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아웃도어, 카테고리와 종목 다변화가 열쇠
침체된 아웃도어, 카테고리와 종목 다변화가 열쇠
  • 김경선 차장
  • 승인 2017.02.17 0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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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4 오동욱 고어코리아 리테일 마케팅 이사의 아웃도어 시장 진단

앞서 한국 아웃도어 시장을 분석하며 성장기와 부흥기, 침체기를 다뤘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큰 변화를 겪은 아웃도어 시장이 어떻게 성장해왔고, 향후 어떤 전망으로 나아갈지 시장 한가운데서 이를 지켜본 오동욱 고어코리아 리테일 마케팅 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동욱 고어코리아 리테일 마케팅 이사는 "아웃도어 종목과 카테고리의 다변화가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사진=정영찬 기자

스포츠부터 아웃도어 업계까지, 오랜 시간 종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06년에 고어코리아에 입사했습니다. 그 전에는 11년간 아디다스코리아에서 근무했어요. 두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죠. 시장은 다르지만 ‘소비자를 어떻게 액티비티에 참여시키는가’에 대한 고민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2006년만 해도 아웃도어가 생소하던 시기였습니다. 10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웃도어 시장에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과거 아웃도어 시장은 불모지에 가까웠습니다. 게다가 ‘아웃도어=등산’이라는 틀에 갇혀 있었죠. 10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한국의 아웃도어는 등산의 비중이 높지만 캠핑, 자전거, 백패킹, 트레일러닝, 애슬레틱 등 종목이 다양해지고 있어요.

사실 과거에는 해외의 트렌드가 국내에 도입되고 정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이 성장하고, 그에 발맞춰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외국의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빨라졌습니다. 자전거, 트레일러닝, 백패킹 등 몇 년 사이 시장이 다변화됐으니까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2010년 전후로 아웃도어 시장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됐습니다. 갑자기 시장이 커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세요.
우리나라는 70% 이상이 산입니다. 등산 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죠. 인구가 늘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고, ‘돈이 되는 곳’이라는 판단이 들자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몇 년 사이 브랜드가 우후죽순 론칭하던 시기죠. 아웃도어 시장이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수많은 브랜드가 경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브랜드가 연구 개발에 투자하면서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갔습니다.

오동욱 이사는 "아웃도어 시장이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며 "시장의 흐름에 맡기면 브랜드 스스로 재편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 모르게 성장하던 아웃도어 시장이 몇 년 전부터 주춤하고 있습니다. 침체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자 너도나도 아웃도어에 뛰어들었습니다. 과거 아웃도어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았는데 어느 순간 그 장벽이 낮아졌습니다. 제품력이 떨어지는 저가 브랜드들도 싸구려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했죠. 아웃도어 브랜드가 가져야할 본연의 기능이나 정체성, 디자인에 대한 고민 없이 어설픈 카피 제품이 시장에 대량으로 풀렸습니다. 더욱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판매하다보니 제도권 브랜드가 피해를 보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시장표 브랜드가 아웃도어 제품 가격을 흐려 놓았죠.

과거 아웃도어 트렌드는 전문성을 중시했다면 2010년을 전후해 라이프스타일이나 캐주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아웃도어의 범위를 어디까지 한정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저는 아웃도어를 문 밖을 나서서 벌어지는 모든 행위로 포괄하고 싶습니다. 라이프스타일과 캐주얼, 나아가 최근 유행하는 애슬레틱까지. 결국 야외에서 즐기는 모든 것이 아웃도어인 셈이죠. 아웃도어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다만 ‘아웃도어 브랜드 본연의 DNA를 얼마나 지켜내느냐’도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익스트림 라인의 개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부 카테고리를 다양화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아웃도어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젊은층의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웃도어 주종목이 등산이다 보니 여전히 중장년층의 참여가 많지만 트렌디한 아웃도어를 즐기는 젊은층도 꾸준히 늘고 있어요. 백패킹의 경우 20~30대 청년들의 참여가 활발하죠. 다만 국내에서 백패킹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불법과 합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다 보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없는 현실이죠.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우리나라 문화체육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지자체가 나서서 규제를 풀고 장소를 마련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백패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백패킹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 지자체 경기 활성화 측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요즘 20대는 88만원 세대라고 불릴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과 취업 스트레스 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들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나라가 놀이의 장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동욱 고어코리아 리테일 마케팅 이사.

