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 가득한 미로의 도시
천년의 숨결 가득한 미로의 도시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6.09.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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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톨레도

스페인 중원지방, 테즈강 급류가 굽이굽이 흐르는 곳에 자리한 톨레도는 군사 지식이 없어도 ‘이런 천하요새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리적 조건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고색창연한 아름다운 중세기 도시의 미로 같은 골목길이 가득한 곳. 마드리드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인 톨레도는 시간이 멈춘 듯 정적만이 흐른다.

 

 

 

 

 

 

 

로마제국은 2,000년 전 스페인 중부까지 쳐들어와 이곳을 속국으로 만들지만 톨레도의 저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로마제국은 아무리 힘과 권력으로 눌러도 끊임없이 저항하는 톨레도 민중들을 보면서 라틴어로 ‘무섭도록 인내하며 결코 항복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톨레라툼Toleratum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민중들의 모진 근성 때문인지 이방인 군대는 톨레도에 오랜 시간 머물지 못했다. 로마제국 이후 서고트족과 무어인이 차례로 통치했고, 다시 카톨릭과 유대인의 지배를 거쳐 끝내 조국 스페인의 품으로 돌아 온 것이 지금으로부터 450년 전이다. 당시 스페인의 펠리페 2세가 과거 1,500년 이상 이어온 수많은 전쟁으로 흥망성쇠의 기가 무척이나 센 이곳 톨레도를 수도로 정하면서 전쟁이 일단락됐다. 이런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도시는 자연스레 이베리아 반도의 문화, 정치, 예술의 중심이 되었다.

카톨릭과 이슬람, 유대교가 공존하는 도시는 찬란한 복합문화의 흔적들을 볼 수 있어 골목자체가 국보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의 미로 같은 골목길마다 가득한 중세기 시대 집은 타임머신을 탄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경사진 면을 활용해서 대부분 2층으로 집을 지은 것도 꽤나 지혜로워 보인다. 1986년 유네스코는 톨레도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톨레도 요새에서 유일하게 외부와 이어지는 알칸타라 다리에도 많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랍어로 다리를 ‘알칸타라’라고 하는데 로마제국 트라야누스 황제가 이곳을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요새를 만들기 위해 2,000년 전 첫 삽을 떴다. 그러나 로마제국 멸망 후 수많은 전쟁으로 결국 허물어졌고, 1,300년 전 이슬람교도 왕국이 이곳을 수도로 정하면서 다시 다리를 복원했으나 홍수로 교각과 받침대만 남기고 떠내려가 버린다. 그러나 400년 전 오늘날의 다리로 완벽하게 재건되면서 고풍스런 성채탑도 복원되어 로마제국의 잔재를 느끼게 해 준다.

한편 900년 전 예루살렘에서 쫓겨난 유대인들은 톨레도로 몰려와 그들의 문화를 꽃피웠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곳을 ‘서양의 예루살렘’이라 부른다. 이렇게 2,000년 이상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어우러져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골목길. 왠지 어느 골목에선가 당시의 개구쟁이 꼬마들이 튀어 나올 것만 같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앤드류 김 Andrew Kim
(주) 코코비아 대표로 커피 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Andrew Coffee Factory와 에빠니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 전문 쇼핑몰(www.acoffee.co.kr)과 종합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며 세계를 다니면서 사진작가와 커피차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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