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도 유전인자가 있다…아리바우길 1코스 예정지역
길에도 유전인자가 있다…아리바우길 1코스 예정지역
  • 박성용 부장|사진 양계탁 기자|협찬 노스페이스
  • 승인 2016.08.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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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5일장~정선역~월천리~문곡리~나전역 17.1km

본지는 강원도청의 요청으로 ‘올림픽아리바우길’ 취재답사를 시작한다. 올림픽아리바우길은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강릉·평창·정선을 잇는 약 131.7km(9개 코스)의 장거리 트레킹 코스를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가 지역의 대표적인 풍경과 문화를 알리기 위해 총사업비 33억 원을 투입, 현재 코스 설계 용역을 마치고 2017년 6월 준공 목표로 공사를 앞두고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트레킹 코스 조성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부탁해 본지는 팀을 꾸려 9개 전 코스 취재답사에 들어갔다. <편집자 주>

▲ 낙석 통로인 급경사 너덜지대를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취재팀.

출발 지점은 정선5일장

입추와 말복이 지났건만 하늘은 여전히 뜨겁다. ‘여름의 잔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위세가 사그라지지 않은 폭염이 취재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등산을 즐기는 배우 문성근·정석용 씨와 인바코리아 주연서 사무국장 그리고 성신여대산악부 이효진·강지선, 스위스 로잔호텔학교(EHL) 김민우 학생 등 총 9명이 여정에 나섰다. 인바코리아는 국제노르딕워킹협회 인바INWA(International Nordic Walking Federation)의 공식 한국지부이다.

▲ 조양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오늘 걸어야 할 길은 올림픽아리바우길 1코스 예정지역. 거리는 정선5일장에서 나전역까지 약 17.1km에 달한다. 1코스는 정선5일장에서 출발한다. 길은 장터를 벗어나서 읍내를 관통하며 정선역을 지나지만, 취재팀은 정선제2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꺾어 둑방길을 선택했다.

장터를 들머리로 잡은 것은 강원도 산골음식과 정선아리랑 때문이다. 곤드레나물밥, 수수부꾸미,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산나물 등 산간지방의 별미를 맛보고 애환이 깃든 아리랑 한 가락을 듣고 가라는 의미다.

▲ 정선선 철길을 따라 걷는 성신여대산악부 이효진(왼쪽)·강지선 학생.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한낮의 지열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출발부터 포장도로라니, 실망스러운 표정이 스쳤다. 다행히 길은 정선역에서부터는 강물소리를 그리워하며 조양강 기슭으로 몸을 튼다. 여기서부터 문곡리까지 약 8km는 1코스 절경인 아름다운 강변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길은 중간에서 끊어진다. 정선선 철교 지하도를 지나면 나오는 마지막 민가 위쪽의 조양강 전망대부터 제1잠수교까지 약 700m 구간이 산사태로 묻힌 것이다. 동네 주민의 말에 따르면 옛날에는 차가 다니던 길이었다고 한다.

▲ 올림픽아리바우길 1코스 출발지점 정선5일장에 모인 취재팀.

낙석 위험이 많은 너덜지대 통과

취재진은 강변으로 떨어지는 급경사 너덜지대로 길을 잡았다. 낙석 통로인 이 너덜지대는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돌들이 쉽게 무너져 사고 위험이 많아 보였다. 게다가 한쪽이 무너져 내린 산의 사면에는 낙석방지 그물이 불안하게 설치되어 있다.

너덜지대를 내려서면 이번에는 바위와 풀숲이 우거진 강변을 따라 걸어야 한다. 뙤약볕 아래서 정글도로 수풀을 쳐내고 발목 접질리기 쉬운 바위들을 살펴가며 전진하느라 땀에 푹 젖은 취재팀은 거친 숨소리를 연신 쏟아냈다. 식염포도당 알약을 가져가지 않았으면 탈진과 탈수 증세로 곤욕을 치를 뻔했다. 공사 업체가 이 구간에 길을 어떻게 낼 지 궁금하다.

▲ 주연서 씨가 알려주는 스트레칭을 하면서 얼굴을 찡그리는 문성근 씨.

▲ 낙석지대를 내려가면 바위와 수풀이 우거진 강변을 따라 걸어야 한다.

제1잠수교부터 길은 다시 순탄해진다. 그러나 왕복 2차선 포장도로가 취재진을 기다렸다. 이절리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길은 마을 한복판을 질러가 제2잠수교를 건널 때까지 포장을 벗지 않았다. 그나마 제2잠수교를 건너면 오른쪽 강변으로 돌아가는 둑방길 입구부터 다시 포장도로와 만나는 지점까지 약 1.7km의 둑방길은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이 한반도지형을 닮은 마을로 유명한 월천리와 덕송리 일대다. 문곡리의 작은골에서 올라가는 상정바위산(1,006.2m) 전망대에서 보면 한반도 모양이 뚜렷하게 내려다보인다.

둑방길 차단기 설치 지점부터 덕송교~문곡리 구간도 포장도로. 한적한 강변 풍경이 없었다면 다소 지루한 구간이다. 취재진은 문곡리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1코스에는 캠핑장이 없다. 상수원보호구역인 조양강변에 야영을 할 수 없어 펜션 마당에 텐트를 쳤다.

▲ 강변을 빠져나와 제1잠수교로 향하는 취재팀.

▲ 문성근 씨가 새리골 등산로 갈림길에서 표식기를 달고 있다.

