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파주 여행
두 바퀴로 파주 여행
  • 글 오대진 / 사진 정영찬 / 장비지원 자이언트코리아
  • 승인 2016.11.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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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임진각 평화누리공원 60km

기자의 집은 인천과 김포의 경계, 사무실은 일산 호수공원 앞.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한 번 더 실감했다. 전국 이곳저곳으로 출장 다니고 여행도 가는 일이 잦지만 정작 차로 30분이면 닿을 거리인 임진각은 한 번도 가보질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먹었다. 자전거로 한 번 가 보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오호! 이거다.

추억 돋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경기장 주변에는 2002 한일 월드컵 축제 현장의 열기가 고스란히 남아 방문객의 가슴을 뛰게 했다. 또 다른 감흥도 있다. 스포츠일간지 재직 당시 그렇게 들락날락 거리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이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담당팀 FC서울은 그새 최용수 감독에서 황선홍 감독으로 수장이 바뀌었고 박주영이라는 스타까지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경기 취재가 아니라 자전거 여행이다.

난지한강공원 자전거길. 한강공원 자전거길의 인프라는 최고다.
평일임에도 서울에서 파주를 오가는 라이더들이 많았다.

경기장 맞은편 평화의 공원을 지나 홍제천을 따라 자전거길을 달리면 한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당초 ‘임진각 100km 코스’를 달리려 했으나 정보를 찾아보고는 한강~임진강 코스로 변경했다. 임진각 100km 코스는 차도와 공유하는 도로가 많아 아직은 자전거 라이딩에 최적의 조건은 아닌 듯하다. 한강~임진강 코스는 중간 중간 일산호수공원과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등을 추가로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플러스다.

난지한강공원 자전거길로 들어섰다. 뭐 한강공원의 자전거길은 가히 최고라 말하고 싶다.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이만한 자전거길은 드물지 싶다. 잘 포장된 자전거길과 탁 트인 한강 전경, 그리고 정서진, 정동진, 부산 등 전국 곳곳으로 이어진 코스 등 나무랄 데가 없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행주산성을 지나면 한강 자전거길 서울 구간은 종료, 신행주대교 초입부터는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평화누리길이 시작된다.

‘꽃과 호수의 도시’인 고양시 상징답게 여기저기서 예쁜 꽃 조형물들을 만날 수 있다.

‘꽃과 호수의 도시’ 고양시의 상징, 일산호수공원
17km.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일산호수공원까지의 자전거길 거리다. 주변 풍광을 즐기며 여유 있게 탄다면 1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신행주대교를 지나 신평 IC 부근까지는 임도길이 많아 조금은 엉덩이가 아프다. 반면 정비가 잘 되어 있는 호수로 자전거도로는 일산호수공원을 지나 킨텍스까지 쭉쭉 뻗어 있다.

일산호수공원에 기대 자전거도 잠시 휴식.

일산호수공원은 ‘꽃과 호수의 도시’라 불리는 고양시의 상징과도 같다. 1995년 개장한 공원은 99ha 넓이의 동양 최대 인공 호수로 5km의 산책로와 자전거 전용도로가 감싸고 있다. 인공 호수로 시작했지만 지속적인 관리와 개선을 통해 아름답고 깨끗한 ‘친환경 호수’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서쪽 메타세콰이어길은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아침,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는다. 이른 아침에는 어르신들이 운동을, 점심에는 회사원들이 산책을, 저녁때는 일과 후 운동을 하는 고양 시민들이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가득 채운다.

꽃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또 호수공원이다. 세계 각국의 정원을 재현해 놓은 주제정원과 조각공원은 평일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3년마다 개최되는 세계꽃박람회와 매년 개최되는 고양꽃전시회 기간에는 전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꽃의 고향’ 호수공원으로 많은 인파들이 몰려든다. 명물이 된 노래하는 분수대 역시 볼거리다.

일산호수공원 전경. 5km의 산책로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일산호수공원에서 약 25km를 달려 헤이리 예술마을에 도착.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킨텍스를 지나 일산대교까지 오면 다시 한강변이다. 한강자전거길 만큼 매끄럽지는 않지만 강변을 따라 쭉 뻗은 자전거도로가 파주까지 이어져 있다. 이 자전거길을 약 25km, 한 시간 반을 달리면 헤이리 예술마을이다. 가는 길에는 파주출판단지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프리미엄아울렛, 오두산통일전망대도 있으니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다.

