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아 떠난 길, 규슈 올레
봄을 찾아 떠난 길, 규슈 올레
  • 글 사진 김경선 차장/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
  • 승인 2017.02.1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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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시마 묘켄 코스

일본 여행을 좋아한다. 비행기로 1~2시간이면 닿을 만큼 가깝기도 하거니와 일본어가 능숙한 남편 덕분에 해외여행이 훌쩍 떠나고 싶을 때면 만만한(?) 일본을 선택할 때가 많다. 기자가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화산활동이 빈번한 일본은 우리나라와 흡사한 풍경도 많지만 3천미터 고봉이 즐비한 산세, 숲을 가득 메운 고목,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온천 등 이색적인 풍광도 즐비하다. 이 중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건 온천이다. 늦은 밤 노천탕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자면 여독에 지친 몸과 마음이 힐링 되는 기분이다.

숲은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울창한 삼나무 군락을 지나기도 하면서 변화무쌍한 풍광을 선물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가 일품인 기리시마 묘켄 코스.

삼나무 가득한 규슈의 숲
바다 건너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규슈에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올레길이 있다. 제주올레 브랜드가 규슈로 수출돼 만들어진 규슈 올레다. 2012년 2월에 4개 코스가 열린 이후 현재 19개 코스가 개장돼 일본뿐 아니라 한국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기자가 찾은 코스는 가고시마 국제공항과 인접한 기리시마시의 기리시마 묘켄 코스. 숲과 온천이 어우러진 이곳은 일본 근대화의 기반을 다진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1836~1867)가 신혼여행을 떠난 코스로 유명하다.

트레킹의 시작은 묘켄 온천. 아모리강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묘켄 온천 지역은 골 깊은 계곡과 숲이 어우러진 작은 시골 마을이다. 새벽부터 줄기차게 쏟아지던 비가 보슬비로 바뀔 무렵 고즈넉한 마을은 온천수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어우러져 더욱 운치가 넘쳤다.

기리시마 묘켄 코스는 온천과 숲이 어우러진 수려한 도보길이다. 2월임에도 맑은 계곡과 숲이 주는 생동감이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계곡을 따라 포장도로와 비포장길이 번갈아 등장하고, 이누카이노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36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함성이 골짜기를 울렸다. 올레길을 안내한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청의 나카시마 다이스케씨는 “이곳이 파워스팟”이라고 귀띔했다. 일본에서는 힘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떠나는 파워스팟 여행이 인기인데 음이온이 풍부한 이누카이노폭포 역시 파워스팟으로 유명하다.

기리시마 묘켄 코스의 출발지 묘켄 온천 지역.

폭포를 지나자 길은 숲길로 접어들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림이 울창한 숲길은 기리시마 묘켄 코스의 하이라이트다.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숲은 향긋한 삼나무 향기로 가득했다. 한국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삼나무 군락이 끝없이 이어지자 입에서는 자연스레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36m 높이에서 떨어지는 이누카이노폭포.

길은 굽이치는 강줄기처럼 숲을 통과했다. 울창한 산림에 막힌 빗줄기는 다행스럽게도 발걸음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길이 계곡을 건너 숲으로 더욱 파고들자 완만한 숲길은 삼나무와 대나무가 순식간에 모습을 바꾸며 변주하기 시작했다. 숲의 기운에 취한 사이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드러났다. 하늘이 열리고 빛이 계곡으로 쏟아지자 투명한 계류가 영롱하게 빛났다. 일행은 아무 말도 없이 한참 동안 빛의 세례를 고스란히 받고 서있었다.

이누카이노폭포 상류를 따라 길은 잠시 계곡을 따랐다.
본격적인 숲길로 들어서자 오른쪽으로는 계곡이 왼쪽으로는 붉은 적벽이 나타났다.

