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의 구조 이야기…터널형 텐트와 돔 텐트의 차이점
텐트의 구조 이야기…터널형 텐트와 돔 텐트의 차이점
  • 글 사진 ‘양식고등어’ 조민석 기자
  • 승인 2016.08.29 15: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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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고등어’의 텐트 이야기

이번에 들려드릴 텐트 이야기 주제는 구조입니다. 텐트를 봤을 때 가장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텐트를 만져보지 않아도 한 눈에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럼 이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 터널형 텐트의 구조를 기반으로 전실 공간을 내어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힐레베르그 사의 케론 모델입니다.

텐트의 구조에 대해 이론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같은 길이와 수량의 폴을 사용하여 텐트를 만든다고 했을 때, 일반적인 정방형 돔 텐트와 터널형 텐트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중심부 상단에 접점을 두고 폴이 교차하는 구조와 말굽 모양으로 텐트를 반원 형태로 감싸는 폴의 구조. 과연 둘만 놓고 봤을 때 어느 쪽이 바람에 더 강할까요.

▲ 돔 텐트의 구조를 기반으로 터널형 텐트 구조를 일부 결합한 힐레베르그 사타리스 텐트입니다. 바람에는 케론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공간적 측면에서는 케론에 비해 다소 부족합니다.

사실 두 구조 모두 바람을 완전하게 막아내기에는 강성이 턱없이 부족하고 조건을 완전히 동일하게 맞추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결과만 말하자면 바람을 맞는 방향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텐트 출입구가 있는 정면과 후면에 바람을 맞는 경우 터널형 보다 돔 텐트가 강하고, 텐트 옆면으로 바람을 맞는 경우 터널형 텐트가 더 강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걸까요? 이유는 바람의 저항을 받는 표면적의 넓이와 곡률 때문입니다. 터널형 텐트를 예로 들어봅시다. 텐트 옆면의 경우 수직으로 세워진 텐트 정면과 달리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먼 쪽으로 면이 휘어져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과 멀면 멀수록 저항을 덜 받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요. 반면 출입구가 있는 정면과 후면의 경우 동굴의 입구처럼 면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다 보니 옆면에 비해 바람의 저항을 더 많이 받게 됩니다. 곡면이 전혀 없기 때문이지요.

이 단순한 실험으로 봤을 때 돔형 텐트의 구조와 터널형 텐트의 구조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에 강한지 판단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실제 텐트의 구조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식으로 적용이 될까요?

▲ 노스페이스에서 2000년대에 출시했다가 단종한 구형 돔5 모델입니다. 여느 플래그쉽 규모의 쉘터와 달리 중심부에 성인의 주먹 크기의 폴 허브가 들어가게끔 설계한 것이 특징입니다.

터널형 텐트의 강성을 개선하려면 반원 모양으로 실내공간을 감싸는 폴의 높이를 낮추고 완만하게 하되, 바람의 저항에 취약한 정면은 수직이 아닌 전실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경사가 지도록 설계합니다. 힐레베르그의 케론이나 나마츠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한편 돔형 텐트의 강성을 개선하는 경우 텐트의 하단부 둘레를 최대한 비스듬하게 만들거나 아예 베스티블을 추가하여 저항을 최소화합니다. 노스페이스의 구형 돔5 모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원정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텐트는 크기에 상관없이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합니다. 플라이를 덮어 씌워서 폴 슬리브나 버클을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끔 하는 설계는 더블월 텐트에서 거의 불문율로 적용되고 있는 기술이지요.

▲ 노스페이스 돔5 모델보다 더 높은 등급의 대형 텐트 2미터돔이 있습니다. 1970년대 당시 지오데식 돔 구조를 디자인한 버크민스터 풀러의 것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설계한 것인데, 바람에는 엄청 강한 텐트인 반면 설치상의 편리성이나 수납시의 무게는 아쉽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필요한 텐트들은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구조적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여 경쟁하고, 그 이외의 텐트들은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을 맞추되 그 외의 실용성 같은 다른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갖추어 경쟁을 합니다.

일부 전문가용 텐트를 제외한 보편적인 텐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키워드는 적정기술입니다. 오토캠핑장이나 백패킹을 위해 사용하는 텐트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면 구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같은 맥락에서 수납 시 텐트의 무게가 무겁다거나 부피가 크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소비는 아니지요.

