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산도 사람도 어우러지는 길
강도 산도 사람도 어우러지는 길
  • 김경선 차장|사진 정영찬 기자|협찬 노스페이스
  • 승인 2016.10.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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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아리바우길 2코스 예정지역Ⅰ…나전역~꽃벼루재길~아우라지 11.2km

지난달 ‘올림픽아리바우길’ 취재 후 한 달여 만에 2코스 답사를 나섰다. 정선~평창~강릉을 잇는 약 131.7km의 올림픽아리바우길은 총 9개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2코스는 나전역부터 구절리역까지 약 21.9km이며, 9개 구간 중 가장 긴 코스이기도 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당일 일정을 계획한 취재팀은 서울~정선 간 이동거리가 멀어 2코스를 두 번에 걸쳐 걷기로 결정했다. 이번호에는 2코스 중 나전역~꽃벼루재길~아우라지 구간 11.2km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하는 아우라지의 평화로운 풍경. 송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위에서 취재팀이 손을 흔들고 있다.

아침 6시 20분. 연기자 문성근, 정석용 씨가 약속시간을 10분 앞두고 일산에 자리한 본사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배우들은 새벽 촬영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이른 아침 약속도 칼 같이 지킨다는 지인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2코스 출발지점인 나전역. 지금은 무인정차역이지만 옛 모습을 고스란히 복원해 놓은 역사는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올림픽아리바우길 2코스는 1코스 취재를 함께한 연기자 문성근, 정석용 씨와 인바코리아 주연서 사무국장이 함께했다. 한 달여 만에 만난 취재팀은 간략하게 인사를 나누고 강원도 정선을 향해 출발을 서둘렀다. 지난달은 1박2일이라 여유가 있었지만, 오늘은 당일 일정이라 왕복 이동시간만 8시간이 소요돼 정해진 시간 안에 트레킹을 마무리하려면 발길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차로 4시간을 달린 끝에 2코스 출발 지점인 나전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비 소식이 있어서인지 하늘이 잔뜩 흐렸지만 지난달 지독한 폭염으로 고생한 걸 생각하면 구름 낀 하늘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2코스 취재를 함께한 연기자 문성근(오른쪽) 씨와 정석용 씨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꽃벼루재를 걷다 보면 시야가 확 트이는 곳마다 마을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나전역에서 만난 옛 추억
해발 855m, 우리나라 기차역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나전역은 2011년 여객취급이 중지된 후 무정차역이 되면서 철거논의가 있었지만 2015년 관광열차 운행으로 다시 한 번 재기했다. 현재는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진입로 공사로 인해 올해 12월 31일까지 관광열차마저 끊겼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역사 분위기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각종 드라마와 영화, CF 등의 단골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다.

꽃벼루재길을 걷는 취재팀. 내내 완만한 포장도로가 이어졌다.

본격적인 트레킹을 앞두고 인바코리아 주연서 사무국장의 지도 아래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취재팀은 꽃벼루재길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전역에서 남쪽으로 직진하자 길은 골지천을 만났다. 북평교를 건너 500여m를 걷자 한대골삼거리. 왼쪽으로 접어들어 호젓한 1차선 도로를 10여분 따르자 드디어 꽃벼루재길 이정표를 만났다.

꽃벼루재전망대에 서면 정선 북평면 일대와 주변 산군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꽃벼루재길은 ‘진달래가 가장 먼저 피는 벼랑’이라는 뜻으로 정선군 여량면과 북평면을 잇는 옛길이다. 산허리를 굽이굽이 휘돌며 순하게 이어지는 꽃벼루재는 골지천이 한눈에 조망되고 송림이 곳곳에 자리해 산소길(O2길)이라고도 불릴 만큼 청량한 공기가 일품이다. 옛길답게 운치 있는 흙길이 아닌 점은 아쉽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길에는 어느새 가을이 성큼 들어선 모양이다. 선선한 바람이 길을 어루만지고 곳곳에 핀 들꽃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샛노란 큰금계화가 마지막 꽃잎을 휘날리며 기나긴 여름을 갈무리하고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마산재전망대에서 바라본 여량면 일대 전경.

길은 굽이굽이 굴곡져 산허리를 파고들었고, 양쪽으로 각양각색의 농작물이 가득했다. 그중 포실포실한 조 이삭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낟알이 가득 차 누렇게 익어가는 조가 사람 키만큼이나 쭉쭉 뻗어 밭을 가득 메웠고, 맞은편 밭에는 붉은 수수가 추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척박한 강원도 산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풍요로운 풍경에 배가 부를 지경이다.

2코스 나전역~아우라지 구간 답사소감
배우 문성근
옛날 사람들이 다니던 길은 가장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꽃벼루재는 옛길이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고갯길임에도 불구하고 길이 순하고 좋았다. 내내 포장길이라 마지막에 다소 지루한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야가 트이는 곳마다 마을과 강이 내려다보이는 점은 좋았다.





