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의 그 날까지
세계평화의 그 날까지
  • 글 이슬기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6.11.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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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브라운 고프로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고프로 신작 출시 발표회. 작년 한 해 부진한 성적으로 위기설에 몸살 겪었던 고프로가 선보인 제품은 히어로 5 세션과 히어로 5 블랙, 그리고 야심 차게 내놓은 첫 번째 드론, 카르마다. 신작들은 고프로가 절치부심한 흔적을 여실히 드러내며 ‘그래도 아직은 고프로’임을 재차 입증했다. 다시 한 번의 도약을 꿈꾸는 제프 브라운 커뮤니케이션 부문 총괄 부사장에게서 고프로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신제품 발표회 투어의 시작점이 바로 이곳, 서울이에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한국은 고프로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장입니다. 2014년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시작한 이후 해외 매출이 크게 늘었어요. 그중 10%가량이 아시아에서 나오고 있죠. 앞으로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한국이 단단한 발판이 돼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쿨’한 나라 중 한 곳이니까요. (웃음)

작년 한 해 위기설로 어려움을 겪었어요.
지난 18개월간 정말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웠고 뼈저린 교훈도 얻었죠. 히어로 4가 큰 성공을 거두고, 나스닥에 상장된 이후로 너무 안일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전 세계가 이제는 고프로를 무조건 사랑해 줄 것이라고 자만했던 거죠. 두터운 마니아층만 믿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지 않았어요. 가격대도 높은 편이었죠. 그 이후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을 한 끝에 내놓은 것이 바로 이번 신제품이에요.

그렇다면 신작들은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조금 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제품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가격대를 낮추고, 여성이나 가족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요. 특히 신제품 출시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계획했습니다. 웹캐스트를 통한 SNS 마케팅도 소홀히 하지 않았고요. 제품 자체에도 심혈을 기울였지만, 편집 소프트웨어도 별도로 개발해 유저가 더욱 손쉽게 고퀄리티의 동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특히 카르마가 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카르마는 고프로의 첫 드론 제품이지만, 사실 드론은 지금까지 고프로가 걸어온 길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놀라울 것은 없어요. 그동안 카메라를 비롯해 다양한 마운트 액세서리를 선보였잖아요.

카르마는 그 액세서리의 궁극적인 최종 버전인 셈이죠. 새로운 고객층뿐 아니라 인생의 특별한 순간들을 담아내고, 친구들과 공유한다는 고프로의 철학을 이미 알고 있는 기존 유저들이라면 카르마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겁니다. 사실 내부에서 더욱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카르마와 함께 구성된 핸드 짐벌 그립이에요.

드론 시장은 이제 막 확대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예전부터 존재했던 드론 산업이 갑자기 각광받게 된 것은 카메라를 탑재하면서부터예요. 더욱 특별한 사진과 영상을 담을 수 있게 됐거든요. 사람들의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담아내는 것 이외에도 드론은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어요. 산림 화재 현장을 확인하고, 높은 전봇대 위의 시설 상태를 점검하면서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죠. 드론 산업의 전망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밝다고 생각해요.

이제 창립 14년이에요. 급속도 성장을 일궈낸 고프로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벤처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을 거두면 혁신과의 딜레마에 빠지게 돼요. 규모가 커지는 것까지는 좋지만, 사업을 확장할수록 처음에 가지고 있던 정신의 핵심은 흐려지게 되죠. 고프로의 성공비결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설립할 때의 철학과 정신, 진정성을 잃지 않는 것. 설립자이자 CEO인 닉 우드먼을 보면 늘 감탄하게 돼요. 아무리 세세한 것이라고 해도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그 판단의 최우선 기준은 바로 ‘우리 브랜드의 핵심, 진정성에 어울리는가’예요. 골리앗 같은 대형 기업들과 경쟁하는 동안 고프로가 흩어지지 않았던 것은 닉 우드먼의 눈과 귀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고프로의 성공 비결은 닉 우드먼의 초능력 때문입니다. (웃음)

일주일에 한 차례 모든 직원이 고프로 체험 시간을 갖는다고 들었어요.
매주 목요일에 2시간 정도 진행합니다. 사내 공식 명칭은 ‘Live It, Love It, Eat It’이에요.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자기가 만든 개밥은 자기가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웃음) 내가 개밥 장수라면 직접 안 먹어보고 어떻게 개가 맛있는 식사를 할지 알 수 있겠어요? 모든 직원이 고프로 체험 시간을 가짐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돼요. 개인적으로 그 시간에 기타 레슨을 받는데, 선생님의 기타에 카메라를 달아서 촬영을 해요. 그리고 직접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편집을 해보죠. 그러면 어떤 점이 어렵고 불편한지 개발팀에 건의할 수 있게 돼요. 이런 것들이 모여서 고프로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고프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세계 평화!’ (웃음) 고프로는 단순히 가전제품을 만드는 집단을 넘어 꿈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요. 재무제표에 드러난 숫자를 목표로 삼지 않죠. 1년 전에 사내 미팅에서 한 직원이 닉 우드먼에게 같은 질문을 했어요. 고프로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그러자 닉이 그러더군요. ‘세계 평화’라고. 고프로 영상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공유되고 있어요. 문화와 언어를 초월해 서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거죠. 언젠가는 고프로가 진짜 세계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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