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생명의 섬, 야쿠시마
온화한 생명의 섬, 야쿠시마
  • 김경선 차장|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
  • 승인 2017.02.1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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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천혜의 섬, 구석구석 톺아보기

가고시마 본항에서 고속선을 타고 2시간 남짓, 배가 야쿠시마 미야노우라항으로 들어섰다. 한 달 중 35일 비가 내린다는 비의 섬 야쿠시마는 다행스럽게도 더없이 화창했다. 새파란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섬은 신비로운 숲과 청정한 바다를 모두 품고 있었다. 사람만큼이나 많은 수의 사슴과 원숭이가 사는 곳, 인간의 잣대로 생명을 경시하지 않는 야쿠시마가 제 품을 열어보였다.

야쿠시마 이와사키 호텔에서 바라 본 야쿠시마 앞다바의 황홀한 석양.

야쿠시마는 총 면적 540.48㎢로 제주도의 약 4분의 1 크기다. 섬의 둘레는 130km에 불과해 한 바퀴 일주하는데 하루면 충분하다. 섬은 일본 본토 최남단에 위치한 오스마반도 사타곶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60km 가량 떨어진 바다 위에 떠있다. 일본 열도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한 만큼 사계절 온화한 날씨가 특징이다. 하지만 섬의 속살은 다르다. 해안지대에서 섬의 최고봉 미야코우라산(1936m)까지 고도차가 커 길쭉하게 뻗은 일본 전역의 기후가 작은 섬 안에 공존한다. 사시사철 온화한 해안지대와 달리 1500m 이상 산간지대는 연평균 기온이 7℃까지 떨어져 혹독한 기후의 홋카이도와 유사하다.

페리가 미야노우라항으로 들어서자 바다 위의 알프스, 야쿠시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섬에는 규슈에서 가장 높은 미야코우라산을 비롯해 1~8위봉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잔잔한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산맥은 ‘해상의 알프스’라 불릴 만큼 풍광이 수려하고 고도가 높아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비구름이 산세에 막혀 엄청난 비를 쏟아낸다. 야쿠시마 산지에는 연평균 1만mm의 비가 내리고, 저지대 강우량도 4천mm에 달한다. 비는 야쿠시마를 싱그럽게 만든다. 원시의 자연에 동화된 동식물의 천국. 온화한 생명의 섬을 구석구석 톺아봤다.

야쿠시마가 속한 가고시마현은 일본 차 생산량 2위를 차지할 만큼 차 재배가 활발하다. 사진은 야쿠시마에서 경작중인 차밭.
다리 위에서 바라 본 안보강 협곡.
방문자 인간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원숭이.
유네스코는 야쿠시마의 약 20%만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세이부임도는 세계자연유산 중 유일하게 차로 지날 수 있는 구간인데, 이 길을 지날 때면 원숭이며 사슴 무리를 자주 만난다.

숲의 비밀을 밝혀라, 야쿠스기 자연관
미야노우라항에 내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섬의 동쪽에 위치한 야쿠스기 자연관이다. 야쿠시마는 그 형태가 원형에 가까워 현지인들은 섬의 지역을 시계에 빗대어 설명하곤 한다. 1시 방향에 위치한 항구에서 동쪽 해안을 따라 시계 방향으로 내려온 우리는 안보 마을에서 방향을 틀어 섬의 중심부로 들어갔다. 줄곧 바다가 펼쳐지던 풍광은 어느새 울창한 숲으로 바뀌었다. 향긋한 피톤치드에 취하는 사이 야쿠스기 자연관에 도착했다.

야쿠시마 자연을 형상화한 야쿠스기 자연관.

야쿠스기 자연관에는 조몬스기, 기겐스기에서 떨어지거나 잘라낸 나뭇가지가 보관돼 있다. 나뭇가지라고 하지만 웬만한 나무 크기만 한 거대한 고목의 흔적은 야쿠시마 삼나무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전시관에서는 삼나무의 특징, 벌목의 역사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입장료 : 성인 600엔, 고등학생 및 대학생 400엔, 초·중고생 300엔
홈페이지 : yakusugi-museum.com

야쿠스기 자연관에는 조몬스기에서 잘려져 나온 나뭇가지를 전시해 놓았다. 가지라고 하지만 웬만한 나무 보다 크다.

