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김경선 차장
  • 승인 2016.09.30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ESK COLUMN

8월, 전 세계는 스포츠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올림픽으로 대한민국은 불 꺼지지 않는 밤이 계속됐지요. 올림픽은 끝났고, 대한민국의 성적은 목표에 약간 못 미쳤습니다. 솔직히 이번 올림픽, 몇 경기 챙겨보지 않았습니다. 4년 전과 달리 아이 둘이 생겼고, 워킹맘의 밤은 피곤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금메달 소식이 뜸한 점도 열정을 부추기지 못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싱의 박상영 선수와 골프의 박인비 선수는 기자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펜싱 에페 남자 개인전, 세계 랭킹 21위의 박상영 선수는 세계 랭킹 3위의 게자 임레 선수를 맞이해 고전을 거듭했지만 5점을 내리 따내는 대역전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스코어 14 대 10으로 뒤지던 박상영 선수는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할 수 있다”를 연신 되뇌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 장면은 고스란히 전 세계로 전파됐죠. 그리고 일어난 기적 같은 순간들. 마지막 스코어를 따낸 박상영 선수가 내지른 기쁨의 포효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박인비 선수의 금메달도 잊지 못합니다. 올시즌 최악의 성적과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조차 불투명했던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곤 쉽사리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후배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양보해야 되지 않냐”는 자존심 상하는 소리도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박인비 선수는 큰 점수차로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평소 그의 성격답게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세레모니 외에는 큰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지 않았죠. 오히려 담담한 그 모습이 더욱 애잔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최선’과 ‘노력’은 누구에게나 요구되지만 강제성은 없습니다. 누구나 최선을 위해 노력하지만 실현의 정도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입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보면서 그들의 노력에 숙연해집니다. 그리고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최선을 다하지 못한 나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실망하긴 이릅니다. 마지막 대역전극을 펼치는 선수를 볼 때면 여전히 늦지 않았다는 자신감이 생기니까요.

정말 덥습니다. 올여름처럼 더웠던 기억이 없습니다. 8월 하순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저희 동네 기온은 36도를 기록했습니다. 에어컨 없이는 실내에서 생활하기 힘들 정도지요. 그래서 올여름은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가장 행복(?)했습니다. 좋아하는 캠핑도 8월 초를 마지막으로 긴 휴가에 들어갔지요. 마지막 캠핑은 얼마나 더웠는지. 2박 3일의 일정 동안 수시로 내리는 국지성 호우 덕에 습식 사우나에 들어앉은 것 같은 꿉꿉함을 만끽했습니다. 여전한 폭염에도 불구하고 슬슬 야외로 나가고픈 마음에 매일 날씨를 확인합니다. 내일은 좀 풀릴까, 이번 주말은 좀 시원하려나. 기상청은 매일 희망의 시점을 늦추며 희망고문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번 여름은 끝날 듯 끝이 나지 않네요. 올여름, 정말 지독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