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바람의 길
신성한 바람의 길
  • 이지혜 기자|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6.09.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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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센(大山) 다운힐 사이클링 체험

해발 1,709m의 일본 주고쿠 지방의 최고봉 다이센(大山) 산. 신성한 산으로 숭배돼 산악불교의 수행장으로 번성한 그곳은 겨울엔 스키장으로, 여름엔 다운힐과 샤워클라이밍, 트레킹 코스의 명소다. 북쪽과 남쪽 사면은 험악한 단애절벽이다.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이 작은 후지산을 연상시켜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계절에 따라 성실히 옷을 갈아입는 그곳에서, 여름과 가을 사이 바람을 느끼며 사이클을 즐길 수 있었다.

▲ 다이센 산에서 즐기는 다운힐 사이클링. 치솟은 산과 푸른 바다를 즐기며 바람을 가른다.

다이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운힐 사이클링은 캠핑장으로 유명한 모리노쿠니(森の国) 센터에서 자전거를 렌탈해 시작할 수 있다. 약 800m까지 버스로 올라가 시작하는데, 오른편으론 스키장으로도 사용하는 송곳 같은 산의 절경을, 왼편으로는 푸른 바다를 끼고 도는 코스다.

▲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모리노쿠니 캠핑장. 예약 후 이곳에서 다운힐 체험이 가능하다.

거리는 약 22km, 소요시간은 약 3시간이지만, 탄력적으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장거리의 다운힐인 만큼 크로스 바이크를 사용한다.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맑은 물이 흐르는 물가를 산책하기도 하는데, 이곳의 식생이 한국의 남부지방과 매우 비슷하다. 친절한 가이드의 안내책자에는 자세한 식생을 알아볼 수 있게 되어있다.

▲ 겨울엔 스키장으로도 이용하는 다이센 산. 자전거 코스 위로 스키장 리프트가 이어진다.

한참 다운힐의 매력에 빠져있다 보면 간혹 업힐을 하며 올라오는 철인들도 보인다. 다이센 코스는 평균 오르막이 6.3%로 상급 코스로 분류된다. 온천으로도 유명한 인근의 가이케(皆生)가 일본 트라이애슬론의 발생지인 만큼 내로라하는 라이더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이 산에서 매년 ‘투르 드 다이센’이 열리기도 한다.

울창한 너도밤나무 숲 사이를 가르며 짙푸른 동해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코스가 끝난다. 아쉬움에 자꾸 뒤를 돌아본다. 웅장한 다이센이 시원한 물줄기를 품은 채 바람에 날린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처음 만난 다이센의 신성한 바람. 몇 달 후, 눈 쌓인 한겨울이 저절로 상상되는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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