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 튀라, 마이 뭇다 아이가
고만 튀라, 마이 뭇다 아이가
  • 글 이지혜, 오대진 기자
  • 승인 2016.10.31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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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 ‘역대급 먹튀’

자본주의의 꽃은 ‘돈’ , 적자생존 게임인 스포츠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프로스포츠는 비즈니스적 성향이 어떤 분야보다 강하다. 성공사례와 실패사례가 자연스레 대중의 귀를 자극한다. 잘 된 얘기는 배 아프다. ‘까야 제맛’이다. 스포츠계 ‘역대급 먹튀’를 사심으로 뽑았다.

아픈 손가락의 기억, 박찬호
그 전에, 이 오빠가 진짜 잘한 건 인정하고 가자고. 먹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싶지 않단 것도 깔고 가자고. 하지만 주제가 주제니만큼 빠질 수 없는 인물인 것도 인정하자고. 다저스 시절 입은 허리 부상을 숨겼다는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의 부진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야. 텍사스 역대 최악의 FA 1위에 매번 오를 때마다... 또르르.

사실 찬호 형님을 깔 마음은 추호도 없어. 중학교 때 새벽마다 그의 선발등판 경기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으니까. 지금도 영웅이야. 그래도 팩트는 팩트니까…. 2001년 텍사스와 5년간 옵션 포함 7,100만 달러(약 800억 원) 계약. 68선발, 22승 23패 평균자책점 5.79. 한 차례 등판에 100만 달러를 썼대. 그 결과 메이저리그 역대 최악의 FA 계약 리스트 상단에 매번 이름을 올려.

‘엘니뇨’ 페르난도 토레스
아틀레티코 시절, 이 예쁘장한 공격수를 보고 ‘심쿵’했어. 위닝에서 첫 번째 선택 팀 역시 바뀌었지. 리버풀에서 캡틴 제라드를 만나고선 날개를 달았어. 그러다가 갑자기 첼시 행, 몰락이 시작됐어. 5시즌 동안 172경기에서 45골, 1,595분 무득점. 5,000만 파운드(740억 원)라는 거액의 이적료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어.
리그를 씹어 먹은 리버풀의 제토라인. 리버풀의 영웅이 원수 같은 파란 유니폼으로 갈아타며 팬의 분노까지 감수했지만, 막상 첼시에선 악몽 같은 슬럼프를 겪었지. 토레스의 먹튀 논란은 마치 리버풀의 저주 같았어. 얼마 전 자서전을 통해 “27살의 내가 우승할 방법은 첼시였다”며 그 시절을 회상했지. 예전같이 파괴적인 공격루틴은 사라진 게 사실이야. 나이가 들었으니까. 하지만 친정팀인 AT 마드리드로 돌아온 만큼, 그가 선수로서 무난한 내리막길을 가길 바라.

최악의 먹튀, 앨버트 하인스워스
지난 2011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미국 프로스포츠 ‘최악의 먹튀’를 선정한 적이 있어. 1위는 미국프로풋볼(NFL)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앨버트 하인스워스였어. 2,400만 달러(약 260억 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고작 8경기에 출전. 한 경기에 300만 달러, 찬호 형이랑 로저스는 귀여운 수준이야.
한국계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로 오해하면 안 돼. 알고 보면 ‘미국 최악의 먹튀’엔 빠질 수 없는 인물이거든. 하인스워스는 2009년 시즌을 앞두고 워싱턴과 7년간 1억 달러 계약을 맺고 보너스까지 따로 2,100만 달러를 챙겼어. 그가 한 경기에 출전하고 챙긴 돈은 300만 달러(약 33억)나 되는 셈이지. 충격적이지 않아? 한 경기에 33억이라니. 내가 레드스킨스 팬이라면 아인스워스 이름만 들어도 이를 갈 것 같아.

지저스, 에스밀 로저스
지난해 LG와의 경기였을 거야. 국내 최초로 외국인 투수가 첫 등판에서 완투승했던 선수로 기억해. 센세이셔널한 한국 무대 신고식을 마친 후에도 두 번째 등판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괴물 투수로 자리매김했지. 잭팟을 터트리며 잔류한 그가 올해도 한화의 가을야구를 이끌 것처럼 보였어. 뒷얘긴 한화 팬 보기 짠 내 나서 못하겠네.
올 시즌을 앞두고 190만 달러(약 21억 원) 재계약. 지난 시즌 중반 한화에 입단해 괴물 같은 활약을 한 그에게 역대 외인 최고 금액이라는 선물은 당연해 보였어. 그런데 말야. 6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4.30이 끝이야. 1승 당 11억 원. SNS 보니 잘 살고(?) 있더라고….

‘세기의 졸전’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말 하기도 싫을 정도로 재미없었어. 내내 도망 다니다 가끔 쎄쎄쎄 하는 게 전부였던 역대 최악의 경기. 1초에 1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대전료 때문에 더 열 받아. 메이웨더는 그동안 쌓아온 무패 전적을 은퇴식에서 잃고 싶지 않았겠지. 파퀴아오는 승패보다 국민적 영웅인 자신의 이미지와 국회의원으로서 미래를 생각했겠지. 술수와 정치가 글러브를 끼고 스포츠인 척했던 최악의 경기였어.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서들의 맞대결에 전 세계 시선이 집중됐어.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대전료가 이들 경기에 대한 관심을 말해줬지. 경기 후? ‘짜고 친 고스톱’ , ‘판정 논란’ , ‘최악의 졸전’. 말고는 없었어. 한 마디로 재미 더럽게 없었지.

박주영은 먹튀일까, 불운일까
사실 박주영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어. 그냥, ‘따봉’.
박주영이 대단한 선수였다는 것을 알아. 지금도 실력 좋은 국내 프로 리그 선수지. 여기서 그의 인성이나 릴과 아스널 논란, 병역 논란 등을 이야기 하고 싶진 않아. 보는 이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하지만 포항을 두고 FC서울로 입단한 첫 번째 먹튀 논란만큼은 이야기하고 싶어. 법적인 장치가 없었다 하더라도 말이야. 브라질 유학을 지원할 만큼 기대가 컸던 구단과 팬에게 못할 짓을 했어. 돈으로 움직이는 프로선수에게 ‘의리’를 기대하는 팬심 자체가 무리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좀 씁쓸한 건 사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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