스토리로 가득한 길
규슈 올레는 스토리텔링의 산물이다. 작은 것 하나도 예쁘게 포장하는 능력이 탁월한 일본인들의 장점은 규슈 올레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 중 기리시마 묘켄 코스는 사카모토 료마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규슈올레는 제주올레 브랜드가 수출돼 조성된 길로 제주올레와 똑같은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 에도시대의 무사로 서로 대립관계에 있던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동맹을 성사시키며 에도막부 시대를 종식시킨 결정적인 인물이다.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 속 인물로 꼽힐 만큼 유명인인 그가 결혼 후 신혼여행지로 찾았을 만큼 수려한 기리시마시. 기리시마 묘켄 코스에는 료마와 그의 아내 오료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료마가 부인과 함께 산책했다는 산책로, 료마가 입욕했다는 온천, 료마와 오료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료마공원 등 볼거리가 풍부해 여행자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종착지인 시오비타시 온천. 소박한 온천은 360엔이면 이용이 가능하다.

<기리시마 묘켄 코스 정보>
19개 규슈 올레 중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에 자리한 난이도 중급 코스다. 숲과 계곡, 온천이 어우러진 구간으로 총 거리 11km, 소요시간은 4~5시간이다.

코스 묘켄 온천~와케유~이누카이노폭포~삼나무 숲길~와케신사~료마 산책로~시오비타시온천

길은 논을 지나고 도로를 지났다. 작은 마을과 와케신사를 지나 호젓한 료마 산책로를 걸으면 어느새 종착지인 시오비타시 온천이다. 온천은 소박했다. 화려한 호텔이나 료칸 대신 걷기 여행자들을 위한 무료 족욕탕과 대중탕 같은 온천이 전부다.

시계를 보니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 시간이 3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서둘러 온천에 몸을 담그자 뜨끈한 열기가 온몸으로 퍼진다. 탕치(湯治)로 유명한 온천답게 여독이 순식간에 풀리는 기분이다. 시간이 재촉한다. 그래도 괜찮다. 공항까지 20분이면 충분하다. 기리시마 묘켄은 가고시마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탁월한 선택이다.

<신규 코스 정보>
이즈미 코스&미야마·기요미즈야마 코스

2012년 첫 개장 이후 새로운 코스 개발을 지속중인 규슈 올레가 오는 2월 18일과 19일에는 이즈미 코스와 미야마·기요미즈야마 코스를 개장한다. 18일에 개장하는 이즈미 코스는 총 길이 14.2km, 소요시간 4~5시간이며 난이도는 중상급이다. 19일에 개장하는 미야마·기요미즈야마 코스는 총 길이 11.5km, 소요시간 4~5시간이며 난이도는 중상급이다.

코메노츠강의 수려한 계곡.

이즈미 코스(14.2km, 4~5시간 소요, 중상)
출발 가고시마현 이즈미시 이츠쿠시마 신사
교통
‣JR하카타역·JR가고시마추오역~(신칸센)~JR이즈미역~(이즈미 후레아이버스)~가미오카와우치 버스 정류장
‣가고시마공항~(가고시마공항 연락버스)~이즈미 버스센터~(이즈미 후레아이버스)~가미오카와우치 버스정류장
※개장일인 2월 18일에는 이즈미역~이츠쿠시마 신사 간셔틀버스 운행
볼거리 이츠쿠시마 신사, 코메노츠강 유역 논 지대, 코가와 댐 호수, 코메노츠강 청류, 고만고쿠 도랑, 이즈미 후모토 부케야시키 군
문의 이즈미시 산업진흥부 0996-63-2111

코메노초강을 따르는 길. 벼농사 경작지가 이어진다.

미야마・기요미즈야마 코스 (11.5km, 4~5시간 소요, 중상)
출발 후쿠오카현 미야마시 하치라쿠카이
교통
‣JR하카타역~(신칸센)~JR치쿠고후나고야역~(가고시마 본선)~JR세타카역
‣JR하카타역~JR세타카역
※개장일인 2월 19일에는 세타카역~하치라큐카이 간 셔틀버스 운행
볼거리 조야마코고이시, 조야마 사적 삼림 공원 전망대, 메가네바시, 기요미즈데라 혼보 정원, 고햐쿠라칸, 기요미즈데라, 기요미즈데라 삼중탑
문의 미야마시 상공관광과 0944-64-1523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 www.welcometojapan.or.kr/jro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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