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 가서 읽고 싶은, 한 권의 책
백패킹 가서 읽고 싶은, 한 권의 책
  • 류정민 기자
  • 승인 2016.11.11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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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고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등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뛰쳐나온 소년이 우연히 몸을 피한 빵집에서 겪게 되는 온갖 사건들은 판타지인 동시에 절망적인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적절히 섞인 한국판 마법 이야기. 창비.

“추억이라니. 환상이라니. 그 모든 것은 내게 있어서는 줄곧 현재였으며 현실이었다. 마법이라는 것 또한 언제나 선택의 문제였을 뿐 꿈속의 망중한이 아니었다.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고래|천명관
노파와 금복, 춘희 세 여인의 삶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펼쳐낸 장편소설. 영화감독 장진은 “‘고래’를 끝으로 천명관이 다시는 소설을 안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낯설지만 반갑다. 문학동네.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진실이란 본시 손안에 쥐는 순간 녹아 없어지는 얼음처럼 사라지기 쉬운 법이다. 그래서 어쩌면 훅, 그 모든 설명과 해석을 유예하는 것만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박연선
15년 전, 아홉모랑이 마을에서 네 명의 소녀가 사라졌다. 사고? 납치? 그것도 아니면 귀신의 장난? 드라마 <연애시대>와 <청춘시대>의 작가 박연선의 첫 장편소설. 첩첩산중 적막강산 아홉모랑이 마을 두왕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 미스터리 소설. 놀.

오늘 아침에 눈 떴을 때는 상상도 못했다. 오늘 죽을 거라고는. 정말이지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오늘이 다른 날과 같았을 리가 없다. 뭔가 있을 것이다. 어제와 다른 무엇.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을 예감케 하는 어떤 징조 같은 것…….

사월의 미, 칠월의 솔|김연수
자신이 쓰는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 김연수. 등단 이후 마라톤을 뛰듯 쉬지 않고 작품을 발표해 온 저자가 4년 만에 가까스로 열 한편의 단편 소설을 써서 돌아왔다. 여전히 꽃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가지고. 문학동네.

“함석지붕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그 사람 부인이 애 데리고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시’ 정도까진 올라가지 않았을까.”

베개를 베다|윤성희
시간의 결과 마디를 살아나게 하는 열편의 단편소설이 담겼다. 작은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무늬로 굽이치며 흐르기에 무척 촘촘하다고 느껴지지만, 이 빽빽함 안에 굳이 언급하기를 생략하여 생겨난, 아주 환한 여백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문학동네.

“새벽은 하루의 시작일까 하루의 끝일까? 나는 조에게 물었다. 해가 지고 해가 뜨는 사이. 그건 어디에 속하느냐고. 조가 팔짱을 끼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뭐긴 뭐야. 어제와 오늘이 겹쳐지는 시간이지. 그래서 그 시간에 술이 가장 맛있는 거야.”

불편해도 괜찮아|김두식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차별받고 있지만,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무심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80여 편에 이르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인용하며 촌철살인의 말솜씨로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김두식 표 인권 이야기. 창비.

“지랄 총량의 법칙은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입니다. 사춘기 자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게 다 자기에게 주어진 ‘지랄’을 쓰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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