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마루금 훼손 심각…신음하는 한반도 생태축
백두대간 마루금 훼손 심각…신음하는 한반도 생태축
  • 이주희 기자
  • 승인 2016.08.02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녹색연합, 지리산 천왕봉~진부령 조사…국제축구경기장 107배 면적, 769,566㎡ 불모지

한반도의 생태축이자 생물자원의 보고인 백두대간이 넘쳐나는 등산객과 마루금 관리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 넘쳐나는 등산객과 관리 부실로 심각하게 훼손된 백두대간보호지역 마루금.

녹색연합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백두대간보호지역 지리산 천왕봉~진부령의 마루금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풀 한 포기 없는 나지 면적이 76만9,566㎡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축구경기장의 107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2001년 63만3,975㎡보다 약 21%가 넓어진 수치다. 전체 측점 3,629개소 중에서 나무 뿌리가 드러난 곳은 1,539개(42.4%), 암석이 노출된 곳은 903개(24.9%) 지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등산로 폭 1m 이하, 침식 깊이 5cm 이하에 지표식물이 살아있는 건전한 구간은 699개소(19.2%)에 불과했다.

▲ 토양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조령~하늘재 구간.
▲ 앙상한 뿌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조령~하늘재 구간.

▲ 능선과 사면 모두 훼손이 심해 흙과 암석이 흘러내리고 있는 궤방령~작점고개 구간.
▲ 뿌리가 드러나며 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궤방령~작점고개 구간.

특히 훼손이 심각한 곳은 조령~하늘재 구간과 궤방령~작점고개 구간이었다. 이들 구간은 2001년 조사시점보다 노폭, 나지 노출폭, 침식 깊이 등이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폭과 나지폭이 가장 넓은 곳은 지리산 노고단~정령치 구간이었고 침식이 가장 심한 곳은 덕유산의 육십령~삿갓재 구간, 뿌리와 암석 노출 빈도가 가장 많은 곳은 덕유산의 삿갓재~빼재 구간이었다. 토양이 심하게 쓸려나가 복구가 시급한 곳도 252곳(6.9%)에 달했다.

▲ 기존 등산로 정비 시설이 관리되지 않아 토양이 유실된 함백산 구간.
▲ 보행에 불편을 느낀 등산객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 노폭이 더 확대된 구부시령~댓재 구간.

한반도를 관통하는 거대한 생태축인 백두대간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한 산림생태계의 보고로서 야생동식물의 핵심 서식지이며 생태적 생명력의 근원지라 할 수 있다. 2003년 환경적 보전가치를 인정받아 백두대간보호법이 제정되었고, 2005년에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보호구역이 지정되었다. 백두대간보호구역은 6개도 32개 시군에 걸쳐 있으며 면적이 약 27만ha에 이른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보호구역이 지정된 지 만 10년이 흘렀지만 이를 관리 보호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백두대간보호지역 마루금은 산림청이 약 65%(450km), 국립공원이 약 35%(250km)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산림청의 관리 인력은 10년 새 14명에서 2명으로 대폭 줄었다.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 백두대간을 보호·관리하는 전담조직의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등산로 훼손의 1차 원인은 답압이지만, 등산객의 잘못은 아니다”라며 “지속적인 관리·정비 없이 방치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백두대간보호지역 마루금은 보호와 이용의 측면을 모두 고려해 예약탐방제, 이질감 없는 등산로 정비, 주변 식생 복원, 탐방문화 개선 등 다각적인 관점의 관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