바다와 온천의 만남, 히라우치 해중온천·유도마리 온천
바다에서 즐기는 온천이 있다. 하루에 두 번, 딱 두 시간 씩만 이용이 가능한 해중온천 히라우치다. 야쿠시마 남단에 위치한 히라우치 온천은 바닷가에서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노천탕이다. 하루 두 번, 썰물 때만 온천이 드러나는데, 검붉은 갯바위 틈으로 조성된 노천탕이 압권이다. 저온탕, 고온탕, 족욕탕 3개의 탕이 있다. 규모가 작아 많은 이들이 이용하긴 힘들지만 그 풍광만큼은 환상적이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단, 히라우치는 남녀혼탕이다. 여성들은 간단한 타월 정도만 착용할 수 있다. 히라우치를 찾은 시간은 오후 5시경. 붉은 석양을 바라보며 환상적인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라 이용객이 만원이었다. 헐벗은 남성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엔 용기 부족. 이른 오전 시간대에는 방문자가 드물어 도전할 만하다. 이용료는 100엔.

야쿠시마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히라우치 노천탕.

히라우치 인근에 바다 풍경을 만끽하며 24시간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유도마리 온천도 있다. 이곳 역시 아름다운 해안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도마리에는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메인 노천탕과 섬 주민들이 이용하는 작은 탕이 있는데, 갯바위 틈에서 솟아나는 온천을 즐기려면 섬 주민들이 이용하는 숨겨진 탕을 이용해보자. 검붉은 갯바위로 둘러싸인 노천탕 코앞으로 광활한 바다가 펼쳐지는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이용료는 100엔.

24시간 즐기는 유도마리 온천. 지척에 바다를 두고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88m 높이의 오코폭포. 수량이 많을 때면 세 개의 물줄기가 쏟아지는 장관이 연출된다.

어마어마한 음이온 세례, 오코 폭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불과 3~4분을 걸어 들어가니 ‘콰콰콰콰’ 사방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소리만 들어도 그 규모가 짐작될 만큼 수량이 풍부한 오코 폭포는 일본 100대 폭포 중 하나로 손꼽힌다.

폭포를 마주하면 88m 절벽을 따라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물살에 놀라고, 계류의 투명함에 두 번 놀란다. 기자가 방문할 당시 수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폭포 주변에는 천연 미스트를 뿌린 듯 물안개가 자욱했다. 밀려드는 음이온 세례에 정신이 번쩍 들 정도. 폭포는 비 온 뒤 더욱 장관이다. 수량이 풍부할 때는 물줄기가 세 갈래로 흘러내려 더욱 장엄한 풍광을 만날 수 있다.


북태평양 최대 바다거북산란지, 나가타이나카해변
매년 5~8월이 되면 북태평양에서 서식하는 바다거북이 산란을 위해 야쿠시마 해안을 찾는다. 특히 이나카하마, 마에하마, 요츠세하마 3개의 해변이 1km 가량 이어지는 나가타하마에는 산란기가 되면 수많은 바다거북이 모여든다. 야쿠시마에서 볼 수 있는 바다거북은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 산란기를 맞은 암컷 바다거북은 100~140개의 알을 모래사장에 낳는데, 약 60일 후부터 부화를 시작한다.

북태평양 최대의 바다거북 산란지 나가타이나카해변.

푸른 바다와 백사장이 펼쳐지는 나가타이나카해변은 섬의 서쪽에 위치해 일몰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수평선 위로 보이는 구치노에라부지마 섬과 이오지마 섬이 어우러진 황홀한 석양이 일품이다.

일본정부관광국 www.welcometojapan.or.kr/jroute

야쿠시마 해안에서는 산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나가타이나카해변에서는 각양각색의 조개 껍질을 주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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