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하트코스 라이딩
수도권 하트코스 라이딩
  • 글 오대진 / 사진 정영찬 / 장비 지원 자이언트코리아
  • 승인 2016.12.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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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탄천~양재천~학의천~안양천 66km

수도권 자전거길 Part3. 북한강 자전거길, 임진각 자전거길에 이어 이번에는‘하트코스’다. 응? 하트코스가 뭐냐고? 자전거인들 사이에는 이미 많이 알려진 코스로 서울 한강 자전거길을 출발해 탄천과 양재천, 학의천, 안양천을 돌아 다시 여의도로 돌아오는 66km 코스다. 코스 이름은 전체 코스가 마치 하트 모양 같아 붙여진 이름. 의외로 풍부한 볼거리를 자랑해 만족도가 높았던 코스. 출발!

여의도한강공원 63빌딩 앞. 하트코스 출발!

얄궂은 가을비
시작 지점은 너무나도 익숙한 여의도 63빌딩. 자전거를 타고만 최소 몇 백번은 다녀간 코스로 도로와 구조물, 곳곳에 요철까지 꾀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얄궂은 가을비 하나에 모든 게 낯설어졌다. 슈퍼컴퓨터는 오늘도 어김없이 기자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멀리서부터 먹구름이 찾아오더니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이게 이날 시작의 모습이다.

비가 내리는 날씨지만 이 알맞은 온도와 공기, 바람을 맞으려는 라이더는 꽤 많았다. 그들과 무리지어 빗물에 흐트러진 흙의 상쾌하고도 퀴퀴한 내음을 맡으며 페달을 밟았다.

여행의 궁극적인 즐거움은 ‘새로움’이라고들 한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우선적일 것이고, 그 이후는 다른 무언가일 것이다. 똑같은 그림을 보고 다른 희열을 느끼고, 똑같은 음악을 듣고 다른 감정을 갖는 것처럼. 한강 라이딩은 기자에게 결코 큰 즐거움을 줄 수 없었지만 이날의 가을비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영락없는 비 맞은 생쥐 꼴이었지만 말이다.

올림픽대로와 나란히. 낙엽 떨어진 자전거길이 운치 있다.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주말이면 나들이객이 공원을 가득 채운다.

비를 피해 올림픽대로 아래로 향했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금방이라도 영화 <괴물>의 그놈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횃불을 들고 이름 모를 수양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이 괴기한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 기가 모여 혼이 정화…. 아 몰랑, 뭐 아무튼 그랬다는 이야기다.

잠수교에서는 ‘신호 버튼’을 누른 후 대기.
이날은 얄궂은 가을비가 하루 종일 라이더를 괴롭혔다.
갑자기 쏟아진 비, 한강철교 아래에서 잠시 휴식.

한강하면 빠질 수 없는 ‘즉석라면’과 ‘치킨’
동작대교를 지나면 여의도한강공원과 함께 가장 많은 나들이객이 찾는 반포한강공원이다. 세빛섬과 잠수교, 그리고 잠원한강공원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와 수영장 등 나들이객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자전거인들에게는 반포 편의점이 조금은 특별하다. 날 좋은 주말에는 수많은 동호회와 주말 라이더들의 모임 장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마치 자전거 전시회라도 된 듯 각양각색의 자전거들을 볼 수 있는 것도 반포 편의점 앞 풍경의 매력이다. 물론, 지리적 특성도 있다. 서로는 아라뱃길까지, 동으로는 팔당댐까지 왕복 라이딩 하기에 딱 좋은 위치이기도 하다.

한강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즉석 라면’. 비가 와서 그런지 특히 맛났다.

음료로 목을 축이고,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한강 편의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즉석라면은 특히 인기. 끓여 먹는 맛 그대로. 외국인들에게 신세계를 맛보게 하는 치맥 또한 한강만의 먹거리다. 라이더들은? 치콜로 위안을 삼는다.

바로 옆에는 한강 자전거 공방이 있다. 자전거 제작과 공예, 교육, 수리, 전시실 등으로 구성된 한강 자전거 공방에서는 다양한 체험과 함께 초보자를 위한 자전거 교육과 안전 교육 또한 무료로 진행한다.

‘치콜’도 빠질 수 없지.

