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동해안 종주 PartⅣ.
두 바퀴로 동해안 종주 PartⅣ.
  • 오대진 기자|사진 정영찬 기자
  • 승인 2016.09.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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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호미곶~부산 을숙도 210km

드디어 부산이다. 지난해 국토종주에 이어 자전거여행으로 찾은 두 번째 부산. 여행으로, 출장으로 자주 찾는 부산이지만 자전거여행의 종착점 부산은 좀 더 특별하다. 그냥 유유히 라이딩 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뙤약볕과 씨름하고, 수많은 언덕을 넘어야 닿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자전거여행의 성지 부산이다. 동해안 종주 마지막 여정, 출발!

그렇게 더워? 여기는 천국
8월 둘째 주다. 동해안 종주의 마지막, 포항 호미곶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약 210km 구간을 달린 게. 동료들이 출장 전부터 쩌 죽는 거 아니냐고 걱정이었다. 매해 여름마다 타왔고 더위를 잘 타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울산에 들어서기 전까진 말이다. 휴~.

호미곶 해맞이광장은 언제나 붐빈다. 저마다 다양한 손동작으로 상생의 손과 악수하며 웃음꽃을 피운다. ‘덥다 덥다 난리던데 그 정도는 아니네?’ 이 정도면 바닷바람 맞으면서 유유자적이다. 약간의 맞바람이 무더위를 식혀주기까지 하니 금상첨화다.

▲ 제주도나 동남아를 연상케 하는 투명한 바닷물의 구룡포해수욕장.

▲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 상생의 손, 출발!

15km 정도를 내려가면 흡사 제주도나 동남아를 연상케 하는 투명한 바닷물의 구룡포해수욕장이 반긴다. 피서객들의 여유로운 물놀이가 부러워 잠시 발을 담근다. 며칠 전 해운대에는 하루에 200만 명의 피서객들이 몰렸다고 하는데, 어휴 끔찍하다. 여기는? 천국이다.

▲ 물질에 열중인 해녀, 연신 물속과 밖을 오고간다.

구룡포항을 지나면 양포항까지 약 20km 해안도로. 중간 중간 작은 마을의 골목길을 지난다. 잠수함을 타고 인어를 만나고, 배를 타고 나가 엄청난 크기의 고래와 헤엄치는 그림들이 마을의 벽을 알록달록 수놓는다. 한편에는 마실 온 어르신들의 자전거가 나란히 열을 맞춰 서 있다. 물론 잠금장치는 없다. 물질에 열중인 해녀는 연신 물속과 밖을 오고간다.

양포항에서 또 15km를 달리면 첫 날 목적지인 나정해수욕장. 해변 모래사장과 잔디밭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고, 샤워장과 화장실도 갖추고 있다. 인근 감포전촌해수욕장에도 오토캠핑장이 있다. 열심히 페달 구른 후 꿀맛 같은 저녁 식사, 메뉴는 물회다. 이모님의 손이 제법 큰지 다양한 해산물들이 그릇을 넘칠 기세다. ‘슥삭슥삭, 이 맛이지.’

▲ 라이더만큼이나 고된 자전거도 잠시 배에 기대 휴식.

폭염, 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

동해의 자랑은 역시 일출. 이른 새벽 선선한 바람 맞으며 설렘 안고 기다렸는데, 운무와 구름에 가려 뿌연 얼굴을 새초롬하게 내미는데 그친다. “호미곶 일출만은 못하네.” 아쉽다. 많은 출장을 다녀보니 역시 제대로 된 일출 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름과 안개가 해를 가린다는 것. 오늘은 어제보다는 더위 걱정을 안해도 되겠다.

▲ ‘덥다 덥다 난리던데 그 정도는 아니네?’ 이 정도면 유유자적이지.

▲ 작은 마을 골목길 벽화. 잠수함을 타고 인어를 만나고.

▲ ‘슬슬 더워지는 건가. 오르막에서는 좀 끌자.’
나정해수욕장에서 약 7km를 남하하면 봉길해수욕장이 나온다. 그리고 문무대왕릉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수중릉으로 삼국 통일을 완성한 신라 제30대 문무대왕의 바다무덤이 바닷가에서 200m 떨어진 곳에 길이 약 20m의 바위섬으로 되어 있다. 가운데 조그마한 수중 못이 있고 그 안에 길이 3.6m, 너비 2.9m, 두께 0.9m 크기의 화강암이 놓여 있다.

경주감은사지를 지나 나아해변과 당사항을 뒤로 하면 울산에 다다른다. 그리고 더위가 시작됐다. 해안도로를 달릴 때는 전혀 없었던 더운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도심 열섬현상에 복사열까지 더해 사우나가 따로 없다. 기온은 38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체감은 50도 이상. 이럴 땐 그늘에 앉아 이온음료를 마시며 쉬는 게 정답. 아스팔트를 바라보니 이글이글 더위에 녹을 기세다. 기상관측사상 전무한 폭염이라더니 맞나보다. 대규모 공장단지가 밀집한 울산이기에 더하다. 오토바이로 점심식사 나온 공장 직원들의 얼굴에도 땀이 뻘뻘. 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여름철 울산이나 부산 등 대도시를 관통한다면 이른 아침 혹은 늦은 오후 시간이 바람직하다.

