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북한강 종주
두 바퀴로 북한강 종주
  • 오대진 기자|사진 정영찬 기자|장비지원 자이언트코
  • 승인 2016.10.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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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역~춘천역 85km

자전거인들에게 10월은 사랑이다. 적당한 온도에 간간이 불어주는 선선한 바람, 그리고 온 산을 뒤덮은 울긋불긋한 단풍까지. 이때만큼 라이딩 하기 좋은 시기가 없다. 수도권 당일 코스 중 경춘선 라인을 따라 춘천역까지 가는 북한강 자전거길은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 코스. 시원하게 뻗은 북한강변을 달려 보자.

 

 

 

 

 

 


가을맞이 북한강 자전거길 라이딩
숨 가쁘게 내달린 동해안 종주 자전거길 750km, 한 번 쉬어간다. 어디로 가지? 아라뱃길, 한강, 남한강 등 수없이 타본 자전거길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는데 등잔 밑이 어두웠다. 검색 몇 번 하니, 모두들 북한강 종주 자전거길을 추천했다. 그래, 날씨도 좋고 딱이다 딱!

경춘선 라인을 따라 쭉 뻗어있는 북한강 종주 자전거길은 접근성이 좋다. 차량을 이용한다면 취재 팀처럼 팔당댐 주차 후 춘천역까지, 경춘선을 이용한다면 춘천역까지 경춘선을 타고 간 후 북한강을 따라 팔당댐 방향으로 편도 라이딩을 즐기는 것도 좋다. 체력이 끝판왕이라면 아라뱃길 서해갑문~춘천역 왕복 300km도 문제는 아니다.

 

 

 

 

 

 

 

▲ 경의중앙선 팔당역. 주차공간이 여유 있고 초계국수 등 먹거리도 많다.

 

 

 

 

▲ 출발 전 스트레칭은 기본. 내 몸은 내가 지키자.


실제 북한강종주의 출발지는 팔당역이 아닌 운길산역. 그러나 출발지로는 팔당역이 더 제격이다. 주차공간과 초계국수 등 먹거리, 그리고 쉼터까지, 접근성과 편의성이 잘 갖춰져 있다.

반가운 얼굴도 함께했다. 지난 봄, 반포~북악스카이웨이 구간을 함께 달린 조수진 씨. 여전히 밝고 쾌활한 그녀의 성격에 출발지인 팔당역으로 가는 차 안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가을에 열리는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수진 씨는 “달리기랑 수영은 계속 연습하고 있는데 자전거를 많이 안타서 걱정이에요”라고 엄살을 피웠지만 팔당역부터 춘천역까지 라이딩 중 지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선출, 엄지 척! 기자는 이번에도 꽁무니 따라가기 바빴다.

 

 

 

 

 

 

▲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인 여유당과 선생의 묘, 문화관 등을 볼 수 있는 다산유적지.

 

 

 

 

▲ 북한강과 남한강, 한강이 만나는 팔당댐.


역사와 추억이 살아 숨쉬는
출발 전 몸풀기 스트레칭은 필수. 가볍게 즐기는 자전거 라이딩이지만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장시간 사용하다보면 근육경련이 생기기도 한다. 헬멧도 당연 필수. 내 몸은 내가 지키자. 가볍게 페달을 구르기 시작하면 팔당댐이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 봉안터널이 나온다. 옛 철길이 자전거길로 변신한 대부분의 곳에서는 자전거 터널을 만날 수 있는데 한여름에도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다. 옛 기차터널을 달리는 색다른 경험, 재미에 운치는 덤이다.

터널을 빠져나오고 조금 달리다보면 ‘다산로’로 향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자전거길을 빠져나와 오른편으로 향하면 다산유적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인 여유당과 선생의 묘, 다산문화관, 다산기념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 구 양수철교 아래로 내려가면 본격적인 북한강 자전거길.

 

 

 

 

▲ “여기 풍경 너무 멋져요. 행복해요!”


다시 자전거길로 복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시간이 멈춘 듯한 옛 시골 간이역이 자전거여행자를 반긴다. 지금은 폐역이 된 능내역에는 능내1리 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이제는 작은 박물관으로 변신한 능내역과 추억의 역전집, 열차카페, 레일바이크가 옛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쉼터 곳곳에서 라이딩의 피로를 씻고 있는 이들의 모습 또한 여유가 넘친다.

능내역을 지나 본격적으로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약 5km 거리엔 운길산역, 춘천 방향은 아니지만 북한강, 남한강 자전거길 명물 중 하나인 구 양수철교에 올라본다. 중앙선 열차를 떠받치던 철교 위에는 객차는 온데간데없고 라이더들만이 조용히 교차한다. 그 바톤은 맞은편에 새로 건설된 양수철교가 건네받았다. “어찌 보면 그냥 낡은 철골 구조물일 뿐인데 말이죠. 추억을 머금어서 그런지 뭔가 정감가고 멋진 것 같아요.” “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좋고, 나무 데크 위를 달릴 때 나는 특유의 기차 소리도 새로워요.”

 

 

 

 

 

 

▲ 구 양수철교를 달리면 특유의 기차소리가 “투둑투둑 투둑투둑”


대성리, 호명호수, 그리고 자라섬
얼마 못가 또 자전거를 세운다. 물의 정원,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광에 연신 셔터음이 울려댄다. “너무 예뻐요. 행복해요.” 행복? 맞다, 이런 게 행복이다. 연꽃군락지를 따라, 강변자전거길을 따라 달린 이 길이 북한강자전거길의 ‘베스트’. 본 취재의 메인 컷 역시 물의 정원이 장식했다.

