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하나 둘러메고 자연 깊숙이 파고드는 시간
배낭 하나 둘러메고 자연 깊숙이 파고드는 시간
  • 이주희 기자|사진 아웃도어DB
  • 승인 2016.10.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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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백패킹 현황과 과제

어느새 가을색이 짙은 만추로 접어들었습니다. 높고 파란 하늘,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 흐드러진 은빛 억새. 어디를 둘러봐도 눈부신 계절입니다. 짧디 짧은 가을, 이대로 보내기엔 아쉽다면 자연 속으로 한발 더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배낭 하나 짊어지고 산과 들을 자유롭게 누비는 백패킹이야말로 가을의 그윽한 정취를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백패킹이 뜨고 있다
대한민국 캠핑업계의 큰 화두는 백패킹이다. SUV 트렁크 가득 채우고 떠나는 오토캠핑의 번거로움과 캠핑장의 소란함에서 벗어나 가볍고 자유롭게 즐기는 백패킹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미니멀 라이프’가 주목받으면서 백패킹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트렌드 검색 추이를 살펴보면 ‘백패킹’ 키워드는 2011년부터 차츰 검색되기 시작해 2014년 6월 큰 폭으로 상승했고 지난해 5월 최대 검색량을 기록했다. 이 같은 양상은 구글 트렌드 검색에서도 나타난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검색량이 늘어나며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2014년 6월 최대치를 찍었고, 최근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백패킹 열풍, 왜?
요즘 백패킹을 즐기는 이들은 젊은 층과 중년,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예전에는 가족단위로 오토캠핑을 주로 했다면 지금은 호젓한 휴식을 즐기기 위해 백패킹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현재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서 동호회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백패킹을 떠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나홀로 캠핑을 떠나는 일명 ‘솔캠족’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백패커들은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자신의 백패킹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 소통하는 모습이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데 무엇이 그토록 많은 이들을 백패킹의 길로 이끈 것일까. 백패킹Backpacking은 말 그대로 ‘짊어지고 나른다’는 뜻으로, 1박 이상 야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를 챙겨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산과 들, 계곡, 바닷가 등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트레킹과 캠핑이 결합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자동차로 편하게 이동하는 오토캠핑에 비해 조금은 불편하고 고된 것이 사실.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에 지치고 기나긴 여정에 두 다리가 저려오지만, 자연의 넉넉한 품에서 고즈넉하게 여유를 누릴 수 있으니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설명만으로 백패킹의 매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직접 해봐야 안다. 한번 빠지면 쉬이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이 백패킹의 세계다.

백패킹, 뭣이 중헌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활동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도입기를 지나고 있다. 캠핑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백패킹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국내에서 백패킹을 마음껏 즐기기에는 제약이 많기 때문.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에서는 지정된 장소 외에 취사·야영이 금지돼 있으며, 산림청 산하 국유림과 지자체가 관리하는 모든 공유림에서도 취사가 불가능하다.

자연공원 내 지정된 야영장이 있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트레킹을 하다가 원하는 곳에서 야영을 하는 백패킹 본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음성적으로 백패킹을 즐기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백패킹 문화의 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된다.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지만 모든 행위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규제하는 법률만이 최선인지 돌이켜봐야 할 시점이다.

그 전에 자연을 아끼고 생각하는 백패커 스스로의 성숙한 의식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고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 LNT(Leave No Trace) 실천은 의무다. 취사와 야영 시 배출되는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고 배설물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게 꼼꼼히 처리하도록 한다. 자신의 사소한 행위 하나도 자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연을 고스란히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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