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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남단 키웨스트로 가는 길
미국 최남단 키웨스트로 가는 길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6.12.2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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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향기로 물든 마을

플로리다 최남단 육지 끝을 벗어나면 야자수 가득한 크고 작은 섬 40여 개가 바다 위에 일렬종대로 줄지어 서있다. 그리고 그 섬들을 연결하는 42개 연육교 다리공사가 1938년에 끝나면서 하얀색 다리들은 플로리다의 옥색 바다와 대비되며 또 하나의 명소로 바뀌었다. 길이 202km 해상고속도로는 오버씨즈 하이웨이Overseas Highway로 불린다. 끝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긴 다리 위에 서면 ‘도대체 이 다리를 언제 건널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아득하다.

오랜 시간을 달린 끝에 마지막 섬 키웨스트에 도착했다.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을 집필한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바로 그 섬이다. 이곳에서는 섬마다 야자수 아래 파스텔풍 집들이 이국적으로 펼쳐지고, 눈이 시리도록 환상적인 옥색바다와 하얀 백사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천국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키웨스트는 과거 스페인이 지배했던 섬으로 1822년 미해군기지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미국에서 최고의 휴양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곳은 명성만큼이나 볼거리도 많다. 키웨스트섬 최남단에 가면 과거 우주에서 귀환할 때 우주인을 싣고 바다에 떨어진 캡슐 형태의 조형물이 있는데, 이 조형물 안에는 키웨스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90 miles to Cuba Southernmost Point Continental USA’ 미대륙의 최남단이며, 쿠바까지 90마일이라고 쓰인 문구다. 자동차로 1시간이면 닿을 무척 가까운 거리다. 조형물 위에는 소라고둥공화국The Conch Republic이라고 쓰여 있는데, 실제로 이 섬 해안가에는 오래 전부터 많은 소라고둥이 채취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섬에는 소라고둥 레스토랑이 많다. 길을 걷다 보면 버터에 구운 소라고둥 냄새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와 식욕을 자극한다.

해가 저물자 광장 한구석에서 귀에 익은 콴타나메라 기타 연주가 들려왔다. 쿠바에서는 오랫동안 사회주의 지배하에 가난과 체념을 담은 저항시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 애잔한 시에 음을 달아 타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이 콴타나메라다. 신나는 음률이 흐르면 사람들은 어느새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이곳 키웨스트도 마찬가지. 춤추는 파트너가 누구든 상관없고 무대도 따로 없다. 음악소리가 들리면 리듬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다 연주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각자의 길로 돌아간다.

길거리에는 유난히 파스텔 컬러의 건물이 많은데, 지중해풍 하얀색 건물과의 조화가 무척 이국적이다. 길거리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노점상들의 깜찍한 매대며 작은 규모지만 꽤나 우아한 품격을 갖춘 갤러리들이 마치 “낭만을 팝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쿠바가 가까워서인지 여기저기 체 게바라의 얼굴이 들어간 선물용품이 많이 보였다. 들려오는 음악소리도 모두 남미풍 노래다. 옛 키웨스트 세관 앞, 중년사내와 여인의 춤추는 동상 앞에 서면 이곳이 미국 땅인지 쿠바 땅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다.

키웨스트는 지리적으로 미국의 끝자락에 위치한 멀고 먼 섬이다. 이 섬에서 마주친 쿠바의 열정적인 기질은 미국 속 작은 쿠바처럼 마음 가까이 다가왔다.

앤드류 김 Andrew Kim
(주)코코비아 그룹 상임고문으로 커피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Andrew Coffee Factory와 에빠니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세계에 유통중이다. 커피전문쇼핑몰(www.acoffee.com )과 종합몰(www.coffeetea.co.kr )을 운영중이며, 전세계를 다니며 사진작가와 커피차 컬럼니스트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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