▲ 한적한 농촌마을도 가로지르고.

▲ 낑낑거리며 무지막지한 언덕도 오른다.
동해안 최고의 일출 여행지, 간절곶

멀리 울산대교는 라이더의 이런 고충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시원하게 뻗어 있다. 태화강변 따라 명촌대교까지, 그리고 다시 끝없는 울산 산업단지를 지난다. 수많은 덤프트럭과 흙먼지, 공장매연 등 라이더에게 산업단지는 확실히 반갑지 않다. 크게 우회하는 것도 방법이다.

진하해수욕장부터는 다시 해안도로 모습 그대로다. 파도가 좋아서인지 서핑과 제트스키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파도를 가르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절로 시원해진다.

조금 더 남하하면 간절곶. 정동진, 호미곶과 함께 동해안 최고의 일출 여행지로 꼽히는 간절곶은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 정동진보다는 5분 먼저, 호미곶보다는 1분 먼저 일출의 장관이 연출된다. 드넓은 바다와 해식애를 감상할 수 있고, 하얀 등대와 함께 명물이 된 커다란 우체통, 그리고 모자상은 필수 포토존이다. 간절곶 해안길을 따라 잔디공원 등도 잘 조성돼 있어 가족과 연인들의 나들이 장소로 좋다.

20km를 더 달려 일광해수욕장에 들어서면 ‘부산’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부산. 그리고 도착한 기장역이 둘째 날 목적지다.

▲ 열심히 페달 구른 당신, 먹어라! 메뉴는 대(大)자 물회.

▲ 나정해수욕장의 일출.

▲ 우리나라 유일의 수중릉인 문무대왕릉.

▲ ‘조금만 더 가면 울산, 보인다 보여.’

▲ 시원하게 뻗어있는 울산대교.

▲ 진하해수욕장에서 제트스키를 즐기는 모습.

▲ 이제는 간절곶의 명물이 된 대형 우체통.
자전거여행, 두 번째 부산

이른 아침부터 후끈후끈하다. 어제보다 오른 기온도, 점점 더 도심으로 향하는 코스도 무더위를 부채질한다. 기장군청을 지나 송정역, 그리고 송정해수욕장. 형형색색의 파라솔들이 오와 열을 맞춰 피서객 맞을 준비로 한창이다. 동해안의 수많은 해수욕장을 지나 왔지만 부산 해수욕장은 그 느낌이 또 다르다. ‘여름휴가=부산’이라는 이미지가 강렬한가보다.

달맞이 언덕길을 낑낑 오르내리면 해운대. 한낮의 태양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해수욕장이라니. 잠시 동백공원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더위를 날린다. 잘 조성돼 있는 데크길을 따라가다 보면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누리마루 APEC하우스가 나온다. 지난 2005년 지금은 고인이 된 前 노무현 대통령과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회담을 나눴던 현장, 그리고 사진들을 관람할 수 있다. 멀리 광안대교의 웅장한 모습 또한 볼거리다.

이어 광안리 해수욕장과 부산역을 거치면 동해안종주 자전거도로의 목적지 을숙도 인증센터다.
두 바퀴로 동해안 종주, 인증!

▲ 울산 구간은 길이 까다로운 편, 산업단지보다는 크게 우회하는 게 바람직하다.

▲ 동해안 일출 명소 간절곶 가는 길.

▲ 간절곶은 정동진보다는 5분 먼저, 호미곶보다는 1분 먼저 일출의 장관이 연출된다.

▲ 송정해수욕장. ‘드디어 부산이다!’

▲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누리마루 APEC하우스. 멀리 광안대교도 보인다.

▲ 언제 봐도 장관인 광안대교의 자태.

▲ 동해안종주 자전거도로의 목적지 을숙도 인증센터.

epilogue
자전거로 찾은 두 번째 부산. 장거리 자전거여행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서인지, 좀 더 많은 볼거리가 있어서인지, 둘 다인지, 첫 부산행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을숙도를 찾았다. 4대강 국토종주 코스와는 달리 강릉, 동해, 포항, 부산 등의 인기 해수욕장과 거점을 한 번에 ‘주~욱’ 둘러보는 코스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차를 타며 빠르게 지나친 것들을 좀 더 자세히, 그리고 느리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자전거여행만의 매력.

서해안과 남해안도 자전거도로 조성 이야기가 조금씩 들리는 거 보니, 한반도 둘레길 일주도 머지않았다. 길이만 4,500km라고 하던데, 슬슬 준비해 봐?!

▲ 부산역. 이제 고지고 코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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