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에 없어서는 안 될 숨은 부품…토이 이야기
텐트에 없어서는 안 될 숨은 부품…토이 이야기
  • 글 사진 ‘양식고등어’ 조민석 기자
  • 승인 2016.11.2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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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고등어’의 텐트 이야기

이번에 들려드릴 텐트 이야기의 주제는 토이입니다. 이론적으로 텐트가 사용자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폴과 스킨만 있으면 되지만, 실제로 제 역할을 하기에는 모자라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폴의 교차 지점이나 폴과 스킨이 맞닿는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토이가 빠졌거든요. 있는 듯 없는 듯,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 토이의 이야기. 지금부터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과거에 인디언들이 주거지로 사용했던 티피를 오늘날 가장 비슷한 모습으로 복원한 것입니다. 지주가 모이는 원뿔의 꼭짓점을 천으로 꽁꽁 감싸서 고정해 놓았습니다.

토이. 영어로 장난감이라는 뜻이죠. 토이는 텐트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텐트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한 장난감입니다. 요즘 시장에 출시되는 일반적인 돔 텐트를 예로 들자면 폴의 선을 따라 스킨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소재의 클립이나, 폴의 교차 지점에서 고정될 수 있게끔 스킨에 붙어 있는 벨크로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수적이지만 중요한 기능을 하는 토이가 수백 년 전 인디언들이 사용하던 티피 텐트에도 있었다는 사실, 혹시 아시나요? 인디언의 티피 속 토이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인디언은 실내 공간의 확보를 위해 텐트 중앙에 지주를 세우지 않고 비스듬히 원뿔 형태로 세워 꼭지점에서 만나는 곳을 끈으로 동여매 고정했는데, 여기에서는 끈이 토이 역할을 했습니다.

지주를 묶는 역할에 머물러 있 토이가 꺾인 폴을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는 엘보의 역할도 겸하게 된 군용 텐트가 바로 이 A형 텐트입니다. 지붕에 ‘ㅅ’자 모양으로 꺾인 부분에 토이가 적용됐습니다.
텐트메이커들이 여태껏 선보인 토이류 중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스 델토이드입니다. 플라스틱인데도 상당히 견고한데다가 촉감 자체는 마치 아이스크림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럽습니다. 게다가 플라이를 씌워도 보기 싫게 울퉁불퉁해지는 부분이 없지요.

그런데 인디언들의 티피에 있는 토이가 어떻게 오늘날 일반적인 텐트에 폭넓게 쓰이는 토이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저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군용 A형 텐트에서 찾았습니다. 텐트메이커 모스를 이끌었던 빌 모스가 구질구질하다고 악평한 그 군용 텐트 말입니다.

군용 텐트가 시장에서 선보이는 여러 텐트에 비해 편의성을 비롯한 전반적인 면에서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수납시의 부피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보였습니다. A형 폴을 체결하고 해체하는 게 아무리 빡빡하다고 해도 A자 모양 그대로 군장 옆에 꽂고 행군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수납을 위해 A형 폴을 두 개의 직선 폴과 시옷자 모양의 토이로 나누어 조립할 수 있게 만든 것이지요. 토이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진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모스 델토이드 텐트 옆면 폴 교차 지점에서 두 폴을 필요한 위치에 고정시키는 플라스틱 클립입니다. 너무 빡빡하지도 않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습니다.

이후 빌 모스라는 인물이 텐트메이커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토이의 형태는 한층 더 진화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디퍼 시리즈 텐트에 등장한 흰색 플라스틱 토이입니다. 판형 초콜릿처럼 생긴 딱딱한 플라스틱 조각의 앞뒷면에 폴 두개가 교차하는데 이곳에 위아래로 고정시킬 수 있는 홈을 파고 이것을 또 다른 리지 폴에 통째로 연결시켜 놓은 특이한 구조입니다. 폴 3개가 한 지점에서 교차하면서도 구조 자체의 강성은 최대화시키고, 플라이를 씌웠을 때도 선이 지저분해지지 않게 만든 것이 인상적입니다.

