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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초원의 경이로움
광활한 초원의 경이로움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6.11.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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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이오밍주 샤이엔

녹색의 향연이 가도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초지대를 따라 파란하늘도 함께 동행하는 곳이 있다. 미국에서도 제일 깡촌이라고 불리는 서부의 와이오밍주와 사우스 다코다주 국립초원지역이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는 끝이 가물가물 거릴 정도로 아득하다. 이런 길을 꼬박 이틀간 달려야 겨우 와이오밍주를 관통해 사우스 타코타주로 연결된 국립초원지역으로 들어선다.

미국 연방정부는 1960년 정식으로 농림부 산하 국립초원지역National Glassland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이런 초원지대 보호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20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1803년 루이지에나주의 초원지대와 그곳에 살아가는 버펄로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 프랑스가 관할하던 넓은 평원을 통째로 매입한 것이다. 이렇게 초원지대 마저 정부 차원의 보호정책으로 통제하던 미국은 현재 록키산맥을 중심으로 동쪽의 와이오밍주, 사우스노스 다코타주, 네브래스카주, 콜로라도주 등 모두 17곳에 국립초원지역을 설정해 놓았으며, 록키산맥 서쪽의 오레곤주, 아이다호주 그리고 캘리포니아주는 보호구역을 지정해 미국 전체에 20군데 국립초원보지역이 있다.

와이오밍주의 수도 샤이엔Cheyenne은 그 옛날 서부개척시대 카우보이들이 길도 없던 초원을 달려 서부로 이동하던 중 반드시 쉬어가야 했던 교통 요충지였다. 컨트리 음악에도 가끔 등장하는 샤이엔은 그리 낯설지 않은 도시다. 영화 <황야의 결투>나 <수색자>로 유명한 존 포드 감독의 명화 <샤이엔의 가을>에 나오는 바로 그 샤이엔이다.

와이오밍 주청사 앞이나 샤이엔 역전에는 고전의상을 차려 입은 한 여성의 동상이 있다. 뉴욕에서 입양고아로 성장한 에스더 모리스Esther Morris다. 약 200년 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판사로서 이곳으로 부임한다. 당시 미국도 남존여비가 강해 여성에게는 선거권이 없던 시절이었다. 모리스는 투쟁 끝에 1869년 미국 최초로 와이오밍주 사우스 패스South Pass시에서 여성투표권을 쟁취한다. 미국은 와이오밍주가 여성 투표권을 쟁취하고도 한참 지난 1920년이 되어서야 모든 주가 여성투표권을 가지게 되었다.

미국은 1960년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 그녀의 동상을 세웠고 몇 년 후 같은 동상이 이곳 샤이엔 주립청사 앞에 세워졌다. 한 손에는 멋진 가방 그리고 다른 손엔 긴 우산을 들고 정장 차림을 한 에스더 모리스의 모습은 그녀가 살아생전 외치던 남녀평등이란 정의로움의 포스가 흠뻑 느껴진다. 이런 다부진 여판사가 전설처럼 살아있는 와이오밍 주청사 정문 바로 앞마당에는 컬러풀한 휘장이 놓여있다. 휘장 안 가운데에 여자가 있고 양 옆으로 카우보이와 농부가 보인다. 그리고 커다란 글씨로 ‘평등한 주EQUAL STATES’란 문장이 눈길을 끈다. 그녀를 기리는 또 다른 흔적이다.

와이오밍주 캐치프레이즈는 ‘영원한 서부Forever West’다. 서부의 관문이란 지형적 위치도 있었겠지만 지금도 사람이 살지 않는 광활한 초원지대가 때 묻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주 전체의 면적이 남한 땅 두 배 나 됨에도 인구는 60만명밖에 안 되는 와이오밍주의 광활한 초지대. 그리고 이곳을 관통하는 고속도로에서 하루 종일 마주치는 차량은 손으로 꼽아도 될 정도다. 산이 아닌 이런 광활한 초원의 풍광임에도 이토록 경이로울 수가 없다. 그저 자연의 손길만이 남은 이곳 초원에서 가슴 시원한 뚫림이 선사하는 경쾌한 자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앤드류 김 Andrew Kim
(주)코코비아 그룹 상임고문으로 커피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Andrew Coffee Factory와 에빠니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세계에 유통중이다. 커피전문쇼핑몰(www.acoffee.com )과 종합몰(www.coffeetea.co.kr )을 운영중이며, 전세계를 다니며 사진작가와 커피차 컬럼니스트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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