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쉬다 가는 곳 Ⅰ
시간이 쉬다 가는 곳 Ⅰ
  • 글 이지혜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6.10.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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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돗토리현

오히려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이나 출장은 없었다. 일본은 처음이다. 내리자마자 엄마 같은 웃음으로 맞아 준 가이드는 그 말을 듣고 거창한 리액션으로 연신 잘됐단다. 뭐가 잘된 걸까.

화려한 도쿄도, 오사카도 아니고 유명한 홋카이도, 오키나와도 아닌 돗토리현(鳥取?)과 시마네현(島根?)이라니. 일본의 산인·세토우치 지역(山陰·瀨戶內)이란다. 모든 게 낯설지만, 자연만은 닮아있는 곳이다. 한국의 남부지방과 흡사한 식생이 마치 얽혀있는 서로의 역사 같다. 한때 무역의 성지였으나 지금은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조용한 지역이다. 공항이 있는 요나고시(米子市)에는 지난해 첫 스타벅스가 생겼다니 말 다했다. 대신 어딜 가나 지역 특산물이 넘쳐난다. 과거의 화려함을 간직하고 현재를 꾸준히 지키는 곳, 일본의 산인지역으로도 불리는 돗토리와 시마네다.

신성한 바람의 길
다이센(大山) 다운힐 사이클링

해발 1,709m의 일본 주고쿠지방의 최고봉 다이센(大山). 신성한 산으로 숭배돼 산악불교의 수행장으로 번성한 그곳은 겨울엔 스키장으로, 여름엔 다운힐과 샤워클라이밍, 트레킹 코스의 명소다. 북쪽과 남쪽 사면은 험악한 단애절벽이다.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이 작은 후지산을 연상시켜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계절에 따라 성실히 옷을 갈아입는 그곳에서, 여름과 가을 사이 바람을 느끼며 사이클링을 즐겼다.

다이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운힐 사이클링은 캠핑장으로 유명한 모리노쿠니(森の?) 센터에서 자전거를 렌탈하며 시작한다. 약 800m까지 버스로 올라가 다운힐하는 기본 A코스를 체험했다. 오른편으론 스키장으로도 사용하는 송곳 같은 산의 절경을, 왼편으로는 푸른 바다를 끼고 도는 코스다.

A코스 외에도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는 와인딩 로드와 시골길을 지나 푸른 바다로 이어지는 활강 B코스, 너도밤나무와 물참나무 숲길이 포함된 C코스도 있다. 거리는 코스별로 다른데, 약 15~22km, 소요시간은 3시간가량이다. 코스를 선택해 탄력적으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장거리 다운힐인 만큼 크로스 바이크를 사용한다.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맑은 물이 흐르는 물가를 산책하기도 한다. 이곳의 식생은 한국의 남부지방과 매우 비슷하다. 친절한 가이드의 안내 책자에는 자세한 식생을 알아볼 수 있게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한참 다운힐의 매력에 빠져있다 보면 간혹 업힐을 하며 올라오는 철인들도 보인다. 다이센 코스는 평균 오르막이 6.3%로 상급 구간으로 분류된다. 온천으로도 유명한 인근의 가이케(皆生)가 일본 트라이애슬론의 발생지인 만큼 내로라하는 라이더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이 산에서 매년 ‘뚜르 드 다이센’이 열리기도 한다.

울창한 숲 사이를 가르며 짙푸른 동해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코스가 끝난다. 아쉬움에 자꾸 뒤를 돌아본다. 웅장한 다이센이 시원한 물줄기를 품은 채 바람에 날린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처음 만난 다이센의 신성한 바람. 몇 달 후, 눈 쌓인 한겨울이 저절로 상상되는 절경이다.

INFORMATION
소요시간 A, B코스 2시간 30분, 3코스 3시간
이용요금 A코스 4,000엔, B,C코스 5,000엔 (1인 기준)
이용기간 매년 4~11월 (황금연휴 기간 혹은 우천시 취소)

시원한 물줄기 거스르며 UP!
다이센(大山) 샤워 클라이밍

샤워 클라이밍은 계곡과 골짜기를 흐르는 차가운 물을 맞으며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한국의 계곡 트레킹과 흡사한 샤워 클라이밍은 최근 일본인들에게 인기 있는 레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깨끗한 계곡 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급류를 헤치다 보면 어느새 다양한 코스를 깨는 재미가 있다. 온몸을 짜릿하게 해주는 시원함은 보너스다.

