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의 강성을 만드는 힘…폴 이야기
텐트의 강성을 만드는 힘…폴 이야기
  • 글 사진 ‘양식고등어’ 조민석 기자
  • 승인 2016.10.31 13: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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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고등어’의 텐트 이야기

아프리카 못지않은 무더위도 물러가고, 이제 캠핑하기 좋은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번에 들려드릴 이야기는 폴입니다.“폴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주저 없이“집 짓는 데 쓰는 작대기”라고 답하겠습니다. 이게 무슨 무식한 말이냐고요? 이건 보통 작대기가 아니죠. 텐트가 지구상에 등장한 지 한 세기가 지났음에도 폴이 가지는 중요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묵직한 허브, 가느다란 플라스틱 폴 2조, 그리고 미국의 이스턴에서 만든 두랄루민 폴 여섯 조. 바로 모스 텐트의 기함급 모델인 플래그쉽 모델의 폴 구성입니다.
플래그십 텐트의 뾰족한 지붕은 이 단단한 허브가 만드는 곡선의 예술 그 자체입니다. 극한의 상황에 처한 텐트에게 허브는 그리 달갑지 않지만, 예술을 위해 존재하는 텐트에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순 없는 법이지요. 저 허브가 없었더라면 한국 유저들 사이에서 호박마차라는 애칭을 얻는 일도 없었겠지요.

‘텐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원론적인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폴과 스킨. 다소 막연한 질문과 답이긴 하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 두 가지가 텐트의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폴 2개가 교차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돔 텐트를 가져다 놓고 질문을 던진다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닙니다.

텐트의 모서리와 면을 구성하는 것이 폴과 스킨입니다. 이해를 돕자면, 시골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비닐하우스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뼈대와 비닐이 비닐하우스의 구조를 만드는 주된 핵심이죠. 텐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중 하나가 빠져도 공간이 성립하지 않죠.

무거운 원단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드바르드를 비롯한 캔버스 소재 텐트들의 경우 일반적인 알파인 텐트용 폴로는 원단의 무게를 이겨낼 수 없기에 일부러 무거운 강철 소재의 직선형 폴을 고집합니다.
모스는 총괄디자이너가 찰스 듀발에서 테리 브룩스로 바뀌는 과정에서 텐트 폴 납품업체를 전격 교체하는 일을 단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90년대 중반에 텐트메이커 모스의 새로운 파트너가 되었던 회사가 바로 한국의 동양알루미늄이죠. 동양알루미늄에서도 당시 신제품으로 화두가 되었던 페더라이트 폴이 후기형 리틀 디퍼를 비롯한 모스 텐트의 전 모델에 적용되었었는데, 과도기에 있던 모델이라 날카로운 폴 팁에 대한 호불호가 지금까지도 나뉘고 있습니다.

물론 굳이 폴을 쓰지 않아도 텐트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몇 년 전에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열린 아웃도어 박람회에서 폴이 없는 텐트가 처음으로 등장했었죠. 경량화의 측면에서는 기술의 진일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러한 형태의 폴보다는 고전적인 스틸 소재의 폴이 텐트 시장에서 점유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아직 튜브 형태의 폴이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차후에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초기형 페더라이트 폴의 팁이 날카로워 텐트 슬리브의 코팅을 깎는다는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여 차기작으로 텐트메이커 시장에 모습을 선보인 페더라이트 NSL의 모습입니다. 폴 접합부의 날카로운 부분은 완벽하게 일자로 만들어 결점을 없애는 한편, 경량화를 추구하면서도 폴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묵직한 무게감은 살렸다는 점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폴 중 하나입니다. 사진 속에 있는 노스페이스의 히말라얀 35 텐트도 제가 아끼는 텐트 중 하나이구요.

바람에 강한 텐트의 비밀은 폴
다시 한 번 비닐하우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엄밀히 말해서 비닐하우스를 구성하는 것은 철근과 비닐 외에도 철근의 교차지점에 사용하는 조인트가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지면과 가까운 쪽에 조인트가 있는데, 이를 텐트에 비유하자면 토이를 생각할 수 있겠지요.

반세기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는 토이류의 강성과 형태의 진화는 놀랍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폴을 이기는 토이류는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토이류의 강성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폴의 강성과 밸런스가 맞아야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고 설령 토이류 위주의 텐트를 만든다 하더라도 폴 위주의 텐트가 훨씬 더 강한 성능과 제원을 갖추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위에 있는 폴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알파인 티피 텐트용 폴입니다. 주목해야 할 폴은 바로 아래에 있는 레키 폴입니다. 폴이 굉장히 짧은데요. 레키 등산 스틱을 분해해서 중간에 저 마디를 추가하면 텐트 폴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90년도 후반에 나왔을 때에는 히트였는데, 레키 등산스틱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이후로 히트를 치진 못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멘트를 끌어와서, “저기서 뭣이 중헌디?”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텐트의 공간을 가로지르면서도 중간에 끊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직선을 그리는 형태로 폴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풍향에 따른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느 방향에서 바람이 불더라도 같은 힘을 받는 완전점대칭형의 텐트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상에 가장 가깝죠.

