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알프스로 떠난 사색여행
동방의 알프스로 떠난 사색여행
  • 글 사진·김진아 여행가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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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 중국 쓰구냥산 四姑娘山

#01 살며, 걸으며

사는 거 뭐 그리 대수야.
걸을 수 있는 두 발이 있다면야,
보살필 수 있는 말 한 필 있다면야,
따뜻하게 돌아가 안길 가족들이 있다면야,
나 걷고 또 걸을 수 있어.
나 울고 또 웃을 수 있어.

사는 거 뭐 그리 대수야.
우리 살면서 단 한번 스쳤더라도
퍽퍽한 삶에서 따뜻하게 손 내밀어 줄 수 있다면야,
수줍게 그 미소 나눌 수 있다면야,
나 걷고 또 걸을 수 있어.
나 울고 또 웃을 수 있어.

사는 거 뭐 그리 대수야.
우리 살면서 나만의 신을 만나러 정갈하게 차려입고
마음 속 울림을 나지막하게 노래할 수 있다면야,
그 울림 누군가에게 눈물이 되고 마음 속 응어리 풀릴 수 있다면야,
나 걷고 또 걸을 수 있어.
나 울고 또 웃을 수 있어.

사는 거 뭐 그리 대수야.
우리 살면서 단 한번 그 먼 길을 나선대도
아주 오래 걸려 그 머나먼 길 당도할 수만 있다면야,
그리하여 나 다시 나만의 일상으로 행복하게 돌아갈 수만 있다면야,
나 걷고 또 걸을 수 있어.
나 울고 또 웃을 수 있어.

사는 거 뭐 그리 대수야.
나 한 걸음 한 걸음 마음으로 내딛어 그 높은 곳 오를 수만 있다면야,
걸으며 길 위에 온갖 수많은 나 버려지고 버려져 깨끗해질 수만 있다면야,
살며, 걸으며 다시 비워지고 다시 채워낼 수 있다면야,
나 걷고 또 걸을 수 있어.
나 울고 또 웃을 수 있어.
 


#02 눈빛

나 저 눈빛을 아주 조금이라도 닮고 싶었다.
의심도 미움도 그런 것 따위 아랑곳 않는 저 눈빛을 닮고 싶었다.
그 눈빛 오롯이 마주할 수 없었던 우리의 시선을 버리고 싶었다.
얼마만큼 걸으면 그 눈빛 아주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을까.
얼마만큼 비워내고 비워내면 그 눈빛 닮을 수 있을까.
나 그 눈빛,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그 눈빛 닮고 싶었다.

 

#03 낮게 더 낮게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더 낮은 것들에 시선을 내려두고 싶다.
더 낮은 것들에 다가가기 위해서 기꺼이 무릎을 낮추고 싶다.
낮은 곳에서 달빛을 만나고
구름을 만나고
햇살과 바람을 만나고
땅과 속삭이고 싶다.
아주 천천히 차오르듯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일렁이고 나지막이 삶을 내뱉고 싶다.

공가산을 걸을 때,
비현실적인 파란색의 나팔꽃과 비슷한 그 푸름을 보기위해, 사진기에 담기 위해,
무릎을 구부리고 몸을 낮췄다.
그제야 그 푸름이 푸름 속 하얀 속살이 눈에 들어왔다.
가끔은 몸을 낮추고, 느리게 가지 않으면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지나치게 된다.
그러니 가끔은 느려도 낮아도 괜찮다.
 


#04 경험하는 삶

어느 누구도 그 경험을 하지 않으면
눈과 귀로 들어와 그저 튕겨져 나가버린다.
귀로는 듣고, 머리는 끄덕여도 마음을 다하여 기울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삶이 모조리 경험이 되어버리는 이유는 그러한 까닭이다.
안다고 하지 말라, 미루어 짐작하지도 말라.
이해할 수 없다면, 그저 바라만 보라.

고작 며칠을 꼬박 걸으며 만난 풍경들을 다 안다고 하지 말라.
몇 십일을 오체투지하며 그들만의 신을 만나러 가는 그들을 다 안다고 하지 말라.
그저 곁에서 조금이라도 같이 걸으면 당신, 그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거나
그저 아무 말 없이도 서로를 기울이게 될 터이니.
그저 걷고 바라만 본다.
경험하지 않는 한 모든 것은 허상이니깐.
 


#05 네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그곳을 지나던 푸르른 하늘도 새하얀 구름도 머물지 않을 거야.
네가 없다면 들판 위 푸르고 붉은 꽃들도 피어나지 않을 거야.
네가 없다면 야크와 말을 먹이기 위해 먼 길 떠난 네 아빠도 웃을 수 없을 거야.
네가 없다면 곱고 정갈하게 차려입은 네 엄마의 손짓도 바쁘지 않을 거야.
네가 없다면 세상 끝까지 닿을 듯 나부끼던 타르쵸도 펄럭이지 않을 거야.
네가 없다면 하루 종일 돌던 마니차는 멈출 거야.
네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티베트의 파란 내일을 꿈꿀 수 없을 거야.
 


#06 울림

겁의 세월을 흘러 너와 나는 만났어.
우리는 지금껏 살아온 방식도, 앞으로 살아갈 방식도
우리의 마음을 나누는 도구도 모두가 같지 않아.
하지만 우리에게 기타를 튕길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 울림들이 티베트의 푸른 공기를 가로질러
너의 작은 가슴에 안길 수 있다면
그건 모두가 신성한 공가산의 이해심 때문일 거야.
나의 울림과 너의 자그마한 울림이 하나가 되어
고산에 울려 퍼지면
우리 아주 따뜻할 거야.
안녕, 티베트의 작은 울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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