숲 속의 나라 모리노쿠니에서 시작하는 샤워클라이밍은 스케줄러를 받아 든 순간부터 가장 기대했던 액티비티다. 다이센산은 메이지 시대가 되어서야 일반인의 출입을 허가했다. 그 전까진 영험한 산이라는 이유로 스님만 출입하던 곳. 그만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깨끗한 계곡 물이 투명하게 흐르는 곳이다.

샤워클라이밍은 초보자부터 고급자까지 코스가 다양하다. 같은 물길이라도 바위가 달라지며 난이도가 변하는 것. 오늘 체험은 초급자 코스. 초급자 코스라고 만만히 볼 수 없다. 160cm의 기자에게 가슴께 올라오는 가장 깊은 곳도 있을 정도니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모리노쿠니는 웻수트부터 미끄러운 이끼에 방지하는 양말, 장갑, 안전모 등을 모두 렌탈 해준다. 하다못해 코스의 시작점과 끝에서 타야 하는 버스에선 시트가 젖지 않기 위해 비닐을 준비해 놓을 정도다. 일본인의 철저한 준비성에 놀란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물에 들어간다면 9월 초에도 시원한 물줄기에 또 한 번 놀라야 한다. 준비 운동 없이 들어갔다 큰코다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오늘 가이드인 이그르상의 뒤만 졸졸 따르다 보니 얼어버릴 것 같던 발도 수온에 익숙해지고, 오롯이 즐거움만 남는다.

INFORMATION
소요시간 2시간~3시간 30분 (코스별로 다름) 오전 9시, 오후 1시 시작
이용요금 1인 3,500엔
이용기간 매년 7~9월 (황금연휴 기간 혹은 우천시 취소)
필요인원 3명 이상
준비물 백팩(그룹, 가족 중 1인), 갈아입을 옷과 신발

초보 코스의 백미인 ‘드래곤 스팟’은 가슴팍까지 오는 물과 쏟아지는 계곡 물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는 곳이다. 비교적 넓은 공간에 다이빙도 할 수 있어 그곳에서 한참을 놀다 다시 거슬러 오르면 된다. 놀며 즐기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코스는 끝에 다다랐다. 거대한 물줄기는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그곳부터 중급자 코스로 업그레이드된다.

7월부터 9월까지 즐길 수 있는 다이센의 샤워클라이밍은 시원한 계곡을 온몸으로 느끼는 여름 한정 익스트림 스포츠다. 무더위를 제대로 피하고 싶다면 이곳이 ‘정답’이다.

<올림푸스> TG-870
방수 디지털 카메라의 대표, 올림푸스 TG-870이다. 방수 카메라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올림푸스 TG시리즈의 신작이다. 33mm환산 시 21-105mm광학 5배줌 렌즈와 180도 플립 LCD를 탑재해 다양한 각도의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잔잔한 바다를 품는 패들링
유미가하마(弓ヶ浜) 씨카약

가이케 온천(皆生溫泉)과 인접해있는 해변은 활처럼 휘어져 있다. 따라서 해변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도 유미가하마(弓ヶ浜 : 활해안)이다. 파도가 적고 고요해 여름엔 해수욕장으로 붐비는 이곳에 또 다른 액티비티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씨카약이다. 도심 속 해안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패들링에 시간이 바닷물처럼 잔잔히 흐른다.

1978년 유미가하마 해수욕장이 정비된 이후 관광지의 조건을 갖추게 된 돗토리 현. 유미가하마는 트라이애슬론의 발상지인 이곳의 대표 해안이다. 잔잔한 해변은 이른 아침부터 외국인들의 해수욕장으로 변신한다. 9월 초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온보다 2~3도 높아 해수욕하기 적당하다.

카약 프로그램은 가이드의 안전수칙을 들으며 시작된다. 이곳에서의 카약은 가이케 온천 인근에 분포한 호텔들이 단합해 만든 카이케 레크리에이셔널 카누 협회(KRCA)에서 진행한다. KRCA 소속 가이드가 친절하게 안전수칙과 패들링 법을 알려준 뒤, 1인 카약과 2인 카약을 선택한다.

