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Same Girl'
나윤선 'Same Girl'
  • 글 김경선 Ι 사진 www.younsunnah.com
  • 승인 2017.01.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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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그녀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현란한 기교, 자유롭게 구사하는 스캣,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날카롭게 부르짖는 나윤선의 목소리. 그러나 열정적인 공연이 끝난 후 마이크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가냘프기 그지없다. 반전과 호기심. 나윤선의 7집 <Same Girl>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나만 알고 싶은 가수가 있다. 끝없는 이기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 신인 배우 진짜 괜찮네’ 콕 찍어 놓고 홀로 훈훈해하던 것이 무색하게 어느새 훌쩍 커버린 연예인을 보고 ‘내 것’을 빼앗긴 것 같은 허탈감. 비단 기자만의 감정일까? 가수도 마찬가지. 우연히 듣게 된 고운 음색, 마음의 파고를 일으키는 감성, 라이브로 들었을 때 더욱 전율을 일으키는 목소리,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보컬 나윤선 이야기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10여 년 전이다. 이것저것 다양한 음악을 폭식하듯 들어치우던 어느 날 나윤선의 음악을 알게 됐다. 솔직히 첫 느낌이 강렬하진 않았다. 대신 잔잔하면서도 맑은 그녀의 음색은 들을수록 중독성이 있었다. 이후 팬심이 작동한 기자, 연말 콘서트를 찾았다.

나윤선의 음악은 라이브에서 빛을 발한다. 앨범으로 들어도 좋지만 글쎄…. 그녀의 음악은 라이브로 들을 때가 100배는 더 좋다. 사심이 아니라 많은 음악평론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도 그렇다. 앨범에서 보여주지 못한 그녀의 진짜 끼, 음악에 대한 다양한 해석, 무엇보다 재즈가 주는 즉흥성과 현장성이 어우러진 공연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충격이었다.

나윤선은 다작하는 가수가 아니다. 2001년 1집 <Reflet>를 발매한 이후 2013년 8집 <Lento>까지 총 8개의 정규 앨범을 냈다.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욱 큰 인기와 명성을 얻고 있는 만큼 1년 내내 전세계를 다니며 공연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그녀다.

나윤선 7집 'Same Girl' 앨범 재킷

각설하고, 총 8개의 앨범 중 기자가 가장 아끼는 앨범은 7집 <Same Girl>이다. 7집을 가장 사랑하는 이유는 생동감이다. 라이브 공연을 듣는 듯한 살아있는 음색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바그다드의 이국적인 아침 풍경이 떠오르는 ‘Breakfast In Baghdad’ , 마이너 정서를 자극하는 ‘강원도 아리랑’ , 메탈리카의 곡을 리메이크한 ‘Enter Sandman’…. 제각각 개성이 뚜렷한 11개의 곡들은 하나하나 공을 들여 독창성 있는 앨범으로 완성됐다. 악기의 여백을 채우는 그녀의 목소리. 그 자체가 악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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