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60부터, 전설의 치킨 할아버지
인생은 60부터, 전설의 치킨 할아버지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7.03.06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우리가 태양의 바다에 도착했나봐. 너무나 뜨거워서 이렇게 짠물이 된 것 같아.”
미국 서부 유타주에 위치한 솔트레이크 시의 지명은 1824년 서양인 최초로 솔트레이크 호수에 도착한 전설의 등반가이자 탐험가인 미국인 짐 브리저Jim Bridger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짐 브리저는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우스톤을 처음 발견했고, 만년설로 뒤덮인 로키산맥을 관통하는 루트를 개발해 서부로 오는 길을 뚫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이 탐험가 덕분에 바닷물 보다 6배 이상 짠 솔트레이크 호수 인근에 1847년 몰몬교도들이 단체로 이주해 오면서 황무지는 기회의 땅이 된다. 4천m를 넘나드는 로키산맥의 고봉이 줄달음치는 솔트레이크는 2002년 동계올림픽을 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솔트레이크가 KFC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생은 60부터’라는 슬로건을 세상 사람들에게 몸소 보여준 샌더스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이다. 샌더스는 6살 때 부친이 죽고 12살 때 모친이 재혼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여동생과 남동생을 돌봐야하는 실질적 가장이 된다.

샌더스가 40세가 될 무렵인 1930년, 경제공황이 일어나면서 미국 경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당시 샌더스는 켄터키 주의 작은 도시 코빈에서 주유소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어려운 때인 만큼 사람들은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며 가벼운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곤 했는데, 그것을 본 샌더스는 적은 비용으로 맛있는 음식을 고객에게 빨리 내 놓을 수 있는 요리를 연구했다. 결국 샌더스는 닭을 압력솥에 찌는 방안을 생각해냈고,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치킨을 선보인다. 압력솥에 닭을 쪄 각종 허브를 넣고 하루를 숙성해 기름에 튀겨내는 방법으로 만드는 샌더스의 치킨은 오늘날 현대식 후라이드 치킨의 효시다.

샌더스는 주유소 한쪽에 테이블 1개와 의자 6개를 놓고 카페를 차렸다. 메뉴는 커피와 주스, 치킨뿐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 입소문은 켄터키 주지사 루비 라푼에게까지 흘러들어갔다. 주지사는 샌더스의 치킨을 맛본 후 감탄해 군대 명예 대령 계급장을 하사한다. 샌더스는 장사가 잘 되자 큰 빚을 내 대형식당 차린다. 하지만 곧 의문의 화재로 무일푼이 되면서 다시 밑바닥 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불행은 계속됐다. 남동생과 아들이 죽고 부인마저 샌더스 곁을 떠나버린다.

어느덧 황혼을 바라보는 65세. 그는 솔트레이크로 이주를 결심한다. 수중에 돈이라야 100달러가 전부. 몸도 아파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샌더스는 ‘죽기 전에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켄터키 주유소에서 일할 때 대히트를 친 후라이드 치킨이 떠올랐다. 다시 한 번 도전의지를 불태운 그는 더욱 업그레이드된 닭요리 레시피를 완성한다.

샌더스는 청결의 상징인 하얀 양복과 하얀 구두, 검정색 타이에 하얀 턱수염, 덥수룩한 하얀 머리로 백색패션을 완성한다.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샌더스는 다음날부터 모든 음식점의 문을 두드렸다. 레시피 제조기술을 전수하는 조건으로 닭 한 마리에 로열티 5센트만 달라는 게 그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상한 패션 때문인지 문전박대가 계속됐다. 그런데 1009번째 식당 문을 두드리던 날 기적이 찾아왔다. “당신의 모든 조건을 들어주겠다”며 나선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KFC를 만든 피터 하몬이었다.

샌더스와 피터가 의기투합해 만든 치킨은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젊은이 피터는 할아버지의 독특한 백색패션을 마케팅에 이용했고 푸짐한 종이용기 바스켓을 개발하며 사업을 확장시켰다.

솔트레이크에는 젊은이 피터와 할아버지 샌더스가 마지막 대역전을 성공시킨 KFC 1호점이 남아있다. 이곳에는 샌더스와 피터의 동상이 서 있는데, 무능했던 레스토랑 주인과 평생이 힘들었던 65세 노인이 힘을 합쳐 인생 대역전 드라마를 이룩한 장소라 그런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앤드류 김 Andrew Kim
(주)코코비아 그룹 상임고문으로 커피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Andrew Coffee Factory와 에빠니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세계에 유통 중이다. 커피전문쇼핑몰(www.acoffee.com)과 종합몰(www.coffeetea.co.kr)을 운영 중이며, 전 세계를 다니며 사진작가와 커피차 컬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