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꽃은 ‘돈’ , 적자생존 게임인 스포츠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프로스포츠는 비즈니스적 성향이 어떤 분야보다 강하다. 성공사례와 실패사례가 자연스레 대중의 귀를 자극한다. 잘 된 얘기는 배 아프다. ‘까야 제맛’이다. 스포츠계 ‘역대급 먹튀’를 사심으로 뽑았다.
아픈 손가락의 기억, 박찬호
이 그 전에, 이 오빠가 진짜 잘한 건 인정하고 가자고. 먹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싶지 않단 것도 깔고 가자고. 하지만 주제가 주제니만큼 빠질 수 없는 인물인 것도 인정하자고. 다저스 시절 입은 허리 부상을 숨겼다는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의 부진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야. 텍사스 역대 최악의 FA 1위에 매번 오를 때마다... 또르르.
오 사실 찬호 형님을 깔 마음은 추호도 없어. 중학교 때 새벽마다 그의 선발등판 경기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으니까. 지금도 영웅이야. 그래도 팩트는 팩트니까…. 2001년 텍사스와 5년간 옵션 포함 7,100만 달러(약 800억 원) 계약. 68선발, 22승 23패 평균자책점 5.79. 한 차례 등판에 100만 달러를 썼대. 그 결과 메이저리그 역대 최악의 FA 계약 리스트 상단에 매번 이름을 올려.
‘엘니뇨’ 페르난도 토레스
오 아틀레티코 시절, 이 예쁘장한 공격수를 보고 ‘심쿵’했어. 위닝에서 첫 번째 선택 팀 역시 바뀌었지. 리버풀에서 캡틴 제라드를 만나고선 날개를 달았어. 그러다가 갑자기 첼시 행, 몰락이 시작됐어. 5시즌 동안 172경기에서 45골, 1,595분 무득점. 5,000만 파운드(740억 원)라는 거액의 이적료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어.
이 리그를 씹어 먹은 리버풀의 제토라인. 리버풀의 영웅이 원수 같은 파란 유니폼으로 갈아타며 팬의 분노까지 감수했지만, 막상 첼시에선 악몽 같은 슬럼프를 겪었지. 토레스의 먹튀 논란은 마치 리버풀의 저주 같았어. 얼마 전 자서전을 통해 “27살의 내가 우승할 방법은 첼시였다”며 그 시절을 회상했지. 예전같이 파괴적인 공격루틴은 사라진 게 사실이야. 나이가 들었으니까. 하지만 친정팀인 AT 마드리드로 돌아온 만큼, 그가 선수로서 무난한 내리막길을 가길 바라.
최악의 먹튀, 앨버트 하인스워스
오 지난 2011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미국 프로스포츠 ‘최악의 먹튀’를 선정한 적이 있어. 1위는 미국프로풋볼(NFL)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앨버트 하인스워스였어. 2,400만 달러(약 260억 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고작 8경기에 출전. 한 경기에 300만 달러, 찬호 형이랑 로저스는 귀여운 수준이야.
이 한국계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로 오해하면 안 돼. 알고 보면 ‘미국 최악의 먹튀’엔 빠질 수 없는 인물이거든. 하인스워스는 2009년 시즌을 앞두고 워싱턴과 7년간 1억 달러 계약을 맺고 보너스까지 따로 2,100만 달러를 챙겼어. 그가 한 경기에 출전하고 챙긴 돈은 300만 달러(약 33억)나 되는 셈이지. 충격적이지 않아? 한 경기에 33억이라니. 내가 레드스킨스 팬이라면 아인스워스 이름만 들어도 이를 갈 것 같아.
지저스, 에스밀 로저스
이 지난해 LG와의 경기였을 거야. 국내 최초로 외국인 투수가 첫 등판에서 완투승했던 선수로 기억해. 센세이셔널한 한국 무대 신고식을 마친 후에도 두 번째 등판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괴물 투수로 자리매김했지. 잭팟을 터트리며 잔류한 그가 올해도 한화의 가을야구를 이끌 것처럼 보였어. 뒷얘긴 한화 팬 보기 짠 내 나서 못하겠네.
오 올 시즌을 앞두고 190만 달러(약 21억 원) 재계약. 지난 시즌 중반 한화에 입단해 괴물 같은 활약을 한 그에게 역대 외인 최고 금액이라는 선물은 당연해 보였어. 그런데 말야. 6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4.30이 끝이야. 1승 당 11억 원. SNS 보니 잘 살고(?) 있더라고….
‘세기의 졸전’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이 말 하기도 싫을 정도로 재미없었어. 내내 도망 다니다 가끔 쎄쎄쎄 하는 게 전부였던 역대 최악의 경기. 1초에 1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대전료 때문에 더 열 받아. 메이웨더는 그동안 쌓아온 무패 전적을 은퇴식에서 잃고 싶지 않았겠지. 파퀴아오는 승패보다 국민적 영웅인 자신의 이미지와 국회의원으로서 미래를 생각했겠지. 술수와 정치가 글러브를 끼고 스포츠인 척했던 최악의 경기였어.
오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서들의 맞대결에 전 세계 시선이 집중됐어.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대전료가 이들 경기에 대한 관심을 말해줬지. 경기 후? ‘짜고 친 고스톱’ , ‘판정 논란’ , ‘최악의 졸전’. 말고는 없었어. 한 마디로 재미 더럽게 없었지.
박주영은 먹튀일까, 불운일까
오 사실 박주영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어. 그냥, ‘따봉’.
이 박주영이 대단한 선수였다는 것을 알아. 지금도 실력 좋은 국내 프로 리그 선수지. 여기서 그의 인성이나 릴과 아스널 논란, 병역 논란 등을 이야기 하고 싶진 않아. 보는 이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하지만 포항을 두고 FC서울로 입단한 첫 번째 먹튀 논란만큼은 이야기하고 싶어. 법적인 장치가 없었다 하더라도 말이야. 브라질 유학을 지원할 만큼 기대가 컸던 구단과 팬에게 못할 짓을 했어. 돈으로 움직이는 프로선수에게 ‘의리’를 기대하는 팬심 자체가 무리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좀 씁쓸한 건 사실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