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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에 역주행, 우울한 대박…‘대통령의 글쓰기’
최순실 게이트에 역주행, 우울한 대박…‘대통령의 글쓰기’
  • 발췌 및 글 오대진 / 사진 정영찬 기자
  • 승인 2016.12.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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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BOOK

노무현 대통령도 평소 같은 생각을 얘기했다.
“지금의 리더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정경유착의 시대도 막을 내렸고, 권력기관도 국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이 권력과 돈으로 통치하던 시대는 끝났다. 오직 가진 것이라고는 말과 글, 그리고 도덕적 권위뿐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국정원이나 국세청, 검찰 등 권력기관에 의존하지 않았다. 2004년 6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과 관련해 검찰총장이 “내 목을 먼저 쳐라.”며 반기를 들자,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그렇게 대들라고 검찰총장 임기를 보장하는 것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이었던 시절에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리더가 되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두 대통령은 리더에 관해서 또 다른 비슷한 얘기를 한다.
“리더는 글을 자기가 써야 한다. 자기의 생각을 써야 한다. 글은 역사에 남는다. 다른 사람이 쓴 연설문을 낭독하고, 미사여구를 모아 만든 연설문을 자기 것인 양 역사에 남기는 것은 잘못이다. 부족하더라도 자기가 써야 한다.”
“연설문을 직접 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전자는 김대중 대통령, 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설문 작성 온라인 교육을 시행하라고 연설비서관실에 지시한 적도 있었다.

민주주의는 말이고 글이다. 말과 글을 통하지 않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를 이뤄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민주주의 시대 리더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리더는 자기 글을 자기가 쓸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 309~310쪽에서 발췌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2014. 2, 메디치미디어)

저자 강원국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 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에는 연설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했다.

조용하고 꾸준하게 독자들을 만나던 이 책은 현재 베스트셀러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확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시점부터 역주행을 시작하더니 어느덧 판매량 10만 부를 돌파했다. 씁쓸하고 우울한 대박이다.

좋은 글로 가득하다. 예전 같으면 그저 감탄만 했을 텐데 감흥이 조금 다르다. 그립다고 해야 할까.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분노의 끝을 달리다가도 이제는 그냥 그들이 밉다. 리더가 될 수 없는 사람이 돼서 여기까지 왔다. 아직도 민심은커녕 상황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더욱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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