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약 위에서 만난 인생 불꽃
카약 위에서 만난 인생 불꽃
  • 글 홍주현 / 사진 최두산, 김용연 기자
  • 승인 2016.11.30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 서울 불꽃축제 나이트 카약

올해로 벌써 14번째인 불꽃축제. 한강 야경을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는 불꽃놀이라니, 상상만 해도 로맨틱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여의도에서 불꽃축제를 본 사람이라면 그 로맨틱함이 현실에서는 와장창 깨지기 십상이라는 걸 알고 있다. 소위 불꽃축제 명당이라는 스팟을 쟁취하기 위해 졸린 눈 비비며 아침부터 자리를 잡았건만, 불꽃축제 시간이 다가올수록 좁아져만 가는 내 자리를 반강제로 받아들여야 하는 엄청난 인파. 게다가 자욱한 폭죽 연기에 지나치게 가까이 있어 한눈에 담아지지 않는 불꽃까지. 하지만 걱정은 없다.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시티 나이트 카야킹과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크루의 ‘서울 불꽃축제 나이트 카약’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불꽃축제 감상을 준비하기 위해서 아웃도어크루는 일찌감치 한강대교 옆에 자리를 잡았다. 폭죽이 터지는 메인 불꽃쇼 지역에서 멀지 않아 한눈에 적당히 불꽃을 담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노들섬 부근에서 카약을 바로 띄울 수 있어서다. 오후의 뜨거운 햇볕에서 우리를 지켜줄 타프를 친 후 크루들이 앉을 의자를 세팅하고, 캔버스가방 안에 잘 포장된 치킨을 하나하나 담다 보니 우중충하던 하늘이 점차 맑게 개었다. 새벽에 내린 비에 축축하던 공기도 가을 햇볕에 뽀송하게 마르고 주말을 맞아서 엄마아빠와 함께 나들이 나온 아이들의 얼굴이 강물에 반사되는 햇빛을 받아 환하게 반짝였다. 보기만 해도 미소 짓게 되는 따스한 풍경.

5시가 가까워지자 크루들이 둘씩 짝지어 도착하기 시작했다. 커플끼리 오기도 하고 친구끼리 혹은 가족과 함께 온 크루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조합.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의자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불꽃축제와 카약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5시부터는 강희구 스페셜 크루와 안전요원들이 카약에 대한 설명과 안전 교육을 시작했다. 패들 잡는 법이나 젓는 법 등을 나름대로 재밌고 쉽게 설명해 주었지만, 카약을 처음 타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 “여러분들 얼굴 위에 하나같이 물음표가 둥둥 떠있네요. 설명 들어도 잘 모르겠죠? 가서 직접 해봅시다.” 역시 뭐든 직접 해봐야 제대로 배우는 법.

해가 지면서 덩달아 떨어지는 기온에 굳어가는 몸을 준비운동으로 풀어주고 구명조끼를 하나씩 받아 들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반짝거리는 랜턴을 어깨에 달고 나니 이제야 진짜 카약을 탄다는 게 실감이 났다. 둘씩 짝을 지어 차례차례 카약에 오르다 보니 뉘엿뉘엿 기우는 해에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당초 예상보다 바람이 세게 불어 너울이 커졌다. 걱정을 아예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차츰 낮게 깔리는 어둠과 함께 크루들의 어깨에 달린 랜턴 불빛이 밝아지는 만큼 기대감도 커졌다. 차가운 밤공기에 대비해 옷을 단단히 껴입고 조심스레 카약에 올라탔다. 카약이 기우뚱거릴 때마다 저 밑에 꾹꾹 눌러두었던 겁이 불쑥 올라오려 했지만 막상 자리에 앉고 나니 생각보다 편안했다. 크루들 전원이 승선하고 안전요원들의 지시에 따라 모두 노들섬 방향으로 노를 젓기 시작했다. 뒷자리에 앉은 크루가 힘을 내준 덕분에 카약에 모터를 단 듯 물살을 가르며 쭉쭉 나아갔다. 하얀 달이 밝게 빛나고 별도 하나 둘 뜨기 시작했다. 불꽃놀이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마음은 행복감에 부풀었다.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에 새삼스레 감탄하며 조용한 강 위에서 여유를 즐겼다.

첫 불꽃이 날아오르더니 다시 잠잠해졌다. 어느 순간 다시 불꽃이 연달아 터지더니 형형색색 불꽃이 반딧불이처럼 밤하늘을 날아다니고, 반짝이는 황금빛 가루가 사르르 흩날렸다. 넋을 놓고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크루들의 카약이 너울에 밀려 노들섬에서 멀어지지 않게 안전요원들이 챙겨주었다. 강가에 서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에서 부러움이 느껴졌고, 덕분에 팔에 힘이 들어가는지도 모른 체 패들링을 했다.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을 눈 속에 담으며 치킨의 맛을 음미했다. 차가운 바람에 치킨은 식은지 오래였지만 나이트 카약 위에서의 특별함 때문인지, ‘치킨은 항상 옳다’는 진리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요 근래 먹었던 치킨 중 최고의 맛이었다.

서울 밤하늘에 화려하게 핀 불꽃 사이로 한강 대교를 건너는 지하철이 느릿느릿 지나갔다. 매년 불꽃축제마다 기관사가 승객들에게 선물하는 따뜻한 배려일 것이다. 차디찬 밤공기 속에서 터지는 불꽃은 내 마음에서 따뜻한 감동으로 피어났다. 아웃도어크루는 카약 위에서 인생 불꽃을 만났다.

아웃도어크루
www.outdoorxcrew.com
문의 1566-3299
contact@outdoorxcrew.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