카약을 선택하면 본격적인 액티비티가 시작된다. 파도가 거의 없어 패들링하기 좋다. 꽤 먼 거리로 보이던 방파제까지 나가니 잔잔하던 바다가 조금씩 요동친다. 방파제 사이로 카약이 지나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파도를 거스르며 정신없이 노를 젖기도 잠시, 다시 조용한 바다가 몸을 둥실 띄워준다.

약 2시간가량 진행되는 씨카약은 바다 위를 산책하는 기분이다. 이른 아침에 시작되는 만큼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가이케 온천의 역사와 온천에 관한 이야기는 또 하나의 재미다. 역사가 흘러넘치는 가이케 온천 해변에서 즐기는 바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다이센 산. 자연을 품에 안은 패들링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고요히 계속된다.

INFORMATION
소요시간 약 2시간
이용요금 6,000엔(1인 기준)
이용시간 오전 9시 45분~
진행 KRCA(가이케 레크리에이셔널 카누 협회)
주소 돗토리현 요나고시 가이케온천 4초메 1-120
문의 www.kaike-onsen.com/krca/
(TEL +81-859-35-6785)

보고 마시고 즐겨라
돗토리현(鳥取縣) 즐기기

숲의 천국, 모리노쿠니
모리노쿠니는 시설 내부에 자연에서 체력을 단련하는 필드 애슬레틱과 캠프장, 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친환경 액티비티의 천국이다. 캠핑을 즐기지 않더라도 바비큐를 즐기는 사람으로 항상 북적북적한 곳이다. 규모가 큰 만큼 한국에서도 100명 단위의 캠퍼들이 애용하는 곳. 고구마나 채소 캐기의 농촌체험도 할 수 있고 시설 밖 너도밤나무 숲 트레킹과 사이클링 투어, 샤워 클라이밍, 스노 슈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자전거 렌탈도 가능하다. 액티비티 별로 가이드가 함께하니 안전 문제도 걱정 없다. 다이센의 대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모리노쿠니에서 프리패스 할 수 있다.

주소 돗토리현 사이하쿠군 다이센정 아카마쓰634 (다이센 관광도로 옆, 24번현도)
이용시간 9~17시 30분
문의 www.japro.com/morinokuni/ (TEL +81-859-53-8036)

가이케 그랜드 호텔 텐스이
도심에서 채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요나고 공항에서 13km 거리에 있어 돗토리현 여행을 시작하거나 끝내기에 제격이다. 눈앞에 바다가 펼쳐지고 자가 원천인 가이케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일본 정식 요리인 가이세키 뷔페가 매력적이다. 멋진 야경과 일출을 호텔에서 바라볼 수 있다.

주소 돗토리현 요나고시 가이케 온천 683-0001
문의 www.kaike-grandhotel.co.jp/tensui (TEL +81-859-333-531)

비어호프 간바리우스
유럽풍의 벽돌건물로 지어진 멋진 레스토랑 ‘비어오프 간바리우스’. 다이센 산의 지하수로 만든 지역 맥주인 다이센 G맥주가 유명한 곳이다. 이곳의 바이젠은 지난 2011년 영국의 맥주 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NO.1 타이틀을 차지한 명물. 순하게 넘어가는 목 넘김이나, 진한 풍미가 일품이다. 바이젠 외에도 밀, 쌀, 보리 등으로 만든 맥주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데, 맥주 종류만 해도 계절에 따라 20여 가지가 넘는다. 실제로 이 지역의 계절감을 리얼하게 느끼고 싶다면, 간바리우스에서 맥주 한 모금을 하고 가자. 지역 식재료로 만든 창작 요리 역시 만족스럽다.

주소 돗토리현 사이하쿠군 호키정 마루야마 1740-30
이용시간 11~22시 (골든위크, 오봉 기간을 제외한 평일 14시 20분~17시 30은 폐점)
정기휴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는 화요일, 곤들위크, 여름휴가 기간은 무휴)
문의 TEL +81-859-39-8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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