레이크와 악셀을 잡는다. 앞브레이크와 악셀을 동시에 잡을 경우에는 손이 불편하다. 가급적 뒷브레이크를 사용한다.

①시동을 걸고, ②클러치 잡고, ③반클러치로 3m 정도 주행 후, ④클러치를 떼면 동력 주행이 이어진다. 악셀로 동력을 계속 전달한다. 이때 중심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면 땅에 다리를 지지해 연습한다. 다만 자전거처럼 다리로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차 가장 중요한 것은 멈추는 것이다. 정지에 앞서 ①뒷브레이크를 밟고, ②클러치를 잡는다. ③완전히 정차하면 왼쪽 발을 땅에 내린다. 정차 장소가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중립보다는 기어를 넣는 것이 좋다. 혹 외부의 충격을 받을 경우 기어가 들어가 있는 것이 잘 넘어지지 않는다.

몇 차례의 반복 주행에 익숙해지자 제법 라이더다운 모습이다.

코너 코너의 기본은 아웃-인-아웃. 직선 코스 바깥쪽에서 진입해 코너 안쪽을 돌아, 다시 바깥쪽 직선 코스로 나간다. 코너에 진입하기 전에는 악셀을 풀고 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인다. 머리와 몸이 회전방향의 목적지를 향하면 오토바이는 자연히 그 방향으로 간다. 한 번 봤다고 끝이 아니다. 목적지점에 이를 때까지 계속 그 시선을 유지해야 오토바이가 안전하게 데려다준다. 중심을 잡고 있으면 코너에서도 넘어지지 않지만, 다리를 내리려 하면 그 순간 중심은 무너진다.

기어변속 자동차 수동기어와 유사하다. 클러치를 잡은 상태에서 왼쪽 발목을 움직여 조작한다. 기본 중립 상태에서 아래로 한 번은 1단, 중립 위로 2, 3, 4단 올라가는 형식이다. 간혹 라이딩 중 클러치에 미리 손을 올리고 타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위험한 버릇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놀라면 손을 움켜쥐게 된다. 돌발 상황에서 클러치를 움켜쥐면 제동거리가 늘어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매 트랙을 돌 때마다 고칠 점 등 교관의 피드백이 이뤄진다.

가속 기어변속 후 가속의 핵심은 ‘꿀렁이는 것’을 버티는 것이다.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 하체와 배로 버티고 엉덩이를 누르는 느낌이다. 허리를 펴면 엉덩이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힘을 빼고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되 뒤로 숙인다는 느낌이면 더 좋다.

박성하 교관의 코너 주행 모습. 거듭 강조하는 부분은 ‘머리와 몸이 진행방향을 바라보는 것!’

안전운행을 위한 팁
오토바이 안전교육을 받아야 안전하고, 받지 않아서 위험한 것은 아니다. 오토바이 운행 16년 무사고, 교관 교육 생활을 11년째 해오고 있는 이영선 교관은 “도로 운행을 할 때는 약간의 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토바이 교통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가장 많은 사고는 도심 한복판 교차로에서 발생한다. 교차로에서는 반드시 좌우를 확인하고, 마음의 브레이크를 항상 염두해야 한다. 브레이크 잡을 환경을 미리 캐치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자동차 운행을 경험한 뒤 오토바이에 입문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대림모터스쿨 이영선 교관과 박성하 교관(오른쪽)

실제 우리나라의 교통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교육을 하다 보면 고등학생이 가장 습득력이 빠르다. 가장 과감하기도 해서 오토바이를 많이 기울이기도 한다”며 “하지만 막상 원동기 면허를 취득하고 도로에 나가 운행하다보면 사고율이 높다. 오토바이를 타지 못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1차선에서 끼어드는 차량이나, 갑자기 나오는 돌발 상황 등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단순히 고등학생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도로상황을 이해한 후 타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이륜차는 특성상 모래, 지하철 복공판, 과속 방지턱, 주유소, 낙엽길, 맨홀 뚜껑, 횡단보도, 지하주차장 등의 미끄러운 노면에 취약하다.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른 차나 보행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모터사이클이 일반 교통수단으로 인정받는 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헬멧. 헬멧도 턱 끈이 헐렁하다면 사고 시 벗겨지고 만다. 있으나마나다. 항상 턱조임끈을 조여 본인의 안전을 책임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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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 2017-09-08 22:20:35
2000년도 당시. 이촌역 교육장에서 교육 받은 학생입니다 가르침 받아 좋은습관 몸에 베어 도로로 나갈때언제나 두렵지만 그 당시 교육 받은 습관 그대로. 잘 다지고 있고 동남아 가서 해외 여행 하면서 오토바이 렌트 한때만 언제나 고마움을 느낍니다 대림 자동차 회사에 감사하고 언제나 그 시절이 그립네요

본인 2017-04-12 13:45:04
교육 받고 공도 나오면 엄청 도움이 됩니다. 비록 공도에서 저렇게 눕히기가 초보들은 힘들지만 그래도 기본이 몸에 익힌 상태라 계속 염두에 두고 딸 수 있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됩니다.

2017-03-29 05:38:40
비오는날 철판길 죽음임 눕히지들말고 무조건 반듯이세우고다니세요

유진아빠 2017-03-18 23:00:27
꽤나 본격적이고 좋은 기사내용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