빌 모스 이후 등장한 텐트 디자이너 테리 브룩스가 만든 토이도 꽤나 신선한 결과물이었습니다. 폴 라인을 따라서 스킨에 붙어 있는, 성인의 엄지손가락 정도 사이즈의 검은 플라스틱 클립을 주먹만 한 사이즈로 키운 클립이 등장한 것이죠. 디귿자 모양으로 생긴 이 토이는 중심부를 비워서 폴이 교차하는 지점을 스트랩으로 묶었을 때 생기는 설치와 철수 상의 애로사항을 없애는 효과가 있었지요.

빌 모스와 테리 브룩스의 실질적 후임자였던 테리 브룩스가 모스 텐트 소속의 디자이너로 있으면서 디자인한 ‘ㄷ’자 형태의 클립입니다. 플라스틱 소재 치고는 무르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폴의 교차점에 유격을 주어 설치상의 편리를 도모한 점은 긍정적입니다.
모스 리틀 디퍼 텐트에 적용한 토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형태가 바뀐 것이 있습니다. 상단부의 리지 폴인데요, 텐트 구조의 형태를 유지하는 용도입니다. 초기에는 델토이드의 것처럼 생긴 토이를 사용했는데, 후기에는 토이의 부피를 최소화하는 형식으로 변화했습니다.

토이에 진보가 일어난 것은 비단 모스 텐트만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는 비교적 단순했던 20세기 중반 텐트들이 후반에 들어서면서 점점 다양해지고, 기교가 늘어나면서 토이의 변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원단의 끝 부분에 처마를 만들어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 클립을 달아 폴과 연결할 수 있게 하는 토이가 등장하는가 하면, 폴이 텐트 지붕의 절반만 지나가게 하고 이 폴들을 하나의 허브처럼 모아 고정되게 하는 형식의 토이도 등장했지요. 한술 더 떠서 폴을 만드는 메이커가 토이류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연구를 선도하는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DAC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요.

노스페이스의 VE-23 모델입니다. 플라이시트로 출입문 처마를 만들기 위해 리지 폴을 끼워 고정시킬 곳을 가죽으로 처리했습니다.
텐트메이커 바이블러의 토이입니다. 굵기만 따지고 보면 머리핀만큼이나 얇아서 부러지지 않을까 싶지만 실제로 써 보면 워낙 유연한데다가 스킨의 장력이 강한 토드텍스 원단의 특성에 맞게 사용이 매우 간편합니다.

하지만 텐트메이커 시장에서 다양한 토이류가 계속 등장하는 만큼 부작용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강성의 문제인데요. 토이류가 텐트에서 사용되는 비중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폴에 걸리는 하중이 골고루 분산되지 않고 토이류에 쏠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결국 하중이 누적되다 보면 폴보다 토이가 먼저 망가져버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이러한 문제 외에도 토이류의 사용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설명서를 정독하지 않으면 텐트를 설치하다가 필요 이상으로 시간을 지체하는 등 사용 시 불편함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결국 토이류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구조가 노스페이스의 지오데식 돔이나 마운틴하드웨어의 글래시스 돔 구조를 손에 꼽을 수 있겠네요.

사진처럼 습도가 높은 날씨에 순환을 위한 환기구를 확보한 리지 폴의 모습입니다. 플라이 스킨의 처마 끝에 스트랩을 만들어 환기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스트랩이 일종의 토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특이한 형태의 토이입니다. 엘보 역할을 한다는 점만 보면 평범해 보이는데, 엘보의 아래쪽에 플라스틱 와셔를 추가해 플라이 원단이 고정될 수 있는 지점을 확보했습니다. 이너텐트 클립에는 얇은 스트랩을 다른 클립과 거미줄처럼 연결해 실내 구조의 형태를 고정시킨 것은 특이합니다.

하지만 ‘어느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단정 짓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태계에 다양성이 중요하듯, 텐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고요? 세상에 있는 모든 텐트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가는 건 아니니까요!

이러한 이유에서, 토이류를 텐트에 적용시키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극한의 상황에서 사용자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모든 텐트의 주목적은 아니라는 점이죠. 구조적 강성이라는 요소가 좋은 텐트를 평가하는 기준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완화된 것이 사실이고요. 이 쯤 되면 토이류의 사용이 많아진다고 해서 달가워하지 않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다양한 토이가 만들어낼 새로운 텐트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벨크로 소재 토이입니다. 토드텍스 계열의 원단을 적용한 텐트에 가장 많이 쓰이는 보편적인 방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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