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약, 그 순수한 패들링
카약, 그 순수한 패들링
  • 이지혜 기자|사진 정영찬 기자
  • 승인 2016.09.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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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카약학교 강호 코치

순박한 웃음에 힘 있는 악수. 지리산카약학교 강호 코치를 만난 첫인상은 그랬다. 카약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아이처럼 기뻐하는 얼굴을 숨기지 못하는 그는 천상 카야커였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자그마한 선술집에 앉아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오랜만이네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안녕하세요, 지리산 카약학교의 담임 선생님이자 교장 선생님이자 보건 선생님이자 학생 주임선생님을 모두 맡은 강호입니다. (웃음) 여전히 카야킹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조금씩 카약이 알려지기 시작하며 지금은 팀제로그램과, 스미스라이더, K2어썸도어에 소속돼 있어요.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지난해, 칠레를 다녀오셨다 들었어요.
두 달 동안 다녀왔죠. 산티아고에서 시작해 푸콘 지역까지 천혜의 자연에서 카야킹했어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많이 훈련하는 지역이라 저절로 견문도 넓어졌고 실력도 늘었어요. 그만큼 부족함도 뼈저리게 느꼈죠. 제가 모르던 카약 그라운드를 밟았달까요. 칠레를 다녀오고 오늘까지, 하루도 그곳을 잊어본 적 없어요.

다시 가고 싶을 것 같아요.
너무나요. 가족들에겐 아직 비밀인데(웃음)…, 올해 안에 한 번 더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구체적으로 계획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보다 더 오래 집중 훈련하고 싶어요. 파타고니아까지 가볼 생각도 했지만, 그곳은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곳이잖아요. 조금 더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지역이랄까요. 어쨌든, 칠레에 다시 가서 그쪽 친구들과 훈련하고 싶어요.

환경이 많이 도와줘야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저는 카약으로 돈 버는 소질은 없나 봐요. 사실 제가 사랑하는 카약을 상업적으로 변경할 생각도 없고요. 지리산 카약학교를 만들기로 했을 때, 타던 차를 팔아 영국으로 떠났어요. 영국 카누연맹의 시스템과 코칭을 경험하기 위해서죠. 그곳에서 배운 것들을 지금까지 절대적으로 지켜요. 검증된 안전한 방법이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돈을 많이 벌 순 없더라고요. (웃음) 하지만 수강생들에게 집중적으로 카약을 교육하며 얻는 보람이 더 커요.

경제적인 수입이 부족하진 않나요?
부족하죠. 사실 1년 넘게 서브잡을 하고 있어요. 새벽 2시부터 오전 11시까지 물류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육체적으로만 힘든 일이죠. 그 일을 하며 카약을 하고 있어요. 그래야 제가 카약에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상업적으로 변질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러지 않고서는 생활이 힘든 게 사실이거든요.

굉장히 피곤할 것 같아요.
대신 마음은 참 편해요. 무엇보다 돌아갈 곳이 있는 직장이죠.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제가 워낙 열심히 일하다 보니(웃음) 칠레에 간다고 2달을 쉴 때도, 돌아오니 제 자리를 주시더군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간혹 서울에 오는 날엔 아침까지 일하고 왔어요. 하지만 요즘엔 과감히 하루를 쉬어요. 그래도 괜찮을 정도로 제 자리가 잡혀있으니까요. 카약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브잡이 고맙죠.

지리산 카약학교는 어떤가요?
수강생들과 재미있게 카야킹하고 있어요. 카약을 타고 싶어 먼저 찾아오신 분들이니 열의도 대단하죠. 수강생에게 교육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카약은 솔로 스포츠인만큼 열정과 적당한 오기도 있어야 해요.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카약은 초, 중, 고급자가 똑같은 카약을 타요. 더 좋은 장비란 없는 거죠. 오로지 실력으로만 대결하고 본인의 실력을 고스란히 대면할 수 있는 스포츠예요. 매력적이죠.

카약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요. 초보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닌 만큼 안전 훈련을 꼭 마친 뒤 시도하셔야 해요. 10년 넘게 카야킹을 하는 저 역시 계속 제자리인 것 같은 절망감에 빠지곤 해요. 그만큼 천천히 인내를 가지고 도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무엇보다 자연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에요. 강이 없다면 카야킹 자체가 없겠죠. 사람으로 쳤을 때, 강은 핏줄과 같아요. 카약이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환경을 보호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카약 포인트 중, 초보자들이 타기 좋은 곳을 추천해주세요.
경호강을 추천해요. 산청에서 진주까지의 물길이에요. 지리산 엄천강과 덕유산이 만나는 곳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길도 좋아 초급자가 도전하기 가장 좋은 코스예요. 지리산 카약학교에서도 초급자에게는 경호강에서 교육하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시는 카약 포인트는 따로 있을 것 같아요.
아주 도전적인 강인 엄천강을 사랑해요. 함양과 산청의 경계선에 있는 강인데, 급류가 좋기도 할 뿐만 아니라 비가 내린 후엔 더욱 익사이팅한 카야킹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죠. 저도 가끔 무서울 정도니까요. 하지만 최근 이곳에 댐을 건설한다는 움직임이 있어서 경계하는 중이에요. 목적과 효율성 면에서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댐이 건설되면 강도, 인근의 토지도, 주민도 힘들어져요. 더 많은 사람에게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 댐건설 반대를 알리고자 노력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카야커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세요?
저는 당장 내일을 살아갈 뿐입니다. 단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카약과 함께 내일을 맞이한다는 점이죠. 카약과 함께라면, 저에겐 희망이 있어요.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물길에 순응하죠. 모험을 멈추지 않는 한, 내일의 패들링은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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