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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지인이 “어떤 연극이 재밌냐”며 묻곤 한다. 그럴 때 주로 하는 대답 중 하나가 “연극열전은 중박은 친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다.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인생 연극을 만났다’고 기뻐하기도 했고, 기대하고 봤다가 ‘난해하지만 실망스럽진 않았어’라며 위로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열전 6의 세 번째 작품, <햄릿-더 플레이>는 ‘재미없지도, 재밌지도 않은’ 연극 중 하나다.
한편, 성인이 된 햄릿은 아버지인 선왕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 거트루드와 숙부 클로디어스가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보고 절망에 빠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선왕의 망령을 만나 그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미친 척 연기하기 시작한다.
극의 비극적 결말을 알면서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는 어린 햄릿과 성인 햄릿이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무대는 굉장히 끈끈하고 파괴적이다. 극에 필수로 등장하는 두 인물, 어린 햄릿과 요릭은 추가된 요소답지 않게 매우 자연스럽다. 이들은 인물 간 비극적 상황에 설득력을 더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햄릿의 ‘비극적일 수밖에 없음’을 찬찬히 잘 풀어 간다. 두 인물이 없는 원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원작이 무대에 오르던 2001년,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배우 김강우는 이 공연에 처음으로 출연한다. 이후 15년이 지난 2016년 8월, 충무아트홀에서 다시 올려진 <햄릿-더 플레이>에도 어김없이 김강우가 존재한다. 햄릿 특유의 씹어뱉는 듯한 대사를 김강우의 날카로운 마성으로 결합해 햄릿의 비극을 극대화했다.
관람한 공연은 공교롭게도 첫 공연이었다. 그 때문일 거다. 어색함과 긴장감, 전체적으로 소란스러움이 있었다. 또한, 햄릿이 영국으로 도망치듯 떠나는 장면이 펼쳐지는 극 중후반의 몰입감이 떨어진다. 원작과의 차이를 위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보태고 더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렵게 본다면 어렵지만, 머리를 탁 치는 장면이 있는 연극이다. 결국, 연극을 통해 하고자 했던 말은 가장 끝에 나온다. 하지만 그 대사를 듣기 위해, 관객은 조금 힘들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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