탄천~양재천
다양한 모습을 한 한강다리를 하나 둘 지나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멀리 잠실종합운동장이 보이면 이곳에서 우회전, 이제부터는 탄천 구간이다. 반포한강공원에서 8km, 2~30분 거리. 이번 라이딩에서 탄천자전거길 구간은 무척 짧다. 잠실종합운동장을 왼쪽으로 끼고 약 2km를 달리면 탄천 구간은 종료, 과천 방면인 양재천자전거길로 갈아탄다. 갈림길에서 왼쪽 방향으로 가면 성남 방향이다. 탄천자전거길은 죽전까지 이어져 있다.

자전거 제작과 공예, 교육, 수리, 전시실 등으로 구성된 한강 자전거 공방.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양재천변의 울긋불긋한 단풍.

양재천자전거길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탄천자전거길보다 천의 폭은 좁지만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나무들의 풍광이 제법 아름답다. 단풍 끝물의 짙은 울긋불긋함이 빗길 라이더의 마음을 정화한다.

다양한 수종의 숲이 공원을 가득 채운 양재시민의숲에서 잠시 쉬어간다. 공원 내에는 윤봉길의사기념관과 윤봉길 의사 숭모비, 삼풍사고희생자 위령탑 등도 함께 있다.

우회전하면 탄천 방면. 굳은 날씨임에도 많은 라이더들을 볼 수 있었다.
잠실종합운동장을 왼쪽으로 끼고 달리면 양재천이 나온다.

양재천교를 지나면 자전거길 주변이 한산해진다. 이제 과천을 향해 달린다. 선바위역을 지나 깔끔하게 정비된 관문체육공원을 관통하면 다시 대단지 아파트들이 자전거길 주변을 감싼다. 그리고 중앙공원에 닿으면 양재천 구간은 종료. 탄천 갈림길에서 약 12km다. 양재천 과천 구간은 길게 뻗은 가로수들도 볼거리지만 자전거길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설과 인프라들이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라이더는 편안하고 기분 좋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
양재시민의숲에는 윤봉길의사기념관과 삼풍사고희생자 위령탑 등이 있다.

학의천~안양천~여의도
양재천~안양천 구간은 하트 코스 구간 중 유일하게 자전거길이 아닌 국도 구간이다. 여기에 약 5km 코스 대부분이 왕복 8~10차로인 과천대로, 차량들이 빠르게 달리기 때문에 안전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인덕원역을 지나면 곧바로 인덕원교가 나온다. 여기서 학의천변으로 환승. 다시 자전거길 시작이다. 천 폭이 역시 좁은 학의천자전거길, 인프라는…, 글쎄다. 자전거길 또한 다른 곳보다 좁은 느낌. 탄천과 양재천에 비해 비교적 관리가 덜 돼 있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안양천자전거길의 인프라는 조금은 아쉬움을 남겼다.

4km의 짧은 학의천 코스를 마무리하고 안양천으로 갈아탄다. 강폭이 넓어져서인지 시원시원하다. 한강과 만나는 안양천 끝자락인 염창교까지는 약 23km. 광명역을 지나 서부간선도로를 따라 신나게 페달을 밟는다.

어느덧 서울 하늘이 어둑어둑해진다. 일찍 퇴근길에 오른 차들이 도로를 빼곡히 채운다. 도로 위 서있는 차들을 하나 둘씩 따돌리다 보니 멀리 반가운 녀석이 보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척 스카이돔.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거대한 풍채는 아니다. 바로 앞에서 보니 확실히 첫 돔구장이라는 이슈보다는 교통체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제 별 생각이 다 든다. ‘여기도 길라임의 손이 뻗친 건 아니겠지?’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지나 목적지인 63빌딩으로.

목동종합운동장을 지나 다시 한강자전거길에 합류. 익숙한 길에 들어섰다고, 끝이 보인다고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투둑 투둑’ 조금씩 내리는 빗방울이 지겹기도 했다. 선유도와 당산역을 지나니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63빌딩, 추적추적 가을비 내리는 수도권 하트 코스 라이딩 완주.

epilogue
가볍게 라이딩을 할 때, 한강자전거길 말고는 생각지 않았다. 탄천도, 양재천도, 안양천도 처음이다. 익숙함에 길들여졌다. 익숙해진 다는 게 참 무섭다. 무언가 새로이 개척하고 도전하는 것이 귀찮아졌다.

최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다들 9년의 시간 동안 익숙해져서일까. 대통령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은 없었다. 그 전에는 그렇게 난리를 쳤던 기억도 분명히 있는데 말이다. 익숙함은 새로움에서 나온다. 국민들의 새로운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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