인바INWA 사무국장 주연서
1코스는 길도 험하고 정비되지 않은 구간들이 많아 무척 힘들었는데 2코스는 전혀 달랐다. 가볍게 걷기 좋은 길이다. 경사도 완만해 일반 워킹뿐 아니라 스틱을 활용하는 노르딕워킹으로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다만 꽃벼루재길만 놓고 보자면 다소 지루하다. 물론 2코스가 꽃벼루재만 지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아우라지의 아름다운 풍광은 코스의 완벽한 마무리다.


배우 정석용
이번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꽃벼루재길이다. 꽃벼루재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포장이 잘 돼 있어서 걷기 좋았다. 중간 중간 마을과 골지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도 인상적이다. 전망대도 여러 곳이라 잠시 쉬어 가기도 좋았다. 다만 길이 짧고 단조로운 점은 아쉬웠다.

계절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꽃벼루재
길은 내내 평탄했다. 고갯길이라고 하지만 평지를 걷는 듯 편안하다. 초입의 경작지를 지나자 길은 숲으로 접어들었다. 잘 닦인 길이지만 차 한 대, 인적 하나 찾기 힘들만큼 고요하다. 그렇게 길을 따른 지 수십 분, 갑자기 시야가 트이더니 골지천과 북평리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전망 죽이네요.” “발품 얼마 안 팔고 이게 웬 횡재냐.” 일행들의 입에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꽃벼루재를 걷다 보면 골지천과 정선 북평면 일대를 수시로 조망할 수 있다. 전망이 가장 좋은 지점에는 데크를 설치하고 이정표를 세워 트레커들이 보다 쉽게 주변 경관과 지명을 알 수 있도록 배려했다.

꽃벼루재를 벗어나 여량면으로 향하는 취재팀.

첫 번째로 만난 전망대는 꽃벼루재전망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강변에 자리 잡은 북평면과 마을을 호위하듯 당당한 산세를 자랑하는 백석봉(1,170m),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이 조성될 가리왕산 중봉(1,433m)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용을 드러냈다. “길도 순하고 전망도 좋네요. 1코스와 비교하니 극과 극 체험 같아요.” 주연서 씨의 이야기에 일행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올림픽아리바우길 9개 코스 중 2코스는 거리가 가장 길다. 대부분의 코스가 10km대 초반인데, 2코스는 22km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하고 평탄한 코스는 걷기에 수월하다. 더욱이 2코스 중 재를 넘는 구간은 꽃벼루재와 가물재 2곳인데, 길이 워낙 순하고 포장도로가 말끔하게 조성돼 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기 때문. 전망대를 지나도 길은 여전히 완만한 오르막이다.

취재팀은 묵묵히 길을 재촉했다. 마지막 마산전망대를 지나 꽃벼루재를 빠져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길은 시종일관 큰 변화가 없었다. 걷기는 편하지만 풍광은 아쉬움이 남았다.

2코스는 마을과 마을을 이으며 호젓한 구간이 이어졌다.

골지천·송천 합류지, 아우라지
아우라지역은 조용한 시골 간이역답지 않게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이곳부터 구절리까지 정선의 명물 레일바이크가 운행되기 때문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경에 찾은 아우라지역은 관광객이 한차례 지나간 후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소박한 간이역 옆으로 폐열차를 이용해 만든 여름치 모양의 카페가 인상적이다.

아우라지역을 지나 마지막 종착지 아우라지로 향했다. 아우라지는 양수인 송천과 음수인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진다’하여 이름 붙여진 곳으로 오래전 한양으로 목재를 운반하던 뗏목이 출발하던 장소다. 과거 각지에서 모여든 뗏꾼들의 아라리 소리가 끊이질 않던 아우라지에는 여전히 구슬픈 정선아리랑 가락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우라지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유원지가 조성돼 있었다.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촬영 중인 문성근 씨.

어느새 해가 서산 너머로 기울었다. 두 개의 물길이 어우러지는 아우라지가 반짝반짝 빛나며, ‘콰콰콰’ 몸을 섞었다. 걸은 시간보다 차로 이동한 시간이 더욱 긴 하루였지만 아우라지의 풍경은 긴 여정 끝에 도달한 고향처럼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었다.

햇살의 색온도가 달라졌다. 이른 아침 투명하게 빛나던 햇살이 이제 따사로운 빛깔로 바뀌었다. 길은 이제 송천을 따른다. 영롱하게 빛나는 송천을 바라보고 있자니 매 구간 감탄과 아쉬움이 교차함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아리바우길이 여전히 기대됐다.

올림픽아리바우길
‘올림픽아리바우길’은 올림픽 개최 도시인 정선·평창·강릉을 잇는 트레킹 코스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가 현재 조성 중에 있다. 올림픽(평창)+아리랑(정선)+바우(강릉길)이라는 의미가 합쳐져 올림픽 성공 개최와 강원도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표현했다.

트레킹 구간은 정선5일장부터 강릉 경포해변까지 총 연장 131.7km 총 9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2017년 6월 준공 예정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강원지역의 문화·경관·역사자원들을 그대로 살리는 한편, 옛길 복원과 숨겨진 길 활용 등 친환경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정선5일장을 비롯 나전역, 아우라지역, 구절리역, 노추산, 모정탑길, 안반덕, 대관령·선자령 옛길, 오죽헌, 경포대 등 주요 관광지를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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