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터지는 애니메이션
감성 터지는 애니메이션
  • 이지혜 기자
  • 승인 2016.09.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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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초속 5센티미터>,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 <언어의 정원>

감성 캠핑, 감성 여행, 감성 사진…. 언젠가 ‘아날로그’ 같은 말들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감성을 붙인 테마들이 익숙하다. ‘이성적 사고를 위한 감각적 소재’라는 뜻의 감성. 결국, 감성은 이성적이어야 하는 우리가 아날로그로의 추억을 갈구하다 적당한 자기만족을 위해 찾은 타협점쯤 되지 않을까. 딱딱했던 가슴 속 어딘가를 톡 건드려, 그래서 다시 말랑말랑해지고 싶어 애니메이션을 찾았다. 죽어가는 감성 세포에 호흡기를 달아주는 작품을 골라봤다.

쌍둥이처럼 닮은 두 남녀의 재회를 그린 ‘벚꽃초’ , 시간이 지난 한 명을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본 ‘코스모나우트’ , 마음속 비밀을 담은 표제작 ‘초속 5센치미터’. 총 3편으로 구성된 <초속 5센치미터>는 두 남녀의 사랑과 그 사랑이 지나는 속도에 관한 애니메이션이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로 시작한 영화는 남자가 여자를 만나러 가기까지의 속도, 안타까울 정도로 속절없이 지나는 그 시간에 관해 이야기한다. 로켓이 발사지점까지 이동하는 느린 속도 속에서, 또 다른 여자의 마음이 스치는 속도가 빠르게 지난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잊어가는 속도를 말한다. 잔잔한 스토리도 감동이지만, 수채화로 그린 배경이 아주 아름답다. 일본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산책하는 기분이다.

잊고 살던 동심 한가운데를 건드는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친구들과 다시 재회하고 즐겁게 뛰어놀기 위해 환생을 선택한 주인공. 그녀를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친구. 그리고 주인공이 보이지 않는 다른 친구들의 아픔과 공허함. 몰입도가 뛰어나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작품이다. 죽음에 관한 선명하고도 날카로운 통찰력이 뛰어나다. 동시에 이별에 대처하는 친구들의 마음이 하나같이 느껴져, 다시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이 실감 난다. 사실 극장판보다는 장편이 더욱 몰입도 높고 마니아도 많다. 시간이 된다면 장편을 보길 적극 추천한다. 극장판만으로는 슬픔에 슬픔이 모여 감성을 쥐어짜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니 염두에 두자.

<언어의 정원>은 아름다운 색감에 풍덩 빠질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초속 5센치미터>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이다. 대부분이 비 오는 장면인데, 음악과 장면의 조화가 매력을 더한다. 비 오는 날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대화로 마음을 나누는 두 사람. 비 오는 날마다 함께 자신의 상처를 꺼내며 서로에게 위안 받는다. 해피엔딩인 듯 새드엔딩같은 마무리도 작품의 분위기와 닮아있다. 비 떨어지는 여름의 막바지에 잘 어울린다. <초속 5센치미터>처럼 배경 모두가 실제 장소인데, 그 표현력이 대단하다. 무한한 상상력을 다룬 애니메이션이 펼치는 현실감이 얼마나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다가오는지 보여준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살아서일까. 어른들을 위한… 이라는 말이 싫었다. 아직 어른답고 아이다움이 무엇인지 정확한 답을 찾진 못했다. 그런데 내리 애니메이션을 후벼 파고 나니 조금 알겠다. 어른들을 위한…은 필요하다. 어른이 어디에 서서,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모르지만, 우리처럼 여전히 방황하는 사람도 어른의 범주 안에 든다면, 우리를 위로할 건 있어야 한다. 최소한 애니메이션이라도 말이다.

*사진제공 BoXoo엔터테인먼트, 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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