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도 뭇 여행자의 맘을 달뜨게 하는, 꿈의 여행지가 있다. 지구 반대편 남미 대륙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파타고니아Patagonia. 이곳의 말간 속살을 제대로 느끼려면 오롯이 두 발로 땅을 밟아야만 한다. 구석구석 발자국을 쿡쿡 찍어가다 보면 바람이 지배하는 광활한 들판과 순백의 빙하,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치솟은 봉우리 등 순수한 대자연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다. 여행자들이 꿈에도 그리는 그곳, 남미 파타고니아 도보 여행법을 소개한다.
When, Where, How?
언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까?
파타고니아 여행 적기는 11~2월. 남반구의 여름인 이때는 야생화가 지천인데다 날씨도 비교적 평온한 편이다. 단, 성수기라서 모든 시설이 붐비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비수기에는 한적한 대신 악천후가 빈번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거나 산장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성수기건 비수기건 사전에 계획을 철저히 세우도록 하자.
우리나라에서 파타고니아에 가기 위해선 거점이 되는 도시가 두 곳 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이 두 곳을 바로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고 경유를 해야 한다. 어느 나라를 통하든 30시간 내외의 비행 및 환승시간은 감수해야 한다.
Packing & Stay
짐은 어떻게 꾸리고, 잠은 어디서 자야 할까?
파타고니아의 날씨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변덕을 부리고 비바람이 잦아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방수·방풍 기능성을 갖춘 재킷과 방한용 재킷, 껴입을 수 있는 덧옷은 잊지 말고 챙겨가도록 하자. 장시간 트레킹을 해야 하는 만큼 편안한 등산화와 배낭도 필수. 등산화는 출발 전 최소 일주일 이상은 신어봐야 하며, 배낭은 튼튼하고 하중을 골고루 분산시켜주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침낭과 매트리스를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신 가볍고 패킹 사이즈가 작은 제품을 골라야 부담이 없다. 접이식 스틱과 헤드랜턴, 에너지바나 초콜릿 등 행동식도 챙겨 가면 요긴하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는 장비점들이 많이 있어 현지에서 구입을 하거나 대여도 가능하다. 텐트, 침낭, 스틱, 코펠과 버너 등 취사장비까지 구비돼 있다. 필요에 따라 장비를 대여하는 것도 무게와 부피,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산장·캠핑장 예약 www.verticepatagonia.com, www.fantasticosur.com
▲ ⓒwww.fantasticosur.com
Torres del Paine & W Trail
파타고니아의 백미,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과 W 트레일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은 우뚝 솟은 검은 암봉, 빙하가 녹아내린 호수가 어우러진 풍광이 시선을 압도한다. 1978년 유네스코 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남미 최고의 비경을 자랑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www.torresdelpaine.com
Perito Moreno Glacier
푸른 빛 빙하로 덮인 겨울왕국, 페리토 모레노 빙하
고산지대나 극지방에 가지 않고도 눈부신 빙하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곳,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에 자리한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이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페리토 모레노Perito Moreno 빙하. 높이 60~80m, 폭 5km, 길이가 35km의 빙하가 끝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 길게 뻗어있어 장관을 이룬다. 어마어마한 크기 외에도 모레노 빙하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날마다 약 2m씩 아르헨티노 호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빙하가 녹은 물이 빙벽을 녹이면서 4~5년에 한 번씩 무너져 내린다는 것.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빙하 트레킹 여행사 Hielo&Aventura www.hieloyaventura.com
▲ ⓒHielo&Aventura
Fitzroy & Cerro Torre
세상에 둘도 없는 미봉, 피츠로이 & 세로토레
파타고니아에는 세계적인 명산 두 곳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남부 파타고니아의 최고봉 피츠로이Fitzroy(3,405m), 세계에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 중 하나로 손꼽는 세로토레Cerro Torre(3,102m). 세로토레와 피츠로이 트레킹 코스의 시작점은 엘 찰텐이다. 작은 오지마을이던 이곳은 이제 전 세계 트레커들이 모여드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피츠로이 트레일은 카프리 야영장과 리오블랑코 야영장을 거쳐 트레스 호수 전망대, 피츠로이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20km 코스로 8시간 정도 걸린다. 초입의 경사를 지나면 카프리 야영장까지 능선을 넘는 길인데, 전망이 탁 트여 눈이 즐겁다. 산악인들의 베이스캠프인 리오블랑코 야영장에 도착했다면 잠시 숨을 돌린 후 코스의 도착점인 트레스 호수 전망대까지 올라보자. 언덕에 올라서면 빙하 위로 솟은 피츠로이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피츠로이와 세로토레 트레일은 당일 산행 외에 야영장에서 하루, 이틀 머무르며 두 코스를 연결하는 구간을 한 번에 돌아볼 수도 있다. 엘 찰텐에서 시작하는 트레킹은 일부 구간만 제외하면 대체로 완만한 편이고 고도가 높지 않아 고산병 걱정 없이 마음껏 걸어도 좋다. 다만 한 가지, 짓궂은 날씨가 문제. 트레킹에 나서기 전 반드시 국립공원 사무소에 들러 날씨와 트레일 상황을 확인하도록 한다.
TIP & KNOWHOW
더 즐거운 파타고니아 여행, 주의사항과 팁을 알려주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칠레, 아르헨티나는 우리나라보다 12시간이 느리다. 이동시간도 30시간을 넘어선다. 때문에 트레킹을 즐길 계획이라면 컨디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가급적 하루 정도는 시차 적응을 하고 여독을 풀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다.
파타고니아 지역에서도 LNT(Leave No Trace) 실천은 당연한 의무다. 지정된 캠핑장에서 야영 시 취사는 가능하지만 모닥불은 피울 수 없으며, 가져간 모든 것은 도로 가져와야 한다. 계곡물은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니 더럽히지 않아야 하고 나무를 자르거나 꺾는 일도 금물.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고 다녀간 흔적은 남기지 않는 것이, 아름다운 파타고니아를 오래도록 만날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