때문에 이러한 일종의 낭비를 줄이자는 트렌드가 요즘은 미니멀캠핑이라는 키워드로 정리되는 추세입니다. 물론 오토캠핑을 즐기는 캠퍼가 아직까지는 더 많지만 미니멀캠핑을 지향하는 캠퍼들이 점점 늘고 있지요. 이러한 경향은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지는데요. 대표적인 국내 브랜드로는 미니멀웍스나 베른을 들 수 있습니다.

▲ 노스페이스 2미터돔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당시 가장 큰 경쟁 상대였던 마운틴하드웨어 스트롱홀드 모델입니다. 지름dl 약 5m에 달하는 스페이스 스테이션 모델의 파생형인데, 이 텐트의 구조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글래시스돔 시스템은 당시 마틴 제미티스가 3시간 만에 모든 디자인 작업을 끝냈던 일화로도 유명하지요.

▲ 텐트메이커 모스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많이 팔린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인 리틀 디퍼입니다. 천정부에 교차되는 폴이 마치 꽃잎 같은 형태입니다. 예쁜 것은 물론이고 구조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정중앙에 받침대 역할을 하는 릿지 폴을 십자로 설치해 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극한의 상황에서 사용하는 원정대급 텐트를 놓고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 그 스케일이 어마어마합니다. 비효율 속에서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돔 텐트 기반의 베이스캠프용 쉘터의 경우 수납 시 무게나 부피 등의 편의성과 관련된 요소들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폴의 개수나 무게, 강성 등을 보충하여 강한 바람 속에서도 효율적으로 버틸 수 있게 텐트를 만들지요. 일반적인 환경에서 사용하는 돔 텐트는 많아봤자 다섯 개 내외의 폴로 텐트를 완성시키는 반면, 전문가용 돔 텐트의 경우 많게는 15개까지 폴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스페이스의 구형 2미터돔 모델이나 시에라디자인의 그랜드마더쉽, 마운틴하드웨어 사의 스페이스 스테이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 빌 모스의 작품 중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모스 시드니 텐트입니다. 실용성이나 편리함을 기준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텐트이지요. 시드니라는 이름과 디자인은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건축물의 구조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두 가지 부류의 텐트 구조를 설명했지만, 꼭 모든 텐트가 둘 중 하나의 범주에만 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스 텐트의 일부 모델들은 위의 두 부류에 속하지 않습니다. 모스 텐트 중에서도 ‘트레킹이냐 원정대냐’를 가리지 않고 운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모델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4인용 돔 텐트인 리틀 디퍼지요. 구조 자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특이하지만 실내 공간은 여타 돔 텐트와 별반 차이가 없다 보니 텐트메이커 모스의 역사 상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텐트가 됐습니다.

▲ 우리나라의 미니멀웍스라는 텐트메이커에서 출시한 파프리카 모델입니다. 수납 시 무게도 가볍고 부피도 작은데다가 부족하지 않은 자체 강성과 성능을 갖추면서도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출시가 되었다는 점에서 국내 백패커들 사이에서 서서히 그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스 텐트의 일부에 해당하는, 트레킹처럼 가벼운 환경에서 사용하기도 애매하고 원정대용으로서는 더더욱 사용하기 힘든 텐트는 무엇이 있을까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모양을 본 떠 만든 시드니 텐트입니다. “부피가 커 수납이 불편하고 실용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같은 이야기는 시드니 텐트를 평가하는데 적절하지 않은 이야깁니다. 시드니 텐트는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보고 느낄 수 있는 예술품으로서의 심미주의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독특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실용주의적 가치도 함께 추구하는 텐트 구조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피타고라스의 삼각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텐트 구조로 승화시킨 베른의 피타 시리즈가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기반한 텐트 구조와 디자인이 등장했다는 것은 빌 모스가 추구하던 텐트의 심미주의적 가치가 이제는 실용주의적 가치 및 기능성과 결합되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 미니멀웍스처럼 무난하고 안정적인 방식과 스타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혀나가는 브랜드도 있는 반면, 시작부터 실험적인 콘셉트로 캠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극내 브랜드 베른은 피타고라스의 삼각형 구조와 철학을 텐트의 기본 콘셉트로 잡고 피타 시리즈라는 텐트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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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ima 2017-12-15 20:46:09
잘 보았습니다. 덕분에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