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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묵직한 목소리에 귀가 호강
따뜻하고 묵직한 목소리에 귀가 호강
  • 오대진 / 사진 www.gregoryporter.com
  • 승인 2016.12.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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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포터 ‘Liquid Spirit’

‘부상이 발목 잡는다.’ 스포츠계에서 공공연히 쓰이는 말이다. 그 부위가 어깨라면 더욱 심각하다. 몇 년, 많게는 몇 십 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선수 생명이 끝나는. 언론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가슴이 아프고 격려의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감히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

음악 지면에서 이 무슨 스포츠 썰 인가 싶겠지만, 오늘 만나볼 재즈 보컬리스트 그레고리 포터Gregory Porter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971년 미국 LA 태생. 사진에서 보듯이 뒷골목에서 만나면 바로 다른 길을 찾게 만드는 거구의 사나이다. 그저 옆집 빵집아저씨 같은 미소를 계속 지어주길 바랄 뿐이다.

190cm와 110kg이 넘는 키와 몸무게는 운동을 위해 타고난 신체조건이다. 미래도 밝았다. 미식축구 명문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에 운동선수로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그러나 이 미식축구 선수의 미래는 부상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팬으로서 보면 전화위복이다. 타고난 신체조건보다 더 큰 선물인 묵직하고 따뜻한 ‘목소리’를 듣지 못할 뻔 했다. 그의 목소리는 어쩌면 듣는 우리에게 더 큰 선물일 셈. 그는 서른아홉 늦은 나이에 재즈 보컬리스트로 데뷔했다. 그리고 마흔 셋, <Liquid Spirit>으로 2014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을 수상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진 못한다. 푸근한 첫인상과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호빵모자(?)가 그저 귀엽고 멋져 보일 뿐. 몇 해 전 지인의 추천으로 그를 알게 됐고, 실질적으로 음악에 빠져든 된 것도 올해 날이 으슬으슬 해질 즘부터다.

그레고리 포터 앨범 자켓.

그의 묵직한 보이스가 연일 에디터의 귀를 담백하게 씻어내는 중이다. 건반으로 시작되는 ‘No Love Dying’은 단번에 분위기를 사로잡는다. 이어 ‘Liquid Spirit’은 맷 데이먼과 주드 로의 경쾌한 재즈 파티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 <리플리>를 떠오르게 한다. ‘Lonesome Lover’는 분위기 있는 재즈 바에 어울린다. 뭐 사실 <Liquid Spirit>의 수록곡 모두가 그렇지만 ‘Lonesome Lover’는 특히 더 그렇다. ‘Water Under Bridges’와 ‘Wolfcry’는 그의 목소리에 치명상을 입고 만 노래다. 따스한 손길처럼 다가온 그의 목소리는 어릴 적 추운 거리에서 아버지 손을 꼭 잡았을 때의 느낌이었다. ‘Free’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로 들뜬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노래다. ‘Want to be free, got be free~!’

이후의 곡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 ‘재즈’라는 장르를 넘어 혹은 장르와 무관하게,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한다. 물론, 편안함의 9할 이상은 그레고리 포터의 푸근하고도 따뜻한 목소리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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