▲ 정글도로 수풀을 쳐내며 전진하는 취재팀.

▲ 강변에 설치된 축대에서 잠시 휴식을 하는 강지선·이효진·정석용 씨.

조양강 조망하는 새리골등산로

다음날 아침, 문곡리 뒷산 새리골등산로로 출발했다. 1코스는 문곡1반 버스정류장에서 새리골과 강변도로로 갈라진다. 선택사항인 셈이다. 취재팀은 조양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새리골로 방향을 정했다. 새리골 구간은 1코스에서 유일한 등산로이다. 등산로 입구의 빽빽한 수풀지대를 지나면 정상인 암봉전망대로 가는 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새리골 등산로 대부분의 구간은 멧돼지들이 다니는 통로이기도 하다. 등산로 도처에 멧돼지들이 파헤친 흔적들이 많다. 무더위에 바짝 독이 오른 뱀도 복병이었다. 트레킹 스틱으로 전방을 툭툭 쳐가며 전진했지만 발밑이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문곡리 본동에서 자작나무숲 쉼터~암봉전망대~남평리 도로 초입까지는 약 3.2km에 달한다.

▲ 1코스는 야영장이 없어 펜션 마당에 텐트를 쳤다.

▲ 1코스 종착지 나전역에 도착한 취재팀이 환하게 웃고 있다.

▲ 남평리 노송가로수길을 걷는 취재팀.
새리골을 빠져나오면 남평리가 나온다. 길은 남평리 경로당에서 남평리 들판을 종단해 들판 끄트머리의 노송가로수길과 만난다. 정선에서 가장 넓은 평야지대답게 남평리 들판은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롭다. 쌀이 귀했던 시절, 남평리 들판의 논 서너 마지기라도 있으면 남부럽지 않았을 터. 길은 여기에서도 포장도로. 벚나무가로수길~나전중학교를 거쳐 1코스 종착지인 나전역에 이르기까지 취재팀의 발걸음은 팍팍한 포장도로를 기억하고 있다.

최근 우리 국토는 ‘길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250여 지자체마다 경쟁하듯 조성한 둘레길과 트레킹 코스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길에도 유전인자가 있다. 사람의 발길을 끄는 길과 외면 받는 길. 지도에 선만 긋는다고 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그럴싸한 명분과 이름을 붙인다고 생명력을 얻는 것은 아니다.

여름은 위대했다. 어떤 형체라도 갖춘 사물들은 폭염 아래서 무방비로 이글거렸다. 인류의 삶과 역사가 담긴 길도 비등점을 향해 끓어올랐다. 그 길 위에 선 인간은 참으로 나약했다. 취재진은 한 줌 바람과 도화지만한 그늘 속에서 잠시 몸을 식히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뙤약볕 너머 사람이 사는 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1코스 답사소감

배우 문성근
현지답사 없이 노선을 선택했는지 대규모 낙석으로 오래 전 유실된 도로가 포함되었다. 동네 이장은 이런 길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마을마다 숨은 산꾼이나 약초꾼이 있을 터. 코스를 정할 때 이런 꾼들의 집단지성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 스마트폰 시대 아닌가. 안내 지도에는 민박집도 넣고 낚시터, 래프팅 장소도 소개하면 좋겠다.






인바코리아 사무국장
주연서
1코스는 그늘 없는 심심한 코스다. 위험한 낙석지대 통과 후 나오는 둑방갈의 경관은 아름답다. 첫날 코스는 무척 힘들었다. 새리골등산로 구간은 우거진 수풀 때문에 입구 찾기가 힘들었지만 다른 구간에 비해 덜 지루하고 트레킹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1코스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은 트레킹 코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성신여대산악부
이효진

포장도로의 비중이 너무 컸다. 사람들이 굳이 포장도로를 걸으러 올림픽아리바우길을 올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새리골등산로 표지판 정보는 오차가 많았다. 암봉전망대는 벤치 2개만 덩그러니 있을 뿐 나무에 가려 조양강 조망이 좋지 않았다. 백패킹 야영장이 필요하다. 종착지 나전역(羅田驛)의 뜻이 ‘비단밭’인데 예쁜 이름과 함께 고랭지나 강변의 밭들을 묶어 지역 홍보로 활용하면 어떨까.


▲ 올림픽아리바우길 이정표가 아직 설치되지 않아 취재팀은 준비해간 표식기를 주요 길목에 달았다.

▲ 새리골 자작나무쉼터에서 휴식을 갖는 취재팀. 뒷줄 시계방향으로 박요한 본지 발행인 ·정석용·박성용·문성근·주연서·이효진·강지선·김민우 씨

▲ 새리골 자작나무임도를 내려오는 취재팀.

올림픽아리바우길
‘올림픽아리바우길’은 올림픽 개최 도시인 정선·평창·강릉을 잇는 트레킹 코스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가 현재 조성 중에 있다. 올림픽(평창)+아리랑(정선)+바우(강릉길)이라는 의미가 합쳐져 올림픽 성공 개최와 강원도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표현했다.

트레킹 구간은 정선5일장부터 강릉 경포해변까지 총 연장 131.7km 총 9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2017년 6월 준공 예정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강원지역의 문화·경관·역사자원들을 그대로 살리는 한편, 옛길 복원과 숨겨진 길 활용 등 친환경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정선5일장을 비롯 나전역, 아우라지역, 구절리역, 노추산, 모정탑길, 안반덕, 대관령·선자령 옛길, 오죽헌, 경포대 등 주요 관광지를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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