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벅저벅, 가을을 맞이하는 길
저벅저벅, 가을을 맞이하는 길
  • 이지혜 기자
  • 승인 2016.08.19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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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걷기 좋은 트레킹 스팟 5…고창 질마재길·서울 구로올레길·하동 토지길 등

올여름, 폭염은 대구를 대프리카로 만들었고 ‘도심 열섬현상’을 검색어에 올려놨다. 피부가 벗겨질 듯한 더위는 한동안 사회뉴스 섹션란을 ‘폭염 때문에…’라는 헤드라인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이제 곧 9월이 오고 더위는 한풀 꺾이겠지만, 가을은 멀어만 보인다. 오지 않는 가을을 탓할 시간이 아깝다. 먼저 가을을 만나러 떠나보자. 산산한 바람과 풍성한 그늘이 기다리는 9월에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한다.

▲ 폭염의 마지막, 마음은 벌써 가을로 떠나있다.

고창 질마재길 꽃무릇 군락지

고창에선 단풍이 완연한 선운사도 좋지만, 사실 이곳은 국내 최대의 꽃무릇 군락지다. 9월이면 선운사로 향하는 길부터 점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꽃으로 ‘무리 지어 핀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래 이름은 석산화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느낌, 붉은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착각. 이곳을 다녀온 대부분의 감상평이다. 그만큼 강렬한 붉은빛이 온통 세상을 물들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9월에만 잠깐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인근의 고창 고인돌 박물관에서 시작하는 문화생태 탐방로 중 하나인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 길’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 고창 질마재길 꽃무릇 군락지.

서울 구로 올레길 항동 철길

구로 올레길에 자리한 항동 철길은 서울 도심에서 고즈넉한 폐철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구로 올레길은 산과 하천, 도심을 연결해 산림형, 하천형, 도심형 코스로 조성된 길이다. 항동 철길은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할 수 있다. 접근이 쉽고 가까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쇼핑몰이나 사진동호회의 출사지로도 인기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가을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하지만 비교적 그늘이나 쉴만한 곳이 적으니 적당한 준비를 해야 한다.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고철 로봇이나 철로에 새겨진 글귀들이 아날로그적 감성을 풍긴다. 철길이 끝나면 푸른 수목원으로 이어지니 그곳에서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며 트레킹을 마무리해보자.

▲ 서울 하늘공원의 호젓한 길.

서울 하늘공원 & 노을공원

도심 속, 푸른 숲 속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던 이곳이 생태의 보고로 변모하며 ‘서울의 폐’가 된 지 15년째로 접어들었다. 서울 둘레길 6코스와 7코스에 인접해 이어 걷기에 적당하다. 한여름엔 더위로 가기 힘들어 많은 사람이 선선해지는 가을부터 찾고 있다. 특히 이곳의 캠핑장은 특출난 조망과 시설로 선점하기 힘들 정도.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볼 수 있는 문화예술 공원으로 조각작품, 전망데크 등과 더불어 넓은 잔디밭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습지에는 연못하루살이, 꼬마줄날도래, 아담스물방개, 딱정벌레목 등의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어 아이와 함께 오기도 좋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즐겨 찾는 서울의 핫플레이스다.

▲ 하동 토지길.

하동 토지길

경남의 걷고 싶은 길 중 하나다. 청보리밭 사이로 문학의 향기가 듬뿍 배어있는 운치 있는 길이다.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 올레길처럼 산길이나 들길만 있는 곳이 아니다. 한적한 정자에서 녹차도 마시고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풍요로움과 넉넉함이 상주한다. 모래가 많아 다사강(多沙江)이라고 불리었다는 섬진강변으로 펼쳐진 평사리 공원에서 1코스가 시작된다. 소설 <토지>를 따라 걷는 ‘이야기가 있는 문화 생태 탐방로’도 이곳의 특징이다. 걷다 보면 최참판댁, 한옥 체험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하동의 대표 특산물인 매실 농장이 곳곳에 있어 걸을 때마다 풋풋한 매실 향기가 코끝에 스치는 향기로운 길이다.

▲ 제분 쫄븐갑 마장길.

제주 쫄븐갑마장길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을 품고 있는 길이다. 바람으로 유명한 제주에서도 바람 세기가 유난히 거센 곳이라 겨울에는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 더위가 가시는 가을에 오르면 가장 좋다. 복합적인 능선을 만들어내는 곡선의 자태도 아름답지만, 따라비오름을 가득 채우는 은빛 억새가 유명해 가을의 장관을 만들어낸다. 조선 시대 최고 목장의 흔적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수많은 말을 키워 원나라에 보내던 탐라의 슬픈 역사가 한눈에 펼쳐지는 곳이다. 조용한 숲길을 지나면 삼나무, 편백숲이 장관을 이루며 펼쳐진다. 제주 올레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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