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쉬다 가는 곳 Ⅱ
시간이 쉬다 가는 곳 Ⅱ
  • 글 이지혜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6.10.26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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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마네현

상어가 사랑한 공주
오니노시타부루이(鬼の舌震) 트레킹

수천 년 전, 아름다운 외모의 타마 공주가 이곳 오쿠이즈모(奧出雲)에 살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는 먼 나라까지 소문이 자자했다. 그 소문을 들은 바닷속 상어가 공주를 사랑하게 됐다. 상어는 바다를 거스르고 강을 건너 이곳까지 왔다. 그러나 공주는 괴물 같은 상어가 자신을 쫓아오자 기겁하며 계곡으로 도망쳤다. 공주는 큰 돌을 던져가며 계곡 깊숙이 들어갔다. 상어는 결국 공주가 던진 돌에 맞아 죽고 말았다.

‘귀신의 혀 떨림’
일본 시마네현 북동부에 위치한 오쿠이즈모는 돗토리현과 히로시마현(?島?)의 경계에 위치한 지역이다. 이곳에 오니노시타부루이가 자리하고 있다. 직역하면 ‘귀신의 혀 떨림’이라는 무시무시한 뜻을 가진 현립 자연공원이다. 전설 속 상어가 공주가 던진 돌에 맞아 죽을 때 혓바닥을 달달 떨었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전설처럼 황당하긴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모두 안다는 유명한 이야기다.

때문에 오니노시타부루이 트레킹 내내 상어와 공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말로 귀신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바위, 까마귀가 떠오르는 거대한 암석, 물병처럼 생긴 바위 등 다양한 모양의 바위가 많고 바위에 관한 황당무계한 이야기도 오늘만큼은 마냥 즐겁다.

오니노시타부루이 현립 자연공원은 약 2km에 이르는 계곡과 산으로 뒤엉켜 급류에 깎이고 풍화된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화강암 위를 흐르는 마키강(馬木川)에 의한 침식작용이 거듭되면서 조성된 V자곡이다.

높다랗게 솟아 있는 절벽 사이에는 급류에 깎이고 풍화된 거암과 기암이 즐비하고, 하천 바닥에는 많은 구혈(돌개구멍)들이 있다. 계곡 양쪽은 너도밤나무, 서어나무, 정금나무, 단풍나무 등의 광엽수림으로 뒤덮여 있다. 이곳은 지난 1927년 국가의 명승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공주를 닮은 고양이가 사는 곳
트레킹 코스의 입구 안내소는 94세 할머니가 관리한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이었다. 촉촉하게 털이 젖은 고양이가 어디선가 우앵하고 나타났다. 할머니가 키우는 고양이, 타마짱이었다. 공주의 이름을 딴 고양이였다. 등산객이 오면 연신 따라나서서 함께 트레킹을 한다고.

타마짱은 천 번을 더 다녔을 길을 처음처럼 걸으며 길가에 새로 자라난 들풀을 맛보고 있었다. 도도한 걸음걸이와 두려움을 함께 품은 눈동자가 그 옛날, 상어를 거부한 타마 공주를 상상하게 했다. 타마짱과 산책을 하려면 하루 종일 걸릴 게 분명했다. 발걸음을 빨리하다 문득 돌아보니, 타마짱은 여전히 새로운 풀을 맛보고 있었다.

오니노시타부루이의 일반 등산길 위로 3년 전 무장애 데크길이 만들어졌다.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곳곳을 배려로 채웠다. 오른편으로 비에 몸을 불린 계곡 물이 무섭게 내려친다. 날 좋은 날, 수량이 적당할 때 온다면 귀신이 눈물을 흘리는 듯한 바위는 물론, 가운데가 쩍 갈라진 바위도 가까이 구경할 수 있다. 수십억 겹의 물이 치고 간 어느 바위엔 크고 작은 구멍이 생겨 계곡 물이 고여 있기도 하다. 배와 칼처럼 휘어진 바위도 있다.

하류엔 높이 45m, 길이 160m의 현수교가 있다. 일명 ‘사랑의 다리’로도 유명한 이곳은 사계절 옷을 바꾸는 산속의 절경을 360도로 즐길 수 있는 오니노시타부루이의 명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야속하지만, 덕분에 더위가 한풀 꺾이며 적당한 트레킹길이 이어진다. 단, 데크길은 비 오는 날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2km 이어진 데크길 가에는 곳곳이 바위로 그득한데, 바위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는 안내판이 있어 발길을 잡는다. 방문객이 쉬어갈 수 있는 휴게소도 성실히 마련돼 있다. 웅장한 계곡을 따라 지루하지 않게 걷기에 제격이다.

공주를 사랑한 상어가 오르지 못한 계곡. 수많은 바위가 세월에 깎여 전설처럼 이어진 이야기 길. 빗속에서 시간을 멈춘 듯한 고양이가 사는 곳. 오니노시타부루이의 젖은 풀 냄새가 아직 코끝에 남아있다.

