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견인차 면허. 이 생소한 면허를 처음 들어봤다 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생긴 지 불과 2주도 안 된 따끈따끈한 신생 면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라이선스냐. 쉽게 말해 캠핑족을 위한 트레일러 운전 자격증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볼 수 있었던 트레일러가 요즘은 우리나라 도로 위에서도 종종 눈에 띄니 그만큼 수요가 늘었다는 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트레일러 면허를 따야만 몰 수 있었던 캠핑 트레일러를 보다 쉽고 간편한 소형 견인차 면허로 끌 수 있게 됐다. 돈 많이(?) 벌면 멋들어진 트레일러 하나 끌고 전국, 아니 전 세계를 여행하고픈 아웃도어 매거진 편집장이라면 이 정도 자격증은 있어야지. 그래서 도전했다. 일명 ‘트레일러 면허 도전기’다.<편집자 주>
▲ 지난 7월 28일 소형 견인차 면허가 신설되면서 캠핑족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사진=정영찬 기자 |
새하얀 1톤 트럭과 동량 화물칸 크기 평판 트레일러의 결합. 이것이 소형 견인차 면허를 따기 위해 몰아야하는 차다. 이 면허가 생기기 전에는 수출용 컨테이너를 운반할 때나 필요한 대형 트레일러를 가지고 면허를 따야했다. 백문이 불여인견(百聞不如一見). 실제로 대형 탑차를 보면 입이 ‘떡’ 하고 벌어질 만큼 어마무시하게 크다. 캠핑용 트레일러가 아무리 크다 해도 ‘절대’ 이보다 클 순 없지. 그동안 다소 과한 대형 트레일러가 부담스러워 면허 따기를 주저했다면 걱정은 그만, 소형 견인차 면허는 캠핑족에게 알맞은 크기의 견인차와 트레일러로 부담을 확 줄였다.
▲ 7시간을 투자한 끝에 '소형 견인차 면허' 취득에 성공한 기자.
아뿔사! 2종 보통, 수동 기어에 당황하다
오전 9시, 학과 수업부터 시작이다. 강의는 총 3시간. 소형 견인차 면허 시험은 1·2종 보통 면허를 소지하고 운전경력 1년 이상이라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이미 면허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따로 필기시험은 보지 않는다. 3시간 동안 부담 없이 강·의를 들으면 된다는 소리. 문제는 기능이다.
기능은 총 4시간을 이수해야한다. 하루 수업 시간은 최대 4시간으로, 기존 대형 트레일러 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기능 10시간을 이수해야하기 때문에 3일이 소요됐지만, 소형 견인차 면허는 하루면 이수가 가능하다.
▲ S자 구간은 곡선 코스는 정해진 공식만 따르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
“코스는 굴절·곡선·방향전환 3가지에요. 출발할 때는 기어를 1단으로 놓고…. 코스 당 주어진 시간은 3분…. 시간 초과되면 감점이 10점…. 아시겠죠?”
강사의 이야기는 계속됐지만 기어를 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기자의 면허는 ‘2종 보통’. 수동 기어는 문외한이란 소리다. 시작부터 약한 소리가 툭 튀어 나온다.
“저…. 스틱은 한 번도 몰아 본 적이 없는데요.”
“……흠, 그럼 먼저 스틱 조작법부터 배워야겠네요. 아무래도 시간 좀 걸리겠는데요.”
잠시 당황했지만 수동 기어 조작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수동 운전이 미숙한 사람이라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시동 꺼짐 현상도 4시간 동안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기자가 운전에 출중한 사람이냐고? 물론 아니다. 그저 평범한 7년차 드라이버에 불과하다. 2종 보통 면허 소유자도 1시간 정도면 수동 기어에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다.
소형 견인차 면허의 모든 것 응시 자격 응시 가능 시험장 기자가 시험 본 자유로 자동차 운전 전문학원(www.jayuway.kr, 031-947-9944)은 전국 사설 운전면허학원 최초로 소형 견인차 면허를 도입해 7월 28일부터 학원 자체에서 시험을 볼 수 있다. 학원에서 시험을 보는 경우 학과 3시간, 기능 4시간 이수 후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하루면 충분하다. 미리 인근 병원에서 신체검사 후 확인증을 지참하면 더욱 빠르게 면허를 딸 수 있다. 면허 취득까지 비용은 36만9,700원이다. 기능 시험 코스 정보 |
▲ 곡선 코스를 지나는 견인차와 피견인차. |
굴절·곡선 코스, 공식대로 진행하면 OK!
