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몰카의 끝…영화 ‘잭애스 프레젠트 : 배드 그랜파’
하드코어 몰카의 끝…영화 ‘잭애스 프레젠트 : 배드 그랜파’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파라마운트 픽처스
  • 승인 2016.08.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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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영화를 보는 내내 <오베라는 남자>로 스테디셀러 작가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가 떠올랐다. 영화는 그 책의 ‘조금 많이 야한 할아버지 편’이라고 설명해도 무방할 것이다. 미국 특유의 섹드립(?)과 병맛(!)이 적절히 섞인, 편하게 늘어져 팝콘을 소파에 흘리며 보기 딱 좋을 영화다.

일본 거리를 나체로 돌아다닌다. 엉덩이에 치킨을 꼽고 바비큐 자세로 매달려 악어에게 먹이를 준다. 엉덩이에 남성의 성기 모양 인두를 찍는다. 소 떼에 쫓긴다. 낚싯바늘을 입에 뚫어 상어 먹이가 되려 한다. 간이 화장실에 앉은 남자를 통째로 번지 줄에 매달고 떨어트린다.

현존하는 병맛 저급 영화의 뮤즈이자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잭애스 시리즈의 중요 내용이다. 이런 잭애스 사단이 가장 최근 내놓은 영화가 바로 <잭애스 프레젠트 : 배드 그랜파>다. 그런 만큼 영화의 병맛은 오리지날 클래식을 보증한다.

부인의 죽음으로 46년 만에 드디어(!) 자유를 만끽할 준비가 된 86살 할아버지 어빙 치즈만. 막장 인생을 사는 딸이 부인의 장례식장에 다짜고짜 손자를 데려오더니, 감옥을 가야 한다며 맡겨버린다. 어빙에게 여덟살의 어린 손자 빌리는 여자를 만나지 못할 방해물일 뿐. 결국, 어빙은 빌리를 약물중독자 아빠에게 넘겨버릴 요량으로 그를 데려주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환상적인 트러블메이커 어빙과 할아버지 못지않은 말썽꾸러기 빌리. 약 80살의 간격을 뛰어넘는 두 남자는 가는 곳마다 기상천외한 소동과 시끌벅적한 장난을 벌인다.

할아버지는 남자 스트립쇼에서 옷을 벗고 춤을 추고, 손자의 장난감을 대신 타다가 가게 유리창을 박살 낸다. 빙고 게임을 하는 곳에 가서 볼펜 잉크를 먹기도 하고, 지나가는 여자만 보이면 은어로 유혹하고, 자판기에 중요 부위가 끼이기도 한다. 손주는 예쁜 여자아이 선발대회에 여장을 하고 나가 야한 춤을 추다 도망가고,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세워 아빠라고 부르며 자신을 데려가라 고집부린다. 할머니의 시체를 처리하지 못해 트렁크에 태우고 다니는 세대를 뛰어넘는 두 남자의 행적을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위에 나열한 모든 일이 실제 몰래카메라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영화 촬영임을 숨긴 채, 구체적인 상황을 엽기적으로 설정해놓고 일반인을 상황 속으로 초대했다. 당황하는지, 욕을 하는지, 화를 내는지, 웃는지 관찰하고 편집했다. ‘설마 저런 장면까지 몰카겠어’ 싶은 장면마저 진짜 몰카다. 마치 미국판 몰래카메라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여행이 종반에 치달으며 어빙과 빌리는 서로에게 정이 들지만, 어빙은 마음을 외면한 채 아버지에게 빌리를 맡긴다. 손주를 사위에게 건네는, 바에서 일어나는 일 역시 몰카다. 약물 중독자면서 양육비를 위해 빌리를 맡고 싶어 하는 아버지를 경계하는 바 안의 남자들. 어빙이 돌아와 빌리를 데려가고자 했을 때, 온몸으로 아버지를 막으며 어빙을 돕던 사람들 역시 일반인이다.

손주와 할아버지는 약속했던 낚시를 하며 영화는 끝난다. 물론 할머니의 시체를 처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어빙을 연기한 조니 녹스빌의 할아버지 분장과 귀여움 터지는 빌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여느 몰카가 그렇듯, 영화의 앤딩에 등장하는 메이킹 필름도 웃음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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