INFORMATION
주소 시마네현 니타군 오쿠이즈모초 미나리우네
문의 오쿠이즈모 관광 협회 www.okuizumogokochi.jp / (TEL +81-854-54-2260)

호수를 즐기는 더 나은 방법
신지코(?道湖) 사이클링

신지코. 시마네현의 마쓰에(松江市), 이즈모(出雲市), 히카와초(斐川町)에 걸쳐 있는 둘레 45km의 거대한 호수다. 일본에서 7번째로 큰 이 호수는 담수와 해수가 뒤섞였다. ‘일본 백경’으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도로가 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근 신지코온센역에서 자전거를 렌탈할 수 있어 사이클링을 즐기기에 좋다.

이름에 맞게 아담한 족욕탕을 끼고 있는 신지코온센역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이곳에서 빌린 자전거를 싣고 전차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이동보단 오늘의 코스인 신지코로 향했다. 해수와 담수가 모여 재첩이 유명하다는 이 잔잔한 호숫가에서 페달을 밟아보기로 했다.

호숫가에 인접한 호텔 대부분에서도 자전거 렌탈이 가능하다. 단 신지코온센역에서는 전기자전거를 빌려준다. 더 편하고 쉽게 사이클링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배려다. 호수엔 유람선인 ‘백조호’가 유유자적 떠다녔다. 재첩잡이 작은 배가 떠 있는 아침 풍경도 아름답지만, 백미는 며느리 섬이라 불리는 요메가시마(嫁島)섬 뒤로 지는 저녁노을이다. 마쓰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절경이다.

석양은 어디서든 관대한 법. 해가 떨어지기 호숫가로 전에 페달을 밟았다. 신지코온센역에서 신지코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대교 아래로 힘껏 질주했다. 자전거 도로가 길게 이어진다. 자전거 도로와 일반 차로가 비교적 붙어 있지만, 평화롭게 잘도 달린다. 인구가 많지 않아 조용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안개가 뿌옇게 낀 아침이 불안하긴 했었다. 호수 위로 떨어지는 노을을 감상하려 했지만, 뿌연 구름은 쉽게 절경을 내주지 않았다. 아쉬웠다. 자전거에 내려와 한참을 앉았다. 해가 호수에 떨어지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커다란 새가 뜀박질하는 물고기를 낚아채는 찰나는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파도도 썰물도 없어 고요하기만 하다. 바다나 강보다 호수를 더 좋아하는 기자는 한참을 그곳에서 멍하니 앉았다. 어느새 사방은 깜깜하고 대교의 불빛은 더 화려해졌다. 시간은 성실히도 흐르는데, 이곳에선 또 모든 게 멈춘 듯하다. 일본은 자꾸만 부지런한 발을 멈추게 한다. 시간인지 기억인지 모를 것들이 지나가다 멈추다를 억만 번 한끝에, 관대하게 내보이는 자연이다.

호수가 품은 보석
시마네현(島根?) 즐기기

카라코로 공방(カラコロ?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볼거리로 일본 여성들에게도 인기인 카라코로 공방은 마쓰에시의 필수 관광 코스다. 이곳에선 화과자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일본 전통 과자인 화과자를 장인과 함께 만드는 것. 아기자기한 모양에 달큼한 냄새가 풍기는 화과자를 만들다 보면 마음마저 달콤해진다. 화과자 만들기 체험은 예약해야 하니 확인은 필수. 카라코로 공방은 과거 은행으로 사용됐던 건물인데, 지금은 다양한 소품과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숍으로 변신했다. 이곳의 명물인 우체통에서의 인생 샷도 빼놓지 말자.

주소 시마네현 마쓰에시 토노마치 43번지
문의 www.karakoro-kobo.com / (TEL 0852-20-7000)
이용시간 9시 30분~ 18시 30분

마쓰에 보겔파크
신지코 호숫가 구릉지에 자리한 마쓰에 보겔파크는 지붕으로 덮인 통로로 이어진 일본 최대의 온실 테마파크다. 일 년 내내 베고니아, 후쿠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꽃과 일본 내에서도 보기 드문 진기한 새가 있는 공원이다. 항상 20도 전후로 유지돼 1만여 송이의 꽃이 활짝 피어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신지코의 아름다운 경관과 노을이 유명하다. 마쓰에 보겔파크 역과 인접해 이치바타 전철을 이용하면 쉽게 올 수 있다.

주소 시마네현 마쓰에시 오가키초 52번지
문의 www.vogel.jp / (TEL +81-852-88-9800)
이용시간 9~17시 30분 (4~9월), 9~17시 (10~3월) 입장은 폐장 전 45분까지 가능

호텔 이치바타
물과 녹음의 하모니가 아름다운 신지코의 숙소다. 객실과 온천전망욕장에서는 요메가시마 섬, 다이센을 포함한 주고쿠산맥(中?山脈)의 산을 배경으로 즐길 수 있다. 조용하기로 소문난 시마네현의 잔잔한 호수와 떨어지는 해를 편안히 즐기고 싶다면 추천. 온몸이 뽀득뽀득해지는 이곳의 온천은 잊지 말고 들리자. 신지코온센역과 매우 가까워 도보로도 접근할 수 있다.
주소 시마네현 마쓰에시 치도리초 30번지
문의 www.ichibata.co.jp/hoter (TEL +81-852-22-0188)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http://www.jnto.go.jp/
Facebook http://www.jnto.go.jp/eng/fb/index.html
주고쿠지역 관광추진협의회
http://www.chugoku-navi.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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