이런 구조를 기반으로, 텐트의 강성을 비롯한 전반적인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이 폴의 강성입니다. 기술의 발전 덕택에 소재가 많이 다변화된 요즘은 두랄루민을 비롯해 티타늄과 알루미늄 등의 소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여 폴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텐트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분야에서 몸담고 있던 회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상상을 뛰어넘는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지요. 화살을 만드는 일을 하던 회사가 폴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시장의 점유율을 야금야금 집어삼키는 일도 폴메이커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 하나는, 전세계 텐트메이커 시장에 공급되는 텐트 폴의 과반 이상을 대한민국 국적의 폴 회사가 개발하고 납품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천에 있는 DAC를 비롯하여 연안알루미늄 등이 한국 토종 폴 기업으로 세계 시장에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마운틴 하드웨어의 글래시스돔 시리즈에서 제일 작은 더블월 돔 텐트로 출시되었다가 단종된 새틀라이트 DW 모델의 폴입니다. 2종류의 길이를 가진 폴이 각 5조씩 있으니 폴의 수는 총 10개입니다. 이 폴의 특징은 티타늄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연안알루미늄에서 만든 것이라는 점인데, 폴의 접합부가 폴의 본체와 따로 분리되어 있어서 교체가 쉬운 것이 특징입니다.

폴은 어디서부터 망가질까
사실 폴이 어떤 소재를 쓰는가, 혹은 완성도가 있는가 하는 부분은 텐트를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아닙니다. 세상에 단단하지 않은 텐트 폴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다만 텐트를 반복해 사용하다보면 폴의 성능 저하나 파손 등의 문제는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어느 부분이 가장 먼저 망가지기 시작하냐’는 텐트를 사용하는 사람의 습관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오죽했으면 텐트 폴을 보면 그 텐트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용환경과 습관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요. 예를 들자면 폴 팁의 손상도는 파쇄석이나 험한 노면에서 사용한 텐트의 경우에 그 정도가 심한 반면, 부드러운 노지나 흙으로 이루어진 산간지대에서 주로 사용된 텐트는 미미합니다. 이런 사소한 차이를 텐트 폴은 다 기억하고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러한 후천적인 요인을 감안하고서라도 가장 먼저 망가지기 시작하는 부분은 폴 내부에 있는 탄성끈이 그 탄성력을 조금씩 상실해나가는 것과 폴과 폴이 맞물리는 결합 지점이 찢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텐트 강성에 심각한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수시로 점검해보고 스스로 교환하는 것만이 답이지요.

이번에는 폴이 10개가 아니라 15개입니다. 바로 마운틴 하드웨어의 스트롱홀드입니다. 이 텐트 모델의 경우 초기에는 연안알루미늄의 티타늄 소재 폴을 채택했었는데, 후기에 접어들면서 동양알루미늄의 프레스핏 폴로 공급업체가 바뀌었죠.

오래도록 사용하기 위한 소소한 팁
사실 폴이라는 것 자체가 반영구성과 소모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보니 어느 순간이 되면 교환을 해주는 것이 맞지만, 조금이라도 폴의 수명을 늘리고 안전하게 텐트를 사용하기 위한 방법과 습관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폴을 접어서 수납할 때에는 전체의 절반을 접고, 또 그 절반을 접는 식으로 철수를 해야 탄성끈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펼칠 때에도 그 반대의 순서로 진행하면 좋겠지요. 그리고 보관할 때에도 별도의 폴 주머니에 넣어서, 고무줄 등을 이용해 같은 텐트의 폴끼리 엉키지 않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폴끼리 주머니 안에서 꼬이기 시작하면 나중에 텐트를 설치하기 위해 폴을 꺼냈을 때 엉켜버려서 탄성끈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폴을 펼칠 때 폴의 결합부가 체결되는 속도를 보며 탄성끈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금 늦게 펼쳐진다거나, 처음에 비해 폴의 결합부가 잘 맞물리는 느낌이 약하다면 폴 팁을 빼 탄성끈을 짧게 잡아 묶어주는 것도 팁 중 하나입니다.

15개의 폴이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공간의 미술을 만듭니다. 감상하시면 됩니다.
모스의 빅 디퍼입니다. 폴 다섯 개로 빨간 꽃잎 다섯 장이 있는 텐트를 만들어내는, 아주 아름다운 텐트이죠.

폴의 미래, 과연 어디까지일까
폴이 없는 스킨만으로 에어튜브를 만들어 폴의 기능을 대신하는 텐트는 아직 시장 점유율이 미미합니다. 이 기술이 어떤 개선과 변화를 거쳐서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갈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꽤나 재밌는 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킨의 재질이 폴의 역할을 대신하는 텐트의 가장 큰 숙제는 뭐니뭐니해도 원단이라는 소재가 태생적으로 가지는 한계인 인장과 인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입니다. 칼 같은 날카로운 물건으로 흠집을 냈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유사시에 흠집이 벌어지지 않게끔 원단이 얼마나 버텨낼 것인가 등의 숙제 말이지요. 또한 무게도 줄여야 하니 비록 그 숙제는 많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이 난관들을 헤쳐 나갈 것인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폴 다섯 개만 있으면 이런 예술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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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2016-11-06 18:16:34
볼만한 내용도 있지만, 동양알루미늄 홍보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