취재로, 출사지로 매번 올 때마다 여유로움이 가득했던 헤이리 예술마을, 조금 더 느린 걸음으로 온 오늘이라 그런지 어느 때보다 더 여유로운 기분이다. 주말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여 정신없었을 텐데 말이다. 다정한 연인들, 단체관광 온 어르신들의 아이 같은 웃음, 다들 여유를 즐기러 와서 그런지 편안한 모습이다. 그래서 잠시 쉬고 싶었을까. 사진기자가 자주 간다는 예쁘장한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입구에서부터 여유로움이 절로 흐른다.
독특하고 특이한 구조의 건축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독특한 구조의 다리. 예술마을에서는 다리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언제 와도 여유롭고 좋다.” “며칠 전에도 왔었는데 사진도 찍고 여유롭게 즐기다 가기 딱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지난 1997년 발족된 헤이리 예술마을은 파주지역의 전래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마을 이름을 따왔다. 갤러리, 박물관, 전시관, 공연장, 소극장, 카페, 레스토랑, 서점, 게스트하우스, 아트숍 등 예술에 관한한 없는 게 없다. 모든 건축물들은 국내외 유명 건축가에 의해 설계돼 어느하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건물들이 없다. 이 특이하고 독특한 녀석들은 건축알못의 눈에도 합격점을 받았나보다. “교외에 이런 집 하나 짓고 살고 싶네.” 연신 이 말만 반복이다.

취재팀도 잠시 쉬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헤이리 예술마을을 빠져나오면 자전거길과 자동차전용도로가 섞여 있다. 통행량이 많지 않지만 화물 트럭이 많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문산리를 지나면 다시 자전거길, 그리고 ‘임진각 100km 코스’와 만난다.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거리는 약 20km,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드디어 임진각이다. 이제껏 진행했던 코스 중 가장 짧은 구간에 속하는 60km 남짓이었지만 그 기쁨은 조금도 덜하지 않다. 북한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묘한 긴장감이 돈다. 전망대로 향하는 발걸음은 말 그대로 ‘설렘 반 긴장 반’이다.

6.25 전쟁 중 파괴된 기관차. 무려 1,020여개의 총탄 자국이 당시 상황을 말해준다.
개성까지는 불과 22km.

멀리 임진강철교가 보인다. 그 뒤에는 도라산 역이 있을 것이고,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바로 개성이다. 이렇게 눈에 바로 보일 것만 같음에도 저 땅을 거쳐 중국, 러시아, 나아가서 유럽까지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로켓 날리기에 재미가 들렸는지 원.

그럼에도 자유의 다리 곳곳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수많은 메시지들이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공사 중인 독개다리 스카이워크 쪽에는 여기저기 전쟁의 상처가 가득한 증기기관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6.25 전쟁 중 개성에서 평양으로 향하던 이 기관차는 장단역에서 파괴되었다고 한다. 무려 1,020여개의 총탄 자국과 휘어진 바퀴가 당시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해질녘 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철교.
I'm IMJINGAK.

외신들의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공식행사나 여타 이벤트가 있는 날이 아니었음에도 유럽과 남미에서 온 여러 방송사들이 취재를 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이들에게는 우리 상황이 정말 색다른 취재거리구나.” “그러네요. 이런 게 분단 현실이네요.”

자유의 다리 곳곳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수많은 메시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동하던 중 반가운 표지판을 발견했다. ‘DMZ 자전거투어’다. 임진각을 출발해 통일대교를 거쳐 군내삼거리와 초평도 인근, 64T통문, 그리고 다시 임진각까지 돌아오는 왕복 17.2km 코스 투어 프로그램으로 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넷째 주 일요일에 진행된다. 자전거로 민통선을 달릴 수 있다니, 아주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임진각 자유의 다리.
자전거로 민통선을 달릴 수 있는 ‘DMZ 자전거투어’.



epilogue
한강공원의 일상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로웠다. 출퇴근하며 매일 지나치던 일산호수공원은 자전거 여행자에게는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여전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여유로움을 풍겼고,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잊고 있던 무언가를 다시 꺼내들게 만들었다.
옛 추억을 곱씹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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