유럽과 미국 같은 아웃도어 선진국과 국내 유통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아웃도어 유통은 브랜드 단독 매장, 백화점 및 아울렛 등의 샵 인 샵, 멀티샵 비율이 65:30:5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유럽과 미국은 멀티숍이 강세지만 우리나라는 단독 매장이 압도적이죠. 단독 매장은 위탁 판매를 하다 보니 제품이 다양하고 위험 부담이 적습니다. 물론 대리점을 열기 위한 초기 자본은 많이 들죠. 반면 멀티숍은 물건을 사입하는 시스템이라 재고 부담이 있기 때문에 잘 팔릴만한 제품, 좋은 제품을 선별해 물건을 수주합니다. 재고 부담은 적어지지만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제품은 한계가 있죠. 어떤 형태든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마켓의 중요성도 집고 넘어가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온라인 마켓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아웃도어 시장도 변화를 직면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아웃도어는 목적 구매를 하는 종목입니다. 자연 환경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의류,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실패 없이 구매하려면 이미지로만 접하는 온라인은 한계가 있죠. 아웃도어 온라인 비즈니스가 성장할 것이라는 점은 동의하지만 한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고어텍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어텍스 재킷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고어텍스는 입소문을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한 번이라도 입어 본 사람의 재구매율이 높죠.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판매원 권유를 통해 구입한 것보다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 받아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기능적인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싸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그건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고어텍스 제품은 10년 전과 지금의 가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물가상승률 보다 훨씬 낮죠. 한국 사람은 아웃도어 재킷을 평균 2.5년 마다 하나씩 구매한다고 합니다. 반면 고어텍스 재킷은 수명이 2배 이상 길죠. 내구성이 뛰어나 10년 이상 입어도 기능성이 유지됩니다. 고어텍스 본사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수많은 내구성과 기능성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입니다. 저렴한 제품을 자주 구매하느냐, 제대로 된 제품을 구매해 오래 입느냐의 차이가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가성비가 우수한 편이죠.

무엇보다 고어텍스는 연구 및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전체 매출에 10%를 R&D 비용으로 지출하죠. 신소재를 끊임없이 개발해 6개월 마다 신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PFC 논란으로 인해 타격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지난해 그린피스가 아웃도어 PFC 퇴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죠. 고어사는 최근 많은 고민 끝에 PFC 프리 정책을 선언했습니다. 2020년까지는 재킷, 신발, 장갑 등 일반 아웃도어 제품의 85%, 2023년까지 모든 의류 원단에서 PFC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리딩 브랜드로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다만 고어텍스의 고민은 PFC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기능성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일입니다. 단시간에 찾아내긴 힘들겠죠.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친환경과 기능의 접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하락세다, 안정기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시장은 강과 같습니다. 인공적인 보를 만들면 썩을 수 있죠. 시장이 흘러가는 데로 내버려두면 자정을 통해 정화된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까지 수많은 브랜드가 진입했던 아웃도어 시장이 이제 주요 브랜드 위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분명 줄었지만 안정기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체기에 접어든 아웃도어 시장에서 브랜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종목과 카테고리의 다변화가 필요합니다. 등산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발전시켜야합니다. 하루아침에 변화하긴 힘들겠죠. 브랜드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광고만 해서는 바뀌기 힘듭니다. 소비자가 즐겁게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젊은 소비자를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처음부터 매출이 나오진 않겠지만 장기적인 전략에 따른 꾸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문화와 투자가 함께 가야겠죠.

제품의 카테고리도 다양해져야 합니다. 소품종 다량의 제품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의 전략으로 전환해야합니다. 새로운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킨다면 재도약의 기회는 다시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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