이제 속도를 좀 낸다. 약 15km를 달리면 대성리, 자전거도로는 ‘대성리 국민관광지’를 관통한다. 대학교 MT의 성지에서 캠핑과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다. 대성리 부터는 경춘선 기차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경춘선부터 ITX 청춘열차와 KTX를 연상케 하는 ITX 새마을호까지 다양한 객차들이 쉼 없이 북한강변을 오간다.

 

 

 

 

 

 

 

▲ 시간이 멈춘 듯한 능내역 풍경.

 

 

 

 

 

▲ 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능내역 곳곳에 자리해 있다.


신청평대교와 청평호를 지나면 청평역, 다시 6km를 달리면 상천역이다. 상천역에서는 호명산 정상에 위치한 인공호수인 호명호수를 만날 수 있다. 약 4km를 오르거나 버스(약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운행한다)를 이용해 호명산 정상에 닿으면 산책길을 따라서 탁 트인 주변 경관을 관망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호명호수는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한다.

다음 10km 구간은 비교적 수월하다. 길게 가평역까지 내리막 구간, 신나게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면 어느덧 자라섬이다. 국내 1세대 오토캠핑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자라섬 캠핑장에는 일반 텐트는 물론 카라반과 모빌홈을 이용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잘 가꿔진 산책로와 갈대숲이 있고, 수상레포츠 또한 즐길 수 있다. 수진 씨는 “저 재즈 페스티벌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꼭 가봐야겠어요”라며 축제 참가 의지를 불태웠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벌써 13회째, 어느새 자라섬의 상징이 됐다.

 

 

 

 

 

▲ 대학교 MT의 성지인 경춘선 대성리역을 지난다.

 

 

 

 

▲ 경춘선 청평역. 주변관광지로는 청평유원지와 청평댐이 있다.

 

 

 

▲ 대성리부터는 경춘선 기차들이 자전거와 나란히 달린다.

 

 

 

▲ 쭉 뻗은 북한강 자전거길 라이딩. 선선한 가을바람까지 불어 시원하다.

 

 

 

▲ 일부 구간은 국도와 맞닿아 있지만, 통행량이 적고 길이 잘 되어 있어 위험하진 않다.

 

▲ 자라섬 캠핑장에서 잠시 휴식.

 

 

▲ ‘북한강 강변길’ 입구 표지판.

 

 

 

▲ 주요관광지로는 호명호수공원과 아침고요수목원 등이 있다.

 

 

 

▲ 조종천변을 따라 청평역을 지나 상천역으로.

 

 

 

▲ 경춘선 상천역. 호명산 정상에 위치한 호명호수를 만날 수 있다.

 

 

 

▲ 자라섬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는 경춘선 가평역.

 

 

 

▲ 자전거도 라이더 따라 잠시 휴식.


호반길 따라 춘천으로
경강교를 지나면 경강역, 백양리역, 그리고 강촌역이다. 능내역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폐역이 된 강촌역에서는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 대성리와 함께 MT 성지로 불리며 대학생들로 붐볐던 구 강촌역에는 옛 추억을 되새기려는 반가운 발걸음들이 대신하고 있다. 강촌역과 전성기를 구가했던 강촌교도 이제는 늙고 지친 모습. 반해 맞은편에 커다란 교각과 함께 우뚝 솟아있는 제2강촌교는 제법 늠름하다.

 

 

 

 

 

 

▲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 지금은 폐역이 된 경춘선 경강역.


5km를 달리면 의암댐에 이어 신연교가 나온다. 춘천역에 빠르게 닿을 수 있는 루트는 신연교를 건너 의암스카이워크로 향하는 방향, 그러나 공사 중(9월까지 전면 통제)이다. 춘천문학공원을 거쳐 신매대교를 경유하는 루트로 선회한다. 오히려 잘됐다. 쭉 뻗은 호반길 경치가 그만이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붕어섬과 상중도 신매대교가 있는 위도를 거쳐 소양2교를 건너면 목적지 춘천역이다.

근 90km를 타니 뱃속에서 아우성이다. 춘천에 왔으니 당연히 닭갈비에 막국수. 든든히 배를 채우고 경춘선에 오른다. 경춘선은 휴일과 평일 모두 자전거를 휴대하고 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 전동열차를 운행 중이다. 자전거 페달을 구르며 온 길을 객차에 앉아 여유롭게 다시금 되새기는 것은 북한강 자전거여행만의 매력. 기차로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오는 것이 불만이라면 반대로 열차를 먼저 이용해 춘천역까지 간 후 라이딩으로 돌아오는 것도 방법이다.

 

 

 

 

 

 

▲ 강촌교 맞은편에 커다란 교각과 함께 우뚝 솟아있는 제2강촌교.

 

 

 

 

▲ 경강역에서는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

 

 

 

▲ 대성리와 함께 MT 성지로 불리며 대학생들로 붐볐던 구 강촌역.


epilogue 
“아~ 너무 행복해요!” 연신 들리는 이 소리가 처음엔 낯설기도 했다. “행복하다”라고 말을 내뱉은 지가 언젠지, 아니면 특유의 어감이 부담스러워 사용하지 않았을 수도. 자전거를 타며, 멋진 풍광을 보며 가진 느낌은 다르지 않았을 터. 자전거를 타는 행위가 좋고, 멋진 풍광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거나 기분 좋은 미소를 띠었으니까. 당분간 수진 씨처럼 해보려 한다. “와우! 행복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물론, 듣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말이다. 행복해요?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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