소형 견인차 면허 기능 시험은 총 3개 코스로 진행된다. 90도 코너를 2번 지나는 굴절 코스, S자로 이루어진 곡선 코스를 지나 최난 구간인 방향전환 코스로 이어진다. 굴절과 곡선 코스는 운전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 곡선 코스에 진입하는 시험 차량. |
곡선 코스도 마찬가지. 대시보드 끝선이 노견(차선을 따라 이어지는 턱)을 따라간다는 느낌으로 운전하면 손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피견인차가 차선을 밟지 않도록 수시로 사이드미러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최대 난코스 ‘T자 구간’을 공략하라 ▲ 3가지 코스 중 최대 난코스는 방향전환 코스다. 차를 후진해 트레일러와 견인차를 최대한 일직선으로 만들어 주차해야만 한다.
문제는 방향전환 코스다. 일명 T자 구간. 1년 이상 운전 경력자라면 후진 주차야 손쉽게 할 수 있지만 트레일러를 달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후진할 때 견인차와 피견인차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
“일반 차는 후진할 때 가려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면 되요. 그런데 트레일러는 반대에요. 트레일러가 오른쪽으로 가려면 핸들을 왼쪽으로, 왼쪽으로 가려면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해요.”
설명만 듣자니 뭔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직선 코스로 나와 후진 연습 시작. 견인차와 피견인차가 1자로 놓인 상태로 후진을 시작했다. 트레일러는 동력이 없어 미세한 요철에도 금세 반응해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트레일러가 우측으로 움직이면 재빨리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 트레일러의 방향을 왼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트레일러의 반응에 따라 핸들을 좌우로 미세하게 움직이면 원하는 방향으로 후진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드디어 방향전환 코스 진입. 진행 방향에서 봤을 때 코스는 ‘ㅓ’ 형태를 이루고 있다. 직진해 앞바퀴가 코스 끝에 위치한 차선에 닿으면 기어를 R로 바꾸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최대한 돌려 후진한다. 이때 트레일러가 왼쪽으로 꺾여 주차 구간으로 들어가는데, 차와 트레일러의 각도가 약 120도 정도 됐을 때 멈추고, 다시 핸들을 왼쪽으로 최대한 돌려 주차한다. 물론 이때 트레일러가 차와 일직선을 이뤄 주차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트레일러가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과도하게 틀어졌다면 차를 전진해 트레일러가 틀어진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 최대한 일직선으로 만든 후 확인선을 지나야 코스 성공이다. 다만 코스 성공 여부는 견인차와 피견인차의 일직선 여부가 아니고, 트레일러 바퀴가 일정 선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꼭 일직선이 될 필요는 없다.
▲ 90도 코너가 2번 연달아 나오는 굴절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
기능 4시간을 마치면? 당일에 바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합격 여부? 당연히(?) 합격이다. 영광스럽게도 7월 28일 소형 견인차 면허가 신설된 이후 자유로 자동차 운전 전문학원 최초 여성 합격자다. 다시 한 번 덧붙이자면, 기자의 운전 실력은 평범하다. 정해진 기능 시간을 채운다면 면허 취득, 어렵지 않다.
▲ 모든 운전면허시험에는 신체검사가 필수다. 인근 병원에 방문해 시력검사, 색맹검사 등을 받아 시험장에 제출해야만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
“신생 면허라 전국에 시험장이 많지 않아요. 우선 나라에서 운영하는 시험장이 전국적으로 4곳 밖에 안 되죠. 저희 학원은 면허가 신설된 첫날부터 함께 했어요. 사설 학원으로는 최초죠. 시험장이 많지 않다보니 시험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소형 견인차 면허는 기존에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보는 시험이라 굳이 학원에서 교육을 받지 않고 바로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윤 대표는 “운전이 아무리 자신 있다고 해도 트레일러를 달고 하는 것은 또 다르죠.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무턱대고 시험을 먼저 본 사람들이 몇 번 떨어진 후에 학원을 찾는 경우가 꽤 되요. 운전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아무